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âteau Corbin
(왼쪽) 생테밀리옹에 자리 잡은 샤토 코르뱅. 봄이면 장미가 만개해 꽃대궐을 이룰 것이고, 거위가 한가롭게 거닐 것이다. 이곳 와인은 향이 깊고 맛이 깔끔한 여성적인 터치가 특징. 생테밀리옹 지역의 와인이 파워풀해 10~15년 정도 기다렸다 마시는 게 보통이지만 샤토 코르뱅은 5~6년만 지나도 마실 수 있는 여성적인 와인이다.
(오른쪽) 식사 후 커피를 준비해 거실로 나오던 샤토 코르뱅의 주인 아나벨 크뤼즈 바르디네 씨가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는다.
1, 2 그가 직접 준비한 점심 테이블. 주요리인 레드 와인 소스의 닭구이에 샤토 코르뱅 2000년 빈티지를 곁들였다.
3 은쟁반에 받친 색색의 에스프레소 잔이 그의 감각을 단번에 보여준다. 생테밀리옹 특산품인 아몬드와 설탕으로 구운 마카롱을 곁들였다.
우아한 아르데코풍 저택 샤토 코르뱅 Château Corbin
샤토 코르뱅은 생테밀리옹에서 크랑 크뤼 등급을 받은 55개 샤토 중 하나. 프랑스 여성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나벨 크뤼즈 바르디네 Anabelle Cruse Bardinet 씨는 이곳 주인이자 와인 마스터다. 남편과 세 자녀와 살면서 샤토 안팎의 살림을 책임지는 스마트한 여성이다.
언제 이곳에 둥지를 틀었나? 샤토 코르뱅은 1924년 증조모가 구입해 3대째 여자들이 후계자로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1998년에 할머니에게 이곳을 물려받은 뒤 가족과 함께 여기서 살고 있다. 아이들은 근교 학교에 통학하고, 남편은 보르도 시내로 출퇴근한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면 도시가 낫지 않나? 오히려 아이들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이곳을 택했다. 내가 어렸을 때 메도크 Medoc 지방의 포도밭에서 살았는데, 그 시절이 가장 풍요롭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또 생테밀리옹이 있는 리부르네 Libourne 지역에는 좋은 학교도 많다. 포도밭 일도 돕고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살 수 있는 것이 오히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로, 아내로, 샤토 주인으로 사는 당신의 하루 일과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 출근 준비를 돕고, 아이들을 차에 태워 등교시킨다.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옆 사무실로 출근한다. 양조장에서 발효와 숙성 상태를 확인하고 사무실 운영과 고객 관리, 서비스 등을 점검한다. 봄에는 와인 병입, 여름에는 포도밭 관리, 가을에는 포도 수확으로 바쁘고 겨울에는 주로 손님 대접을 한다. 약속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점심 식사를 아주 짧게 한 뒤 오후 5시면 칼퇴근해 아이들 하교 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일 년에 5~6주는 가족 여행이나 홍보 여행을 다닌다.
4 깔끔하고 우아한 그의 분위기를 빼닮은 리빙 룸.
5 귀여운 세 자녀와 함께. 왼쪽부터 피에르(9세), 다이앤(11세), 앙리(3세).
6 대물림한 실버 커트러리류.
샤토가 당신 인상만큼이나 우아하다. 집 안을 채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우리가 이 샤토에 짐을 풀었을 때는 30년 동안 비어 있던 상태였다. 남편도 나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앤티크 숍이나 경매를 통해, 또는 여행 중에 가구나 소품을 구해 살림을 채워나갔다. 전체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아르데코 스타일이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은식기와 커트러리, 촛대 등 추억이 묻어 있는 물건도 많다. 한 번에 세팅하는 것은 재미 없다. 공간에도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어린 두 남매가 차분하게 식사를 서빙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가정 교육의 일환인가? 훗날 내가 떠나면 자식들이 이 포도밭을 얻게 되겠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은식기에 담겨 나오는 음식처럼 그냥 얻는 것은 없다. 아이들에게 ‘너희가 남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항상 이야기해주고, 이것은 행운이 아니며,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는 끊임없는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가사도 돕게 하고, 포도밭에서도 일하게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와인을 만드는 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메도크 지방에 정착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열다섯 살 때 이미 와인 메이커가 되기로 결심했고, 와인 제조 전문가에게 주는 오놀로그 자격증을 갖고 있다. 한 해 한 해 포도주를 만들 때마다 새 아이를 얻는 기분이다. 와인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행위에 대한 기쁨을 느낀다.
