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감성 아이디어] 나무에게 예술을 묻다
삶이 예술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이 어디 사람의 일이기만 할까요. 대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삶이 드라마고 예술이지요. 우리는 자연에서 인생을 배우고 예술을 배웁니다. 지나온 삶을 고스란히 제 안에 아로새긴 나무.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고통이든 즐거움이든, 결국은 아름다운 결과 빛깔로 삶의 흔적을 남기는 나무가 곧 예술입니다. 나무의 일생이 오롯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목물 12점을 모았습니다. 작은 나무 그릇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가구 장인 조지 나카시마의 작품까지, 나무의 드라마를 시작합니다.

나무의 세월
거대한 고목의 나뭇결은 한 편의 서사시다. 대자연 속에서 나무가 지내온 세월 그 자체다.
20세기의 대표적인 가구 장인 조지 나카시마는 “나무는 부분 부분 다 저마다의 운명과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는 그 의미를 표출해줌으로써 나무에 제2의 인생을 찾아준다”라는 말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표현하기도 했다.
일체의 장식을 배제하고 나무의 옹이, 결과 선 등을 그대로 살린 호두나무 테이블은 조지 나카시마 디자인으로 인엔에서 판매.


(왼쪽) 나무의 소리
나무로 만든 울림통으로 퍼져나가는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
캐스터네츠와 목탁처럼 나무와 나무가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맑고 단아한 소리.
나무와 나무가 만들어내는 소리, 나무와 선율이 만나 공명하는 소리. 슥삭슥삭 대패질 소리, 뚝딱뚝딱 망치질 소리, 목수가 나무를 다듬는 소리조차 부드럽고 온화하다.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 씨는 가구를 만들 듯 나무로 소리를 만들어냈다. 음의 발생과 증폭, 반사와 울림이라는 소리의 과정을 목공 작업으로 풀어냈다.
티볼리 오디오와 진공관 앰프를 결합한 단풍나무 오디오는 갤러리 서미에서 판매.

(오른쪽) 나무의 마음결
보드랍고 산뜻하고 보송보송한 촉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이다.
나무의 감촉은 사람의 손길을 닮았고 그 온기는 사람의 체온을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평화로운 감촉은 벌거숭이 나무토막이 목수의 땀방울과 손길을 수없이 만나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이드테이블을 대신할 수 있는 널찍한 팔걸이가 달린 라운지 체어는 조지 나카시마 디자인으로 인엔에서 판매.


(왼쪽) 나무의 부활
1백 년이 넘은 시골집을 허물어서 나온 소나무 기둥이나 마루판재가 새로 짓는 집의 기둥이 되고 마루도 된다. 한 귀퉁이가 망가져서 더 이상 건축재로 쓸 수 없는 고재가 솜씨 좋은 목수를 만나면 식탁도 되고 의자도 된다. 쓸모없는 폐목재가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만나 아트 퍼니처로 새롭게 부활했다.
1990년부터 스크랩우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피에트 하인 이크 Piet Hein Eek. 그는 일련의 시리즈 작업을 통해 재활용 목재에서 새로운 미감과 기능을 찾아냈다.
피에트 하인 이크의 암체어는 에이후스에서 판매.

(오른쪽) 나무의 꿈
나무꾼은 숲에서 사는 나무의 생명을 끊지만 목수는 그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매만지고 두들겨보고 이리저리 살피며 목리를 이해하는 목수는 나무의 쓰임을 고민한다. ‘오늘도 나는 나무에게 묻는다. 그리고 귀 기울인다. 넌 무엇으로 되살아나고 싶은가.’ 나무가 지닌 천성을 이해하는 목수는 과장된 기교나 장식을 배제하고 간결한 선과 단순한 형태 안에 나무의 아름다움을 얌전하게 담아낸다.
짜 맞춤 방식으로 나무못을 박아 만든 단풍나무 테이블은 박종선 씨 작품으로 갤러리 서미에서 판매.


(왼쪽) 나무의 빛깔
달빛을 받은 자작나무 숲은 은빛으로 반짝이고 물오른 여름 대나무는 싱그러운 풀빛을 머금는다.
세상의 모든 나무는 다른 빛깔을 품는다. 맑은 크림색의 단풍나무, 홍조를 띤 벚나무, 먹물을 들인 듯 검은빛을 타고난 흑단….
나무의 속살은 빛깔도, 무늬도 같은 것이 하나 없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조차 빛깔과 무늬를 달리한다.
회색 나뭇가지와 검은색 함지박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비스듬한 각으로 나무를 켜서 밝은 색 변재와 검붉은 심재가 드라마틱한 무늬를 만들어내는 장미나무 트레이는 모두 M3에서 판매.

(오른쪽) 나무의 성숙
숲 속의 나무는 베는 순간 성장을 멈추지만, 목수에 의해 하나의 목물로 태어나면서 숙성이 시작된다.
나이테와 옹이로부터 비롯된 나뭇결이 숲에서 성장한 세월의 흔적이라면 오래된 목물의 깊고 그윽한 광택은 나무와 사람이 함께해온 시간의 흔적이다. 매일같이 쓸고 닦고 어루만질수록 더 깊고 아름다운 빛을 보여주는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헌것이 되는 인공의 재료와 달리 흐르는 세월과 함께 보물이 된다.
호두나무로 만든 롤 커버에서 연륜이 느껴지는 빈티지 제도 책상은 조지 넬슨 디자인으로 1961년 허먼 밀러사에서 제작했다. 인엔에서 판매.


