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동화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하이디 마을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떨어진 작은 도시 디티콘Dietikon. 취리히가 지척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병풍처럼 둘러싼 산 중턱에 별장 같은 집들이 둘러앉은, 전형적인 스위스 풍경을 보여주는 마을이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노란 유채꽃들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야트막한 언덕, 바로 여기에 이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도 ‘독특한 곳에 사는 건축가’로 유명한 헤르베르트 움브리히트 씨의 언더그라운드 하우스가 자리해 있다.
16년 전, 이곳에 산과 들판을 매입한 그는 주변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하 주거 공간 건축가로 알려진 피터Peter 씨의 언더그라운드 하우스를 보고, 한 치의 주저 없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의뢰했다.
움브리히트 씨의 집은 단순히 지하에 만든 집이 아니다. 산자락에 굴을 파서 만든 집으로, 지하 수백 미터에서 끌어올린 지열로 난방이 되고 24시간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는 ‘친환경 에코하우스’라고 할 수 있다.
“동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텔레토비 집이라면서 저더러 텔레토비를 닮았대요. 하지만, 이 집은 그런 TV 프로그램이 나오기 훨씬 전에 지은 집이에요. 마치 토끼 굴처럼 생겼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인류 최초의 집은 바로 이런 굴에서 시작되었어요. 이 주변을 오가는 동물들처럼 자연을 닮은 집을 갖고 싶었답니다.” 주변 경관을 그대로 보존하고 땅 밑으로 굴을 파듯이 지은 그의 집은 지하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지하 2층에는 건축가인 움브리히트 씨의 사무실과 화장실, 회의실, 와인 저장고, 보일러실이 있고, 위층인 지하 1층은 침실과 거실, 부엌, 욕실이 있는 주거 공간이다. 한마디로 지하에 자리한 복층 구조의 주택인 셈. 그러나 지하실의 칙칙한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24시간 자동으로 조절되는 통풍 시스템 덕분에 곰팡이나 냄새, 습기 걱정이 없다. 채광 또한 땅 위를 향해 난 창문이 말끔히 해결해준다. 마치 천창처럼 나 있는 창문을 통해 종일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낮에 조명을 밝힐 필요 없고 겨울에는 따뜻한 것이 특징. 여름에는 아무리 빛이 들어온다 해도 지하 특유의 서늘함 덕분에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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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중턱에 지어진 움브리히트 씨의 언더그라운드 하우스의 아치형으로 난 유리창에서 바라본 풍경은 마치 다른 세상을 구경하는 듯한 독특한 느낌을 전해준다. 흐린 날이었지만 실내를 흰색으로 마감하여 그리 어둡지 않았다. 2 작은 산을 등지고 노란 유채 밭을 품에 안은 그의 지하 집은 멀리서 보면 마치 땅으로 솟아난 형태를 띠고 있다. 벌써 지어진 지 16년째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3 지하 1층에 자리한 거실. 흰색 벽면을 배경으로 놓인 무채색의 소파가 모던한 아파트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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