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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이경애 씨는 베란다 공간에 세간살이를 두는 대신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몄다. 나이 들어서 집 안에 한 뼘이라도 꽃을 가꾸는 공간이 있어 행복하다 한다.
나이 들어 살기 좋은 집을 구하다 앞으로 반포천이 흐르고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국적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서래마을이 위치한 반포동의 조용한 주택가. 대로변을 뒤로하고 얕은 언덕을 오르면 한눈에도 족히 20년은 더 되었음 직한 붉은 벽돌의 빌라가 보인다.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은 대기업의 현대식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경희빌라와 맞붙은 뒷집은 대조적으로 하얀 외벽의 고급 빌라가 자리하고 있다. 경희빌라를 찾은 건 꼬세르의 대표이자 드라마 <궁>의 의상 디자이너로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 배영진 씨의 소개를받고서이다. 그와 집주인 이경애 씨는 뉴욕에서 만난 인연인데, <행복>에 딱 어울리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어 연락한 것이라 했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신 분이라 한국에 돌아와 집을 구하면서 많이 놀라셨다더군요. 그래서 멋지게 디자인한 집이 아닌 소박한 빌라를 구해서 부부의 취향에 맞게 예쁘게 고쳐 사세요.” 막상 들어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뿐인데, 주변 반응이 다양했으리라 짐작이 된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공직 생활을 했으니 짐짓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 집에서 살 것이라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2층짜리 빌라 건물의 1층에 살고 있는 이경애 씨는 “우리 집에 온 사람마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밖에서 한 번 놀라고, 집 안에 들어와서 한 번 더 놀라요”라며 문을 열어 취재팀을 반겼다. 집에 들어서면 아늑한 거실 쪽으로 난 통유리창 너머로 아름답게 꾸민 정원이 눈을 압도한다. 각종 꽃 화분이 놓여 있고, 도시에서는 쉬이 구경할 수 없는 대나무까지 심어 조경에 여간 정성을 쏟은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뒷집 빌라에서 조경을 위해심은 나무들의 가지가 우리 집 뜰 쪽으로 넘어와요. 친구가 저 집에 사는데 저는 창만 열면 손이 닿는다며 되레 부러워해요.” 집 안에서 자연을 즐기는 이경애 씨에겐 내 집, 남의 집이 따로 없다.
현관에는 가벽을 설치해 거실 공간과 분리시켰다. 또 부엌 한쪽에 딸린 다용도실의 문을 없애 수납공간을 넉넉히 확보했다. 건축 면적 총 37평(지상 27평, 지하 10평), 공사 기간 3개월, 공사 비용 약 4천만원, 시공 필 인테리어(02-463-9947)
집은 재산이 아니라 안식처 아들딸은 해외에 살고 부부만 오붓하게 살 공간이 필요했다. 재테크 수단이라거나 남에게 잘사는 것처럼 보이려는 위시도 전혀 없이, 그저 나이 든 부부가 살기에 한강과 공원이 가까이 있고 저렴한 쇼핑이 되는 고속터미널 지하상가가 있다는 점, 가톨릭성모병원도 가까워 합격점을 얻었을 뿐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집이 단순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결혼할 때부터 허리띠 졸라매가며 대출받아 아파트 장만하는 걸 보면 안타까워요. 아파트 관리비 때문에울상을 짓더라고요.” 그런 반면 이경애 씨의 집은 여름엔 3만 원, 겨우내 따뜻하게 지내도 난방비가 30만 원을 넘지 않는단다. 최근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집에 대한 전제는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모아서, 안되면 빚을 내서라도 몇 년 후에 시세 차익을 노려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경애 씨는 이사를 안 가고 한집에서 오래 살면 된다고 명쾌하게 답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2~3년마다 이사 갈 생각 때문에 금세 다른 집에 관심을 갖고, 집을 제대로 꾸미지도 못하고 산다고 덧붙인다.
1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베란다 공간. 자연을 즐기는 이경애씨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담긴 공간이다.푸른 대나무와 아름다운 꽃 화분들로 집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행복이 가득하다.
1층은 89㎡(27평), 지하 공간은 32.9㎡(10평) 정도로 1층에는 안방을 포함해 방 3개, 화장실 1개가 딸려 있다. 전에 살던 집주인이나 옆집은 지하 층은 월세를 내주었으나 이경애 씨는 계단을 설치해 함께 사용하는데 딸 내외가 가끔 친정을 찾을 때 게스트룸으로 내주기 위해서다. 이러한 이경애 씨만의 남다른 공간과 인테리어 감각은 집 안 곳곳에서 드러난다. 현관은 거실 공간 사이에 가벽을 세워 파티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다용도실은 과감하게 문을 없앤 후 수납공간을 늘렸다. 욕실에 샤워 부스를 설치하고 천장 높이까지 불투명한수납장을 짜 넣어 화장실이 하나여도 불편함이 없도록 했는데, 이 모두가 이경애 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한눈에 봐도 고급스럽고 분위기 있어 보이는 이 집에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레노베이션 공사를 맡긴 업체에서 6천만 원 가까이 제시한 견적서를 보고 연필로 그어가며 불필요한 항목을 지워 4천만 원가량으로 줄였다.
2 집주인은 반포동의 고급 빌라가 즐비한 경희빌라를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고쳐 산다.
3 지하 공간을 연결하는 계단 위로 푸른 정원이 액자 속의 풍경처럼 보인다.
“싱크대는 사재로 하고 인테리어 자재도 모두 국산으로, 값도 싸면서 깨끗해 보이는 제품으로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남편이 농반진반으로 우리 둘이 외출하면 집 안 보물이 다 나왔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해요(웃음).” 집은 재산이 아니라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이경애 씨는 자신의 집에 다녀간 이들이 후에 ‘나도 집 줄여야겠다’라고 하는 말을 전한다 한다. 집의 크기와 그 안에 무엇을 채우느냐보다 집주인이 문화와 자연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경애 씨는 반포동의 아담한 빌라에서 몸소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과잉 시대에 짐짓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십 년을 경영 經營하여 초려삼간 草廬三間 지여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風 한 간 맛져두고….” 이 시조의 구절은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4 before 다용도실의 문을 없애고 냉장고를 안으로 들여 수납공간을 확보해 공간 활용의 지혜를 더했다.
5 부엌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납에 힘을주었다. 싱크대 상부장은 2단으로 짜 넉넉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이닝 공간을 여유롭게 쓰고자 의자 팔걸이는 일반 길이보다 짧게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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