주소 33330 Saint-Emilion 전화 33 (0)6 12 04 33 75 홈페이지 www.chateau-corbin.com
빅토리아 스타일의 핑크빛 고성 샤토 루덴 Château Loudenne
메도크 지방, 지롱드 강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17세기 스타일로 지은 샤토 루덴. 핑크빛 샤토 주변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포도밭과 오래된 장미 정원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메도크 지방 최고의 전망을 선사한다. 라프라제트 씨 부부 역시 아름다운 풍광에 첫눈에 반해 샤토 루덴의 주인이 되었다. 우리가 방문하던 날 국기 게양대에 걸려 바람에 나부끼던 태극기에서 이곳 안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조용조용한 말씨와 푸근한 인상의 안주인인 마리클로드 라프라제트 Marie-Claude Lafragette 씨는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5대째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 집안에서 자랐다. 1974년 장 폴 라프라제트 씨와 결혼해 딸 둘을 두었다. 둘째 딸이 출산 예정이라 부부는 곧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고 했다.
샤토에서 중세의 향기가 느껴진다. 샤토 루덴의 역사는 언제부터인가? 샤토 루덴은 1730년에 시작됐고, 우리 가문이 이 샤토를 소유한 건 2000년이다. 15개 룸은 전형적인 영국 빅토리아 스타일로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다. 한때 영국인이 소유했기 때문인데, 우리도 그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오랜 세월이 깃들어 유래와 사연을 간직한 것만큼 평화로움을 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여기 있는 앤티크 가구나 소품은 기존 샤토에 있던 것들과 우리 가족이 갖고 있던 것, 경매나 여행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예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보르도 상인이만들어 팔았던 가구를 다시 구입해 온 것도 있다.
1 라프라제트 씨 부부.
2 영국 빅토리아풍의 리빙 룸.
샤토 호텔로 더 유명한데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샤토에 사람이 없으면 죽은 것과 다름없다. 살아 있는 느낌이 좋다. 와인을 나누며 사람을 맞이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숙박과 식사, 작은 모임이나 유아 세례, 소규모 결혼식 등의 장소로 이용할 수 있고, 샤토에서의 귀족 같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로맨틱한 장식으로 꾸민 침실에서 마법 같은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이곳에서 30년 이상 머문 솜씨 좋은 아주머니 셰프가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 남편은 장 보고 음식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여기서 강변으로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선착장이 있는데 그곳에는 신선한 해산물과 제철 재료가 풍부하다. 하지만 이곳이 호텔은 아니지 않은가. 소수의 사람만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지낼 수 있도록 샤토의 규모만큼은 넓히고 싶지 않다.
샤토 안주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연스러움. 이곳을 찾는 이가 스스로 주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손님들과 이야기하고 같이 식사하는 것도 즐기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딸 플로랑스는 와인 메이커로 유명하고, TV에서 요리 프로까지 진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한다던데. 6대째 와인을 만드는 가문이니 그 피가 어디로 가겠는가. 샤토 루덴의 와인 메이커로서 열정적으로 일한다. 최근 프랑스에는 여성 와인 메이커의 강세가 두드러지는데, 플로랑스도 그중 한 명이다. 메도크 지역 네 명의 젊은 여성 와인 메이커로 구성된 ‘레 메도켄 Les Medocaines’의 멤버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여자가 카브에 들어오면 와인이 상한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내 생각엔 여성의 예민한 입맛이나 섬세한 감성은 와인을 만드는 데 오히려 플러스가 된다.
3 샤토 루덴의 와인. 로제 와인 PINK를 비롯해 화이트와 레드 와인 모두 생산한다.
4 마리클로드 씨는 음식부터 잠자리까지 세심하게 손님을 배려하는 안주인이다.
5 마법 같은 고성에서의 하룻밤을 경험할 수 있는 침실. 블루・핑크 톤의 방에는 앤티크 책상과 옷장, 침대 등이 놓여 있다.
와인을 만들어보니 어떤 매력이 있나? 나누는 기쁨 때문에 마음에 평안을 주는 직업인 동시에 인내심을 요하는 직업이다. 와인을 숙성・보관하는 동안 계속해서 맛을 봐야 하기에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매년 미묘하게 달라지는 와인 맛은 기다림의 대가를 충분히 보상한다. 누군가는 내가 만든 와인을 2~3년 내에 빨리 마실 것이요, 누군가는 15~20년을 보관했다가 천천히 마실 것이 기에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는 복잡미묘한 직업이다. 코냑은 매년 한결같은 맛을 내는 게 매력이라면, 와인은 매년 맛이 달라지는 게 매력이다.
샤토 루덴 와인의 특징은? 메도크의 큰 샤토 중에서 처음으로 화이트 와인을 시작했다. 물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조건이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좋은 테루아(와인 맛을 결정짓는 토양의 기운)는 흘러가는 물을 바라본다. 화이트 와인은 대체로 오래 보관하기 힘든데, 샤토 루덴의 화이트 와인은 오래 보관했다 마셔도 좋다.
당신에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것이 행복이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가족이 있다. 그다음에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곳을 찾는 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아마도 루덴 와인이 모두를 행복에 취하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주소 33340 Saint-Yzans-de Medoc 전화 33 (0)5 56 73 17 80 홈페이지 www.lafraget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