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소 디자이너 이선영 씨의 내추럴한 작업을 한눈에 보여주는 듯한 칼레이도 입구.
2 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유진 씨와 공동 작업한 ‘셰이프 나인 백’
3 아틀리에 한 쪽에 마련한 책장. 인테리어 관련 다양한 자료들이 꽂혀 있다.
4 가로수길에 소박한 작업실 겸 숍을 새로 낸 디자이너 이선영 씨.
이선영 씨의 작업실 디자인 스튜디오 칼레이도 Kaleido의 이전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고!” 외마디 비명이 절로 나왔다. 아동복 디자이너로 활동할 때부터 최근까지 20여 년간 애지중지 모아온 패브릭을 어떻게 모두 이고 지고 이사했을까, 그 번거로움과 고생스러움이 눈앞에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리넨 커튼, 쿠션은 물론 여행지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터져나갈 듯한 트렁크에 다시 끼어 넣고 만 앤티크 패브릭들. 천에 대한 욕심이라면 그이 따라갈 만한 사람이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선영 씨의 이전 작업실은 ‘패브릭 박물관’을 방불케 했다. 작업실 이전 이유를 묻자 사려 깊은 대답이 돌아온다. “작업실은 왠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감을 주는 것 같아요. 일터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오지 못하죠. 미리 약속 시간을 정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것이 누구든 아무 때나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숍 개념의 작업실을 새로 마련한 가장 큰 이유예요.” 칼레이도 작업실은 보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 감각 지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화이트 컬러를 주조색으로 내추럴하게 꾸민 공간에서 이선영 씨 특유의 따스함과 함께 손맛이 배어나온다. 페인트로 칠해 멋을 낸 다홍빛 벽면은 공들여 몇 번의 칠을 거듭해 완성한 공간으로,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유독 색을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유럽 디자이너들이 감각적이라고 평가를 받는 것은 어려서부터 색을 마음껏 쓰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새로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저라도 마음껏 색을 써서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선영 씨는 패브릭 디자인은 물론 인테리어 디자인으로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이른바 ‘이선영 스타일’을 원하는 몇몇 클라이언트의 간절한 바람으로 시작된 일이 이제는 그녀의 이름 앞에 ‘전방위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를 달아놓은 것.
5 ‘아름다운 형태’라는 뜻의 칼레이도를 상징하는 로고들. 제품 포장 시 하나씩 붙여준다.
6 이선영 씨가 만든 다양한 패브릭 제품. 어머니의 품같이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 이유진 씨가 그린 작품 ‘키위새’.
최근에는 옛 기무사 터에 새로 이전한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센터에서 전시 준비에 한창이다. 오래전부터 에코 백 작업을 해오던 그이지만, 특히 올해 현대백화점과의 작업으로 ‘이선영표 에코 백’이 대중에게 좀 더 많이 알려지면서 더욱 바빠졌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센터에서 열릴 전시 역시 에코 백에 관한 것이다. 10월 19일부터 45일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선영 씨의 딸인 일러스트레이터 이유진과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한 에코 백 외에도 디자이너 이지영 씨와 그래픽 디자이너 조현진 씨 등이 만든 다양한 에코 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위해 이선영 씨가 아트센터 인테리어 디자인도 직접 진두지휘한다. 과거에 군사 시설로 사용하던 건물이 문화 시설로 탈바꿈해 화제가 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 분관. 고루함을 벗어던지고 재미나면서도 에코 개념을 더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한국인의 손맛은 세계적으로도 익히 정평이 나 있잖아요.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에코 백 하나씩은 꼭 사갈 수 있도록, 한국을 대표하는 에코 백을 만들고 싶습니다.” 디자이너로서 결코 적지 않은 나이, 이선영 씨는 이 작업실 오픈을 계기로 기존 작업에 새로운 시작 ‘제2막’을 알린다. 앞으로 이선영 씨는 패브릭 제작은 물론 원단을 가지고 커튼, 침장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 항균 솜, 세탁이 가능한 베갯속 등 높은 퀄리티의 패브릭 관련 제품도 엄선해 소개한다. 문의 02-518-6564
- [아름다운 작업실] 디자이너 이선영 씨 패브릭에 따스하고 소박한 감성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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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선영 씨의 디자인은 얇은 광목 한 필과 꼭 닮았다. 소박하면서 따뜻한 감성의 디자인은 그의 심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가 20여 년간 애지중지 모아온 다양한 패브릭을 한자리에 풀어놓았다. 디자이너로서 2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한 숍이자 작은 아틀리에인 가로수길의 칼레이도. 그곳을 구경하러 가보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