주말이면 신경외과 의사인 김영백 씨의 손에 수술 도구 대신 쥐어지는 것이 따로 있다. 바로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연장들이다. “어릴 때부터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건축가가 되고 싶은 적도 있었는데 시골인 고향에서 공부를 잘했더니 부모님이 의대에 가기를 바라셨지요. 결과적으로 잘된 것 같아요. 의사 일이 적성에도 잘 맞고, 목공 일은 취미가 되니 계속 좋아할 수 있잖아요?” 뚝딱거리며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한 지는 10년째이고, 경기도 광명시 전원 속에 있는 누님 댁에 공방을 만든 것은 3년 전이다.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말을 키웠다는데, 마구간이던 공간에 단풍나무, 호두나무, 흑단 등 작업용 나무를 쌓아놓고 사료 창고였던 곳을 공방으로 꾸몄다. 시내 지하에 있었던 그전 공방보다 쾌적한 환경인 것은 당연하고, 주변으로 나무가 많이 보이니 재료인 나무에 대해 더 많이 관찰하고 생각하게 된다.
어디 가서 수업을 들은 바도 없이 만들다 보니 처음에는 책이나 잡지에서 멋있는 것을 보고 나름의 방식으로 변형하여 흉내 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시도해보기도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결과는 구상과 달라지기도 한다. 시행착오에 부딪혀 중간에 멈춰진 물건들이 공방 여기저기에 쌓여 있다.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용도로 완성되어 의외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탁자로 시작했던 것이 결국 의자가 되고, 벽걸이 장식이 되는 식이다. 일요일에 교회를 갔다 온 후 아내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다음에 무엇을 만들지 구상하는 시간이 그에게는 가장 행복하다. 목공 잡지를 뒤적이며 수첩에 스케치도 해본다. 이렇게 완성된 물건들은 그의 집을 채우고 넘쳐 지인들에게 특별한 선물로 전해지며, 얼마 전에는 말기 암환자의 자녀를 돕는 봉사 단체 나훔의 바자회에서 인기리에 판매되어 따뜻한 보탬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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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가에 살구나무가 드리워진 김영백 씨의 공방. 그가 앉아 있는 의자부터 테이블, 왼쪽의 작은 벤치까지 모두 직접 만든 것이다. 벤치 위에 놓인 공구들은 목공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이라며 뿌듯함을 드러낸다. 2 공방 입구와 연결된 데크에는 그가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덩치 큰 가구는 물론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트레이, 치즈 플레이트 등 주방용 소품도 많이 만든다. 3 여러 가지 공구가 가지런히 걸려 있는 창가. 공방의 양쪽 벽면으로는 온갖 종류의 연장들이 빼곡히 걸려 있다. 4 작업대에서 거울 프레임의 각 부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지 치수와 각을 재고 있다. 5 나뭇가지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스툴. 김영백 씨는 요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가구를 만들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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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못지않은 꼼꼼한 마무리를 자랑하는 김영백 씨의 솜씨를 가능하게 한 것은 8할이 목공 잡지와 사이트였다. 그는 아마추어 목수들을 위한 상세한 목공 기술이 설명되어 있는 파인우드워킹www.finewoodworking.com, 여러 가지 공구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우드크래프트www.woodcraft.com 사이트를 자주 방문한다. <파인우드워킹>은 잡지로도 출간된다. 그 밖에 <하우how>, <아키텍처 다이제스트>, <엘르 데코>(이탈리아 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사이트와 잡지는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으며, 잡지는 교보문고 등 수입 잡지 취급점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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