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명 기구로 포인트를 준 카페 같은 다이닝 룸. 2 아이의 책상은 문에서 가장 먼 위치에 배치해 방문을 여닫을 때마다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했다. 3 끝이 꺾이는 구조의 복도. ‘죽은 공간’에 수납장을 짜 넣어 실용성을 더했다. 왼쪽 중문을 거실 바닥재와 같은 톤으로 맞춰 공간이 한층 넓어 보인다.
주방, 집의 중심이 되다 1993년에 지은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49평(161.9㎡) 아파트. 집주인 손민경 씨는 올 초 3층에 살다 같은 동 16층으로 이사를 했다. 이유는 단 하나. 고층으로 올라가면 집 뒤편에 펼쳐진 중앙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당에서 이런 전망을 갖춘 집을 만나기가 쉽지 않죠. 아침저녁으로 나무를 보며 차를 마시고 책을 읽어요. 남편의 일과 아이 교육 때문에 도심을 떠날 수 없는 저희 부부에게 이 전망은 충분한 대리 만족을 안겨주었습니다.” 미누디자인 김민주 실장은 이 같은 집주인의 전망에 대한 애착을 고려해 새로운 공간을 디자인했다. 먼저 집의 중심을 거실에서 주방으로 옮기고, 주방 면적을 거실과 동등하게 확보했다. 가족이 거실에서 TV를 보며 지내는 시간보다 주방에서 식사나 다과를 즐기며 보내는 시간이 더 많고, 이 집만의 수혜인 전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은 지 오래된 집이어서 부엌이 턱없이 좁던 차에 김민주 실장은 조리 공간과 다이닝 룸을 분리하고, 그 사이에 중문을 달아 넉넉한 주방 공간을 확보했다. 조리 공간은 병렬형 구조로 작업대 뒤편에 냉장고를 배치하고 벽면에는 천장까지 키 큰 장을 짜 넣어 한결 여유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이웃집에서 갑작스레 놀러 와도 언제든 중문만 닫으면 얼굴 붉히며 어질러진 부엌을 가리거나 치울 필요가 없다. 주로 세탁실로 이용하는 보조 주방은 워낙 공간이 좁기도 하고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별도의 문을 달지 않았다. 혹시라도 보조 주방에서 외풍이 들어오면 부엌과 다이닝 룸 사이에 있는 중문을 닫으면 그만이다.
1 분당 중앙공원을 한눈에 조명할 수 있게 디자인한 테라스. 부부가 즐겨 이용하는 집 안의 작은 카페다. 2 본래 드레스 룸이 이어져 있던 다소 기능성이 떨어지는 큰방에 미닫이문을 달아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했다. 3 아이 방 문에 마련해놓은 동그란 창문.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가족의 레노베이션 만족도를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트렌드보다 실용성이 우선이다 “분당에 거주하는 주부들의 요구 사항은 거의 비슷해요. 장식을 많이 하지 않은 편한 집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지요. 한 번 고쳐서 10년은 불편함 없이 살아야 하니 유행보다는 실용성이 먼저지요.” 이럴 때 김민주 실장이 권하는 것은 내추럴 스타일이다. 이 집의 경우, 잘 고른 바닥재가 내추럴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한몫했다.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원목 마루보다는 긁힘에 강한 합판 마루를 사용했다. 그중에서도 김민주 실장이 선택한 쏘네마루의 빈티지 합판 마루는 자연스러운 질감이 멋스러워 내추럴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조리 공간에는 위생상 타일을 깔았지만, 다이닝 공간에는 거실과 같은 마루를 사용해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었다. 주방의 중문도 합판 마루처럼 결이 살아 있는 느릅나무를 사용해 공간이 한층 넓어 보인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은 부부는 어느새 창고 하나가 부족할 만큼 살림살이가 늘어났다. 이번 레노베이션을 하면서 욕심 낸 것 중 하나가 집 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수납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일직선으로 가다가 코너에서 꺾이는 독특한 복도 구조를 이용해 ‘죽은 공간’과 다름없는 곳에 널찍한 수납장을 짜 넣었다. 식구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마음이 편안한 집. 거기다 늘어난 살림살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스마트한 수납공간까지. 이것이 김민주 실장이 제안하는 기능성을 살린 내추럴 하우스다. 디자인 및 시공 김민주(미누디자인)
전문가가 짚어주는 레노베이션 성공 비법
트렌드보다는 디자이너의 조언에 귀 기울여라 최신 외국 잡지를 디자이너에게 제시하며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것도 좋지만, 편안한 집을 꾸미려면 무엇보다 일반 가정집 공사를 많이 해본 디자이너의 조언을 귀담아듣는 것이 필요하다.
기왕이면 ‘지역성’을 띤 디자이너를 선택하라 집주인보다 아파트 구조를 더 잘 아는 디자이너를 만나면 레노베이션 성공 확률을 50% 더 높일 수 있다. 많이 해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 앞동, 뒷동, 옆동 등 같은 평수의 집을 여러 차례 레노베이션하며 시행착오를 거쳤기 때문에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동네에서 입소문 난 사람을 찾아라.
가족을 감동시키는 디자인을 고려하라 공사 초반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막상 적잖은 돈을 들여 공사를 마치고 나니 식구들이 이러저러한 불평을 늘어놓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디자이너에게 남편이, 아이가 감동할 만한 디자인을 고려해달라고 미리 부탁하는 것이 좋다. 집 안 곳곳에서 드러나는 디자이너의 배려에 레노베이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아이 방 인테리어에는 무엇보다 위트가 필요하다. 아이 방 문에 창문을 내보자. 아이는 자기 방이 우주선 같다며 상상의 날개를 펼칠 것이며, 엄마는 언제든 방에 있는 아이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실용적인 내추럴 스타일 레시피
● 내추럴 스타일로만 전체 공간을 꾸미면 자칫 밋밋한 느낌이 들 수 있으니 공간에 적절한 포인트를 연출해야 한다. 이 집의 경우 전체 소재와 컬러가 나무와 베이지 톤이었기 때문에 전혀 상반되는 느낌의 스틸 소재로 장을 짰다. 독특한 색감이나 모양의 문고리를 달아 포인트를 주고, 곳곳에 컬러풀한 가구와 소품을 매치해 공간에 생동감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