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여행하는 소파, 들어보셨나요?
1979년 뉴욕의 소호 거리. 한 젊은 사진가는 거리에 버려진 낡은 소파를 발견합니다. 낡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쓰이는 이 소파를 그는 소호거리 한복판의 백화점 앞으로 옮기지요. 그러고는 지나던 사람을 앉혀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소파는 거실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고 이로부터 소파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독일의 사진작가 호르스트 바커바르트 Horst Wackerbarth의 인터뷰 사진집 <붉은 소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30년간 세계 각국에 덩치 큰 소파를 가지고 다니며 수많은 사람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그에게 이 붉은 소파는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사회적 지위와 배경은 다르지만 소파에 앉는 순간 사람들의 인생은 모두 같은 무게가 되지요. 자,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나만의 휴식처 ‘소파’에 앉아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 가장 보고싶은 얼굴은?’ ‘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지금 떠나고 싶은 곳은?’ 행복은 ‘소파’처럼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퀼팅이 특징인 체스터 소파 chester sofa, 넉넉한 크기의 암체어 사이즈 size는 루카 사카티 Luca Scacchetti 디자인, 유연한 형태의 나무 프레임에 가죽 소재를 매치한 블랙 컬러 캐롤리나 암체어는 도리아나&마시밀리아노 푸크사스 Doriana & Massimiliano Fuksas 디자인으로 모두 한국가구에서 판매. 책과 돋보기는 선혁구디, 펜은 북바인더스 디자인, 에스프레소 커피잔 세트는 아르마니 까사, 중절모 모양의 세라믹 오브제는 에이치픽스, 볼록한 체스터 문양이 실사 프린팅된 쿠션은 디젤 제품으로 우양 알앤비, 그레이 컬러 스트라이프 쿠션은 다브, 루이즈 캠밸의 조립형 촛대는 무토 제품으로 이노메싸에서 판매.
소파, 작은 디테일이 품격을 결정한다
소파 선택의 기준이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무난한 디자인에서 개성을 드러내는 유니크한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유행을 타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의 가죽 소파나 모노톤의 패브릭 소파를 선택하게 마련. 때문에 형태는 심플하되 디테일은 섬세할 것, 이것이 바로 최근 소파 디자인의 핵심 포인트다. 카펠리니, 카시나 등 디자인 용병제를 통해 실력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이탈리아 브랜드에서는 심플하지만 심심하지 않고, 캐주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젊은 감각의 제품을 선보인다. 마치 가죽옷을 입은 것처럼 통가죽을 씌워 스티치로 마무리하거나 지퍼, 패치워크 등 세심한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제품이 속속 등장했으니 눈여겨보시길.
(왼쪽) 캐멀 컬러 소파 캡 CAB은 1979년 마리오 벨리니 Mario Bellini 제품으로 카시나에서 판매한다. 통가죽으로 프레임을 감싸고 섬세한 스티치로 마감한 디자인으로 크래프트맨십이 돋보인다.
(오른쪽) 야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화이트 컬러의 슈퍼 오블롱 소파 super oblong sofa와 바퀴 달린 레드 티 테이블은 이탈리아 카펠리니 Cappellini 제품. 소파에 방수 가능한 기능성 패브릭 소재를 사용하고 지퍼와 스티치 디테일로 포인트를 주었다. 엑스트라 베드로 사용 가능한 그레이 컬러 소파 케이스 스터디 데이베드 case study daybed는 미국 모더니카 Modernica
제품으로 모두 디옴니에서 판매. 러그는 한일 카페트, 쿠션은 모두 패브릭 길드에서 판매.
피오르 해변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마야무 트레이, 세라믹 스탠드와 멀티 컬러 양념통은 무토, 자동차 모형은 영국 플레이포에버 제품으로 모두 이노메싸, 머그와 펠트 코스터는 루밍, 실사 프린트한 노트는 북바인더스 디자인 판매.
