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공간에서 열린 가족실로
독서나 집무의 기능을 하는 사전적 의미의 서재가 점차 진화하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거실의 TV를 없애기도 하고, 집 안의 가장 넓은 공간인 거실을 아예 서재로 꾸미기도 한다. 하지만 ‘거실을 서재로’ 꾸미는 최근의 대유행과 가족 간의 소통이라는 상관관계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이 있다. 자칫하다가는 각자가 ‘책만 읽다 보니’ 대화가 단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인천 검암동의 한 주택은 도서관을 모티프로 한 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3대가 사는 이 집은 2층 공간을 서재로 꾸몄다. 하지만 집주인인 아빠는 앉아서 신문만 보는 서재, 자녀는 숙제를 하는 공부방만이 아니길 원했다. 인테리어 공간 배치의 맥락에서 보면 서재가 꼭 집 중앙의 거실에만 위치한다고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이 지나다니며 서로 만날 수 있는 중간 공간, 혹은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복도 역할을 하는 공간이 가족 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서재로서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집을 설계한 건축 사무소 아뜰리에 17의 권문성 소장은 거실 공간이 천편일률적인 서재로 바뀌는 것을 우려한다. “집에 가도 자신과 마주할 장소가 없어요. 개인의 생활은 없이 가족과 모든 것을 나눠야만 하고, 그런 성향이 공간에서도 드러나는 추세예요. 하지만 함께 모이는 공간이 있으면 혼자만 침잠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한 법입니다”라고 설명하며 검암동 주택은 서재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라 덧붙였다.
가장 큰 차이점은 거실 공간 전체를 서재로 꾸미기보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방으로 가는 중간 지점인 2층 공간을 서재로 꾸몄다는 공간적 특징을 갖고 있다. 그곳에서는 책을 읽거나 숙제를하다 가족과 자연스레 만나고 부딪치게 된다. 책 읽는 서재 공간이 ‘대화와 소통’의 가족실로 거듭나기 위한 공간 배치가 굳이 거실이라거나 집의 중심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왼쪽) 인천 검암동 주택의 서재 겸 가족실. 가족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고 책 읽기와 대화가 함께 이뤄지는 장소다.
책과 더 가까워질래, 트랜스포머 책상
물건의 진화는 조금 더 편하고 싶은 사용자의 욕구에서 시작된다. 사용자의 동선에 따라 다양하고 자유로운 배치가 가능한 시스템 가구는 최근 인테리어 가구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트렌드다. 책상의 서랍과 책꽂이를 마음대로 조립할 수 있고, 컴퓨터 모니터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 책상의 출현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사용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손쉽게 설치ㆍ해체할 수 있어 공간에 딱 들어맞는 개인의 맞춤 서재 공간을 완성해준다.
펀잇쳐스의 F1 드림 시리즈. 단순히 하나의 사용 용도가 아닌 수납공간과 책상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해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조립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스마트폰, IT와 만난 서재
스마트폰, 전자책 등 각종 IT 기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첨단 기기를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거치대나 커버가 서재 안으로 들어왔다. 특히 컴퓨터의 전자파를 차단해주는 기능성 보호대나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식혀 서재에 쾌적함을 주는 부품들이 눈에 띈다.
1 자연 친화적 대나무 소재의 쿨링 스탠드는 노트북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준다. 맥컬리 제품으로 4만 8천 원.
2 아이패드 거치대인 알루미늄 뷰잉 스탠드는 맥컬리 제품으로 7만 2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