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수북이 쌓인 톱밥과 벽면에 나란히 꽂힌 연장, 그 옆에 걸린 여러 장의 ‘본’. 이 방은 전통 목가구를 만드는 소병진 씨의 작업실이다. 어느덧 45년째 나무와 함께 지내며 한길을 걸어온 그는 스스로를 자연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한다. 1992년 대한민국 명장, 소목장 제1호가 된 그는 주로 전주장을 만든다. 나무 판재 한가득 쌓인 작업실에는 ‘나무에 예방주사 맞히는 방’이 있다. 연탄 난로 하나를 에워싸고 나무가 쌓여 있는 방이다.
그가 만드는 가구의 절반은 시간이 빚어내는 것. 장 하나 만드는 데 자그마치 20년이란 세월이 필요하다. 나무를 베어다 15년 동안 비바람 맞히고 추위, 더위 다 견딘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난로를 피워놓은 방에 3년간 보관한다. 그는 이 과정을 “나무에 예방주사 맞히는 거야. 요즘은 다들 아파트에 사는데 나무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는 찜질방이나 다름없지. 공들여 만든 가구가 아파트에 살면서 틀어지고 그러잖아. 그래서 난로 피워놓고 내성을 키워주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렇게 나무가 단련되며 뒤틀리지 말라고 공들이고, 온전한 형태를 갖도록 공들이고, 벌레 생기지 말라고 식물성 기름까지 발라주면 드디어 하나의 가구가 완성된다.
1 목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의 하나가 바로 대패. 대패만 수십 개는 있을 텐데 그는 손가락만 한 작은 대패를 따로 모아놓았다.
2, 3 소병진 씨는 주로 전주장을 만드는데 전주장은 장식에 굴곡이 없이 평평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자연스러운 나뭇결이 목가구의 매력이듯 그의 전주 장에도 나뭇결이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게 드러나있다.
아무리 정성이 담겨도 재료가 좋아야 제 맛. 그래서 그는 오래된 한옥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집주인과 함께 세월을 보내며 단련된 나무만큼 좋은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한옥이란 닦으면 닦을수록 가치를 발하는, 끊임없이 사람 손을 타야 하는 집이 아닌가. 단련하고 길들이기, 또 이 과정을 거치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아날로그가 아닐까 싶다. 그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가구 만드는 기술이 좋아져도 사람의 손과 시간이 단련시킨 가구만큼 정이 가는 것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너머로 목수 일을 배워 전주장도 만들고, 국새 國璽 인계함까지 만들었다.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점점 장과 농이 필요 없어진다지만, 그는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다. 그의 아들도 아버지의 업을 이어가고 있다. 살아 있는 나무를 만지는 것만큼 사람에게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냐고 한다. 나무가 세월 속에 단련되듯 사람도 나이를 먹으며 연륜이 생기고 완숙미를 갖게 되는데 그는 나무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었다. 소병진 씨는 ‘기계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세상에 바보’라 할지라도 사람과 세월이 빚는 아름다움은 포기할 수 없다 한다.
4 대패와 톱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이곳에서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가구를 만든다.
5 나무 판재로 둘러싸인 작업실에 선 소병진 씨.
6 전통적인 방식의 도구를 직접 만들어 구멍을 뚫고 있다.
그가 만드는 가구의 절반은 시간이 빚어내는 것. 장 하나 만드는 데 자그마치 20년이란 세월이 필요하다. 나무를 베어다 15년 동안 비바람 맞히고 추위, 더위 다 견딘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난로를 피워놓은 방에 3년간 보관한다. 그는 이 과정을 “나무에 예방주사 맞히는 거야. 요즘은 다들 아파트에 사는데 나무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는 찜질방이나 다름없지. 공들여 만든 가구가 아파트에 살면서 틀어지고 그러잖아. 그래서 난로 피워놓고 내성을 키워주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렇게 나무가 단련되며 뒤틀리지 말라고 공들이고, 온전한 형태를 갖도록 공들이고, 벌레 생기지 말라고 식물성 기름까지 발라주면 드디어 하나의 가구가 완성된다.
1 목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의 하나가 바로 대패. 대패만 수십 개는 있을 텐데 그는 손가락만 한 작은 대패를 따로 모아놓았다.
2, 3 소병진 씨는 주로 전주장을 만드는데 전주장은 장식에 굴곡이 없이 평평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자연스러운 나뭇결이 목가구의 매력이듯 그의 전주 장에도 나뭇결이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게 드러나있다.
아무리 정성이 담겨도 재료가 좋아야 제 맛. 그래서 그는 오래된 한옥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집주인과 함께 세월을 보내며 단련된 나무만큼 좋은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한옥이란 닦으면 닦을수록 가치를 발하는, 끊임없이 사람 손을 타야 하는 집이 아닌가. 단련하고 길들이기, 또 이 과정을 거치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아날로그가 아닐까 싶다. 그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가구 만드는 기술이 좋아져도 사람의 손과 시간이 단련시킨 가구만큼 정이 가는 것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너머로 목수 일을 배워 전주장도 만들고, 국새 國璽 인계함까지 만들었다.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점점 장과 농이 필요 없어진다지만, 그는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다. 그의 아들도 아버지의 업을 이어가고 있다. 살아 있는 나무를 만지는 것만큼 사람에게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냐고 한다. 나무가 세월 속에 단련되듯 사람도 나이를 먹으며 연륜이 생기고 완숙미를 갖게 되는데 그는 나무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었다. 소병진 씨는 ‘기계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세상에 바보’라 할지라도 사람과 세월이 빚는 아름다움은 포기할 수 없다 한다.
4 대패와 톱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이곳에서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가구를 만든다.
5 나무 판재로 둘러싸인 작업실에 선 소병진 씨.
6 전통적인 방식의 도구를 직접 만들어 구멍을 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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