소파, 철 따라 옷을 갈아입다
블랙과 브라운 등 무채색 컬러만으로 꾸미다 보면 공간이 자칫 차갑고 딱딱해보일 수 있다. 사시사철 같은 옷을 입고 있는 평범한 가죽 소파가 지겹다면 생동감 있는 컬러 소파에 화려한 패턴의 디자인 체어를 매치하는 것도 방법. 등받이와 팔걸이의 높이가 같은 단순한 형태의 패브릭 소파는 계절마다 세탁이 자유로운 것은 물론 커버링이 간편한 것이 장점이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는 커버링을 바꾸거나 큼지막한 컬러 쿠션으로 포인트를 준다. 이번 시즌에는 에코 트렌드의 영향으로 화이트 리넨이나 데님 커버링이 유행할 전망이라고 하니 봄옷을 갈아입은 소파로 공간에 생동감을 더해보자.
(왼쪽) 소파를 오브제처럼 활용하고 싶다면? 물론 가능하다. 로낭&에르완 부홀렉 Ronan & Erwan Bouroullec 형제가 디자인한 벌집 모양 퀼팅 소파는 미니멀한 공간에 두면 하나만으로도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는 제품. 영국 이스터블리시드 앤 선즈 Established & Sons 제품으로 소파, 오토만, 체어로 구성되었다. 신축성 있는 하이테크 패브릭을 사용해 몸을 감싸는 듯한 편안한 착용감이 특징이다. 어떤 금속도 사용하지 않고 합판 자체를 끼워 만든 미니멀한 디자인의 침대는 독일 무어만 Moormann 제품으로 모두 가구숍 인엔에서 판매한다. 침구와 화이트, 블루 컬러 블랭킷은 우양 알앤비에서 판매.
(오른쪽) 베르너 판톤 Verner Panton의 오리지널 패턴으로 제작한 사각 스툴은 패브릭 길드에서 판매. 레드 패브릭 소파 패트릭은 플렉스폼에서 판매. 데님 소재로 커버링한 2인용 소파는 디자인 와츠에서 제작, 소파를 꾸며주는 컬러풀한 리넨 쿠션들은 모두 다브, 빈티지한 그린 컬러 오디오 MCR-040은 야마하뮤직코리아 제품. 유리병은 에이치픽스, 이딸라의 화기는 루밍에서 판매. 조지 넬슨 George Nelson이 디자인한 마시멜로 소파는 각각의 쿠션을 분리할 수 있고 멀티 컬러 쿠션을 바꿔 붙일 수 있다. 허먼 밀러 제품으로 인노바드에서 판매한다.
소파, 달콤한 낮잠을 책임지는 휴식처
최근에는 안락한 침대의 조건인 헤드보드는 물론 사이드 테이블까지 일체형으로 디자인한 데이베드형 소파가 인기. 안토니오 치테리오 Antonio Citterio가 선보이는 홈 컬렉션 중 스위타 suita 소파는 등을 기대어 앉기에 편한 헤드보드를 끼워 맞추는 디자인으로 캐주얼하면서도 유니크한 공간을 연출해준다. 소파 뒤쪽에 선반이 설치되어 책과 커피잔 등을 두기에 좋다. 전통 페르시아 소파에서 영감을 얻어 등받이를 벽처럼 높게 만든 필립 마인저 소파, 아예 침대처럼 매트리스를 사용한 랄프 로렌의 데이베드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거실을 완성하는 아이템. 단, 매장에 놓인 소파를 거실로 옮기면 훨씬 커보일 수 있으니 유의. 특히 폭이 넓은 데이베드형 소파는 눈대중보다는 정확한 도면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왼쪽)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디자인한 스위타 소파 세트와 쿠션, 로낭&에르완 부홀렉 형제가 디자인한 메탈 사이드 테이블은 모두 비트라에서 판매. 빈티지 도자 작품은 갤러리 서미 소장품, 테이블 위의 티포트와 찻잔은 모두 에이치픽스, 펠트 바구니는 무토 제품으로 이노메싸에서 판매. 브루노 무나리 Bruno Munari의 서적은 루밍에서 판매. 카펫은 한일카페트 제품.
(오른쪽) 소파를 구입할 때는 먼저 크기와 배치를 고려한다. 4인용 이상의 큰 소파 하나만 둘지, 2인용 소파 두 개를 마주 보고 놓을지 혹은 3인용 소파와 암체어를 매치할지 결정할 것. 작은 거실이나 AV 룸, 서재 등에 둘 수 있는 콤팩트한 디자인의 2.5인용 소파는 티 테이블, 디자인 체어 등 매치하는 아이템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소파와 테이블, 플로어 스탠드는 모두 디자인 와츠 제품, 체크 패턴 블랭킷은 다브, 샌드 베이지 컬러의 티포트와 찻잔은 프랑스 기드그렌 제품으로 더플레이스에서 판매. 스툴처럼 걸터앉는 유니크한 디자인의 2인용 소파 카오스는 콘스탄틴 그릭이 디자인한 클래시콘 제품으로 가구숍 인엔에서 판매한다.
