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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마이애미/바젤 2010 다시보기 가구, 예술 작품처럼 골라라
상업과 문화의 교집합에 꼭 들어맞는 장르인 가구는 최근 가장 빠르게 그 영역을 넓혀가는 예술 분야 중 하나다. 지난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Design Miami/Basel’은 상업과 예술 사이 그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아트 퍼니처를 한데 모은 자리. 아트 바젤 Art Basel과의 연계 전시를 통해 더욱 큰 성과를 거둔 전시 현장, 그 속에서 한국을 빛낸 9인의 작가를 만나보았다.

1 이삼웅 작가의 Octopus Chiar.
2 강명선 작가의 Refraction 03.
3 이헌정 작가의 Organic Blue Lighting.
4 최병훈 작가의 Afterimage 08-263.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현대 갤러리들의 관심사는 디자인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 한발 더 나아가 현대 컬렉터들의 가구에 대한 관심은 20세기 모더니즘 건축가의 작품에서 21세기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은 예술과 디자인을 결합한 현대 가구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다. 대량 생산 과정을 거친 디자인과는 차별화된 수공예 디자인, 스토리텔링이 더해진 ‘아트 퍼니처’만 선별해 소개한다. 올해 전시는 데이비드 길 갤러리 David Gill Galleries(미국), 크레오 갤러리 Galerie Kreo(파리), 콘트라스트 갤러리 Contrasts Gallery(상하이)를 포함해 국제적 명성을 갖춘 현대 갤러리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다는 성과를 거뒀다. 갤러리 서미는 올해 세 번째 참가로, 그동안 한국 아티스트의 작품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최병훈, 이헌정 씨를 비롯해 박종선, 정명택처럼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강명선, 김정섭, 권재민, 배세화 씨 등 성장 가능성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5 박종선 작가의 Maple Chair.

디자인과 예술 사이, 아트 퍼니처 이번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 출품한 한국의 현대 디자인 작품은 ‘섬세함과 대담함’ ‘자연미와 우아함’ ‘독창성과 절충성’으로 요약된다. 수려한 미감과 형태, 소재를 다루는 기술력으로 큰 호응을 얻은 창의적 디자인은 세계적 흐름과 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컬렉터는 나탈리아 오바디아 Nathalie Obadia. 파리의 유명 갤러리스트이자 아트 딜러로 활동하는 그는 파리 미술과 디자인 시장을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평소 최병훈 작가의 팬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지난해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페어에서부터 이헌정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보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올해 처음 선보인 세라믹 스툴에 매료되었는데 그릇이 아닌 가구로, 오브제로, 램프로 다양하게 변신한 세라믹은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화두이기도 했다. 도예와 조각을 바탕으로 한 조형적 완성도와 참신함으로 무장한 이헌정 작가의 실험적 작품은 오는 가을 뉴욕의 다운타운 R 갤러리 전시를 통해 해외에서도 만날 수 있다.


1 지난해 6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과 12월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베스트 부스로 선정된 갤러리 서미. 올해는 9명의 작가와 함께 전시에 참여했다.
2 디자인 마이애미는 국제 디자인의 실질적 토론의 장으로 상업과 문화의 융합을 보여준다.
3 올해는 세라믹과 조명 작품이 두드러진 활약을 선보였다.


“한국의 현대 디자인은 무척 신선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디자인과 달리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지요. 그와 동시에 가볍지 않고 깊은 문화와 정신이 배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시 디렉터 알렉산드라 커닝햄 Alexandra Cunnigham의 말이다. 그는 특히 최병훈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접하게 된 ‘비움의 미학’이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최병훈 작가는 해외에서 최고의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인물로,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국적 미니멀리즘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작품 ‘태초의 잔상’ 시리즈를 선보였다.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는 작가 박종선 씨도 빼놓을 수 없다. 간결한 선과 나무의 수종과 상관없는 매끈한 물성이 특징인 그의 가구는 미세한 흠집이나 본드 자국 하나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순도 100%의 완벽한 미감을 자랑한다. 혹자는 박종선 씨 가구에 사용한 나무 소재는 마치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한다. 호흡을 잃은 나무에 새로운 생명과 시간을 불어넣는 것처럼 말이다. 뉴욕 R20th 갤러리의 디렉터 에번 스나이더먼 Evan Snyderman 씨는 “한국의 디자인은 동양적 정서와 서양 디자인의 실용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젊고 신선한 세대의 현대화된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고. 정명택 작가의 ‘오리 라운지 체어 Ducking Lounge Chair’는 시소를 변형한 듯한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전시 내내 인기를 모았다. 김정섭 씨의 ‘버블 체어 Bubble Chair’ 역시 상식을 깨는 소재와 디자인으로 가구에 역동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삼웅, 강명선 작가는 한국의 혼이 담긴 전통 자개 소재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탈바꿈해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발산했다. 이는 한국적 디자인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기본 명제를 명쾌하게 실천한 예다. 한국의 전통 공예가 박물관에 있는 명품으로 머무르기보다 해외 컬렉터들이 찾는 세계적인 명품이 된다면 이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통 기술력을 보존,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빛낸 갤러리 서미 9인의 작가처럼 새로운 작품으로 재창조하는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알렉산드라 커닝햄의 의미 있는 말을 덧붙인다. “디자인은 우리의 삶, 즉 라이프스타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사람과의 교감이 가능해야 합니다. 전통적 방식을 빌리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목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 아닐까요? 우리가 지금 주목하는 것은 다름 아닌 ‘현재성’입니다.” 기존의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은 1920~40년대의 모더니즘 빈티지 디자인의 비중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시대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교감할 수 있는 컨템퍼러리 디자인 contemporary design을 부각시키고 있다. 올해 선정된 미래 디자이너에서 엿볼 수 있듯이 스토리텔링을 강조한 디자인, 하이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기능성 디자인이 이에 포함된다. 지금 샤를로트 페리앙의 가구에 열광하는 것처럼 오늘 잘 만든 디자인이 결국 후대의 빈티지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4 해외 부스 페리 루벤슈타인 perry rubenstein 갤러리.

갤러리 서미는 공예와 디자인, 디자인과 미술, 작가와 디자이너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특유의 멋과 색, 미적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와 작품을 세계 시장에 소개한다.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뉴욕의 R 20세기 갤러리, 파리의 다운타운 Downtown 등과 기획해 디자인 작가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리뷰 기사에 도움을 준 갤러리서미의 홍보 담당자 정승진 씨는 국내 아트 퍼니처에 대한 컬렉터들의 뜨거운 반응과 현지 전시 디렉터 인터뷰 등 생생한 현지 소식을 <행복>에 전해왔다. 부스를 찾은 많은 컬렉터들은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세세한 부분에까지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디자인 마이애미는 2005년 12월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처음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최고의 디자인을 한자리에서 소개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유럽의 17~18세기 가구부터 개념적, 실험적인 최첨단 디자인까지 한자리에 소개하는 장으로 매해 6월에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전시를, 12월은 디자인 마이애미 전시를 개최한다.


이지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