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파사드. 이전에 있던 그릇 가게의 골조를 그대로 활용했다.
“좋은 음악이 있고, 맛있는 커피가 있고, 마음껏 사색하고 대화할 수 있으며, 그러다 졸리면 엎드려 잠도 잘 수 있는 곳이 바로 카페죠. 가끔은 딸아이를 데려와 일을 할 수도 있고 직원들을 불러다 일할 수도 있고. 카페는 곧 제 일과이기도 해요.”
카페 인테리어 디자인을 주로 하는 조연희 씨는 카페 예찬론자다. 커피를 너무 좋아해 카페라는 공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카페는 그에게 일터이자 휴식처이며 여가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겨울 방배동에 카페 ‘파사드’를 열었다. 직접 디자인하고 운영까지 하는 곳으로 친근함과 편안함으로 꽉 채워진 공간이다. 카페 비하인드를 비롯해 그가 홍대 앞에 유행시킨 일련의 카페 스타일과는 또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이곳은 원래 도자기 그릇 가게가 있던 자리로 조연희 씨는 기존의 선반이나 구조를 뜯어내지 않고 재사용하는 길을 택했다. 많은 지출이 따르는 인테리어 작업은 모두 뜯어내고 고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연희 씨가 운영하는 또 하나의 카페가 있다. 방배동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그랑 부아’라는 아주 작은 카페다. 8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을 매일 조금씩 손보며 2주 만에 단장한 곳으로 메뉴라고는 커피와 빵 두 가지, 타르트 하나가 전부일 정도로 소박하게 출발한 공간이다.
(왼쪽) 장난 삼아 만들어본 영수증 받침대. 영수증에 서명할 때 사용하는 용도로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디자이너란 항상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직업이잖아요. 항상 다른 사람의 요구에 맞추어 작업하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처음에는 너무 좋더군요. 그러나 막상 작업에 들어가니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잘 몰랐어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결론은 최대한 심플하게 내렸다. “완벽한 디자인을 의도하기보다 제가 만족할 수 있고 애정을 갖고 계속 손볼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자신이 원하는 바를, 굳이 이유를 달지 않고도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내 공간을 직접 만들어 경험해보니 고객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좋아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죠.” 이런 작업은 일이라기보다는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워주는 일종의 여가와도 같은 것이다. 카페란 누구나 찾아와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디자이너가 즐거운 마음을 담아 작업한다면 그 안에 있는 이들에게도 그 기운이 전달된다. 입과 눈과 귀와 몸이 다 같이 즐거운 공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 조연희 씨에게 꼭 필요한 휴식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오른쪽) 가끔 아이를 데리고 이 카페에 오면 선반 아래로 돌아다니느라 바쁘다고 한다. 카페는 아이에게도 즐거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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