(왼쪽) 큰 소파에는 작은 테이블을 매치하라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소파의 대형화. 거실을 서재나 AV 룸으로 꾸미면서 더욱 인기를 끄는 아이템이 바로 4~5인용 이상의 빅 사이즈 소파다. 시트가 각각 분리되는 디자인을 고르면 거실 크기에 맞게 1인용 시트를 3개, 4개, 5개 등으로 선택해 배열할 수 있다.
이처럼 심플하지만 스케일이 큰 소파에 커다란 테이블을 두면 자칫 답답해보일 수 있으니 유의할 것. 스툴을 겸할 수 있는 작은 네스트 테이블을 리듬감 있게 배치하면 감각적이다.
이오스 EOOS가 디자인한 소파 리빙 랜드스케이프 740은 공간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구성할 수 있는 제품. 팔걸이와 헤드보드의 높이가 같은 디자인으로 몸을 깊게 파묻거나 누웠을 때 더욱 편안하다. 토안 응웬 Toan Nguyen이 디자인한 벨로우 콜렉션은 스툴과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피어슨 로이드 Pearson Lloyd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암체어 플로우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 모두 발터 크놀 Walter Knoll 제품으로 두오모에서 판매한다. 폴 스미스의 텍스타일을 활용한 포인트 쿠션은 패브릭 길드에서 판매. 모래시계와 다이어리 커버는 선혁구디에서 판매. 이포게오 조명은 아르떼미데 제품으로 두오모에서 판매한다.
(오른쪽) 소파, 피부와 ‘스킨십’ 하는 가장 친밀한 가구
가죽 소파 전문 브랜드 나뚜찌는 모든 가죽 공정에서 친환경 수성 염료를 쓰고, 포름알데히드 처리를 하지 않은 목재로 프레임을 만든다. 사실 소파는 피부와 닿는 유일한 가구로 이불처럼 소재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천연 가죽은 외피와 내피, 면피로 나뉘는데 내구성이 좋은 외피를 제외하고 내피와 면피는 표면에 폴리우레탄 가공을 더해야 가죽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은 이 면피를 가공해 사용하는 것. 결국 천연 가죽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면피 가공 과정에서 친환경 수성 염료를 사용했는지, 소파를 만드는 과정에서 친환경 접착제를 사용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쿠션의 충전재 역시 오리나 거위 가슴 깃털 등 천연 소재를 사용해야 통기성이 좋고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
피에로 리소니 Piero Lissoni가 디자인한 천연 워싱 가죽 소파 투트 TOOT는 암체어, 소파, 카우치, 벤치 등 다양한 유닛으로 구성할 수 있는 제품. 폴리우레탄과 거위 가슴 깃털로 충전한 쿠션을 사용해 착용감이 편안하며 패브릭과 가죽으로 마감할 수 있다. 카시나에서 판매.
디지털 후보정 김재윤 스타일링 이승희, 이소영(스타일링 하다) 캘리그래피 강병인
- [감성 아이디어] 리빙 룸의 마스터피스 소파, 공간에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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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분위기를 좌우하는 마스터피스는 진화하는 벽걸이 TV도, 공간을 압도하는 커다란 추상화도 아닙니다.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듬직한 ‘소파’ 하나만으로도 거실은 최고의 휴식처가 될 수 있지요. 소파 본연의 휴식 기능에 충실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부터 크래프트맨십이 돋보이는 섬세한 디테일까지. 어떤 소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때론 오페라 극장 부럽지 않은 근사한 AV 룸을, 때론 스타일리시한 라운지 같은 리빙 룸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와 화제를 모은 에드라의 플랩 소파처럼 최근에는 갤러리의 작품마냥 오브제 역할을 하는 제품이 인기입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첨단 과학으로 무장하고 멋과 기능을 극대화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소파를 소개합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