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실은 마음이 쉬어가는 공간이다. 복잡한 일상의 분주한 마음에서 벗어나 쉬어갈 수 있는 여유. 현대인에게 다실이 필요한 이유다. 고로 다실은 간결해야 한다. 잡다한 물건이나 과도한 장식이 눈과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아야 한다. 2009 한국스타일박람회에서 찾은 ‘여름 다실’은 여백이 느껴지되 차갑지 않고, 정교함이 있으되 어지럽지 않은, 몸과 마음이 쉬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물 위에 떠 있는 정자를 떠올리게 하는 부스 디자인은 이번 박람회의 예술감독인 디자이너 마영범 씨가 맡았다. 한지를 이어 붙여 벽과 바닥을 만들었는데, 바닥에 조명을 밝히니 한지의 입체적인 직선 패턴이 빛과 만나 물결을 표현한다. 다실은 한지와 빛으로 마감한 바닥에서 50cm 정도 공중에 띄워 설치했다. 바닥을 띄우고 캐노피만 세워 만든 다실의 스타일링은 멱 컬렉션 김윤경 대표가 맡았다. 그는 먼저 한지와 빛이 어우러져 물결을 만드는 바닥에 분청 작가 김정옥 씨의 오리 작품을 진열해 다실 밖으로 자연 풍광을 연출했다.
여름 다실인 만큼 내부는 전통적인 여름 소재들로 꾸몄다. 검은색 오죽을 발처럼 엮어 상판을 얹은 찻상, 모던한 디자인의 강화 화문석 매트, 한지로 만든 다기장 등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가시게 하는 소재들이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색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칠로 마감한 붉은색 개다리소반으로 공간에 악센트를 주었다. 다실은 명상의 공간인 만큼 여백의 미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장식을 절제하고 많은 물건을 들이지 않았지만, 자칫 공간이 단조로워 보이지 않도록 물건의 선택에 공을 들였다. 전통 재료나 솜씨가 갖고 있는 특색을 살리되 모던하고 단순하게 디자인에 변화를 준 것들이다. 다실에서 상쾌한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진다. 콩기름 장판지와 옻칠 한지 매트 등에서 배어나오는 이 향기는 천연 방향제에 다름 아니다. 기능적으로 보면 코리안 스타일은 ‘친환경’이다. 모든 것이 천연 소재일 뿐 아니라 옻칠의 경우 그 자체가 살균, 방부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들기름을 먹이고 옻칠로 마감한 한지로 만든 방석과 매트, 내부를 옻칠로 코팅한 방짜 유기, 박 표면에 옻칠을 더해 만든 오브제, 옻칠로 마감한 테이블・・・. 스타일링을 맡은 멱 컬렉션 김윤경 대표는 다양한 옻칠 제품으로 다실을 꾸몄는데, 이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코리안 스타일의 기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1 멱 컬렉션 김윤경 대표가 디자인한 오죽 티테이블.
2 외국인들이 더 좋아하는 주칠 개다리소반.
3 여름 다실 꾸밈에 좋은 지장. 왼쪽 검은색 장삭품은 박에 옻칠을 해서 만들었다.
4 도자기로 만든 베개를 층층이 쌓아 멋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도자기 베개는 분청작가 김정옥 씨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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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멱 컬렉션 김윤경 대표“사용해보고 먹어보고 그 속에서 생활해보아야 디자인이 나온다.” 멱 컬렉션 김윤경 대표가 언제나 주장하는 바다.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전통 재료를 사용하고 솜씨와 멋을 누려보지 못하면 그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없다는 것. 더 나아가 평생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전통문화를 경험해왔기에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 디자인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현대 생활에 맞는 디자인으로 전통의 맥을 잇고자 김윤경 씨는 2002년 ‘멱 컬렉션’을 시작했다. 오랜 해외 생활로 서양 것을 알고 나니, 일찍이 우리 것이 눈에 들어오더라는 김윤경 대표. 그는 이번 한국스타일박람회에 멱 컬렉션에서 개발한 제품들로 여름 다실을 연출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