나무의 미각
나무 그릇은 도자기나 유리, 금속 재질처럼 차갑지도,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도 않을뿐더러 플라스틱처럼 끈적이지도 않는다.
나무 그릇은 온화하고 조용하고 산뜻하다. 기능적으로는 숨을 쉬는 천연 소재라 음식 맛이 쉬 변하지 않아 좋다.
나무 그릇은 천연 성분으로 마감한 것을 선택한다. 사용한 후에는 흐르는 물에 재빠르게 씻어내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 건조시키는 등 관리가 중요하다.
칼 손잡이와 칼집을 원목으로 만든 식도 세트와 유기적인 디자인의 나무 볼은 10꼬르소꼬모에서 판매.
물푸레나무로 만든 접시와 트레이, 올리브나무로 만든 에그 홀더와 스푼, 저장용기는 모두 데일스포드 오가닉 제품.



나무의 숨결
나무의 숨결에는 숲에서 전해오는 맑고 깊은 향기가 배어 있다. 편백나무나 시더우드처럼 향이 진한 나무는 목재로 가공을 해도 그 향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시더우드는 향기가 좋을 뿐 아니라 탈취 기능과 좀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옷장이나 신발장에 넣어두면 좋다.
시더우드 오일은 긴장완화와 소염 효과가 있어 아로마 오일로 활용한다. 은은하게 숲의 향기를 전해주는 시더우드 스툴은 천연 방향제에 다름 아니다. 통나무를 그대로 잘라 만든 스툴은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의 변화에 민감해 순간적으로 나무가 갈라지고 틀어지기도 한다. 이 자연스러운 불안정성이 이 스툴의 진정한 매력이다.
시더우드로 제작한 나파 스툴은 에이후스에서 판매.



나무는 제각기 다르다

장미나무 Rosewood 검은 줄무늬가 있는 적갈색 나무로 강하고 단단하여 충격에도 강하다. 예전에는 가구용재로 많이 쓰였으나 요즘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1950년대 전후로 제작한 북유럽 빈티지 가구를 보면 고급 제품의 경우 장미나무 무늬목을 사용한 경우가 많다.
벗나무 Cherry 단단하면서도 면이 곱고 매끄럽다. 다루기 쉬워 글자를 새기기 좋고, 무르지 않고 잘 썩지도 않아 목판을 만들어 두고두고 쓸 수 있다.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 경판은 산벗나무로 만든 것이 가장 많다. 가구 서랍이나 문에 붙이는 장식을 만들 때도 활용한다.
느티나무 단단하고 굵게 자라는 데다 무늬가 좋아서 예로부터 목재 중 으뜸으로 쳤다. 휘거나 뒤틀리는 법이 없고 벌레도 잘 먹지 않는다. 울림이 좋아 악기통으로 만들기도 하고 집을 지을 때 기둥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듯 좋은 목재를 얻으려면 느티나무가 1백 년 이상 자라야 한다.
호두나무 Walnut 호두나무 목재는 매끄럽고 윤기가 있으면서 질기고 단단하다. 탄력도 좋고 물에 젖어도 갈라지거나 틀어지지 않는다. 큰 판재로 쓰기도 하지만 각재로 켜서 가구 뼈대로 쓰는 일이 더 많다. 호두나무는 기름기가 많아서 대패로 밀면 윤이 난다. 단단하면서도 무겁지 않아 예전에는 비행기나 배를 만들 때 사용했다고 한다.
참죽나무 참죽나무는 단단하면서 휘거나 뒤틀리지 않아 가구 기둥감으로 아주 좋다. 나이테가 뚜렷해서 나뭇결도 아름답다. 목재는 분홍빛이 나면서 윤기가 흐른다. 옛날부터 좋은 목재로 여겼지만 너무 단단해서 쓰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연장이 좋아져 쓰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강원도에서 자란 참죽나무를 좋은 목재로 친다.
물푸레나무 Ash 단단하고 무겁다. 동시에 탄력이 있어 예전에는 농사 연장을 만들었고 요즘에는 야구방망이나 테니스 라켓, 스키 같은 운동기구를 만드는 데 애용한다. 아름드리로 잘 자란 물푸레나무는 나이테가 뚜렷하고 무늬가 아름다우며 윤기도 있다.
참나무 Oak 무겁고 단단하다. 나이테 한가운데 사방으로 흰 줄이 뻗어 있는데 이런 방사 조직이 참나무의 특징이다. 방사 조직을 따라 잘 쪼개지기 때문에 주로 몰딩재와 단판재로 사용한다. 백참나무와 붉은 참나무 등이 있으며 고급 가구를 만드는 데는 주로 백참나무를 사용한다.
흑단 흑단은 감나무속 나무다. 인도네시아 남부와 스리랑카가 원산지인 상록수. 무겁고 단단해서 오래전부터 장식용으로 사용했다. 고대 이집트 무덤의 조각품을 만드는 데도 쓰였고 16세기에는 고급 장식장에 많이 쓰였다 한다. 전통적으로 체스의 검은 말은 흑단으로 만들었다.
단풍나무 Maple 나뭇결이 예쁘다. 나무가 크게 자라지 않아 쓸 만한 판재를 얻기가 쉽지 않다. 좋은 무늬를 살려 작은 가구를 만들거나 다른 목재에 무늬목으로 붙여서 많이 쓴다. 단단하지만 무겁지 않아 피아노 건반 머리나 테니스 라켓, 볼링 핀을 만들 때 쓴다. 해인사에 있는 <고려대장경> 경판 일부와 충남 갑사 <월인석보> 판목이 단풍나무다.

김성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