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가드닝_꿈꾸는 정원사 이동협의 정원 일기 11월, 봄의 정원을 준비하는 시간
정원사에게 11월은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올해의 정원을 정리해야 하는 동시에 내년의 정원을 설계하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꿈꾸는 정원사 이동협 씨에게 가을 정원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고 실행해야 하는 것들을, 천리포수목원 최창호 씨에게 11월에 미리 준비해야 하는 봄의 전령사, 구근식물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워 봅니다.
“우리는 자연이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은 미친 듯이 앞을 향해 떠밀며 나아가고 있다. 자연은 단지 가게 문을 닫고 블라인드를 내렸을 뿐이다.하지만 그 내부에서, 자연은 이미 새로운 상품을 풀고는 선반이 축 처질 정도로 가득 채우고 있는 중이다. 친구여, 이것이 진정한봄이다. 지금 행해지지 않는 것은 4월이 되어서도 행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발아의 형태로 여기에 있다.” -카렐 차페크의 <초록숲, 정원에서 온 편지> 중에서

체코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며 오랫동안 정원을 가꾸었던 카렐 차페크는 11월의 정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주변의 숲과 나무가 깊게 물들어 가고, 정원의 활엽수가 이파리를 하나, 둘 차례로 내려놓아 마음마저 허하고 스산해지는 늦가을에 이 무슨 소리인가 하시겠지만, 정원사에게 11월은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카렐 차페크의 글은 바꾸어 말하면 11월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 봄을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이자 격문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주는 것만큼 받는다’ 라는 상식은 정원에서 더욱 철저하게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외형적으로 봐서는 낭만적인 일이지만, 우리가 정원에서 아름다움과 평화, 위안의 시간을 얻기 위해서는 정원을 가꾸는 이들의 노동은 물론이며, 정성과 사랑, 원예와 조경에 대한 정보와 기술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11월은 올해의 정원을 정리하는 동시에 내년의 정원을 설계해야 하는 중요한 달입니다. 정원의 정리는 첫서리가 오기 전에 관엽식물이나 사초류, 추위에 약한 상록초화들을 집 안으로 들여놓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다음은 낙엽과 시든 잎에 대한 정리입니다. 떨어진 잎들은 무조건 쓸어서 버리는 것은 아니고, 구근 심은 자리나 초화의 보온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잎이 시든 초화이지만 겨우내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잘라버리기보다는 텅 빈 겨울 정원의 볼륨을 유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으며, 그 진가는 눈이 왔을 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11월이면 정원 정리와 새로운 구상에 바쁜지라, 정작 정원사도 자기 정원이 아니고서는 단풍 구경을 떠날 겨를이 없습니다 . 이처럼 일상에 대한 정리가 바빠서 단풍 구경을 가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잠시 틈을 내어 우리 곁에 있는 단풍이라도 감상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다음은 가을 전정(가지치기)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책 한 권 분량만큼 내용이 많지만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한 해 동안 자라서 서로 부딪치거나 미관상 복잡한 부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가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단 자르지 말아야 하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수국의 마른 가지가 보기 싫다고 몽땅 잘라버린다면, 이듬해 물론 새로운 가지가 나오겠지만 꽃을 볼 수가 없겠지요. 새 가지에서는 꽃눈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지치기까지 끝난 후에는 이제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나무들을 새끼로 감싸거나 천으로 덮는 보온 조치를 해야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목백일홍이나 감나무, 목서, 호랑가시나무 등이 추위에 약합니다. 수국 같은 경우 경기도와 강원도에서는 뿌리는 얼지 않으나 가지가 얼어 이듬해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보온조치가 필요한 초화류입니다. 마지막으로 봄에 심은 구근들을 캐내야 합니다. 달리아, 백합, 아이리스, 아마릴리스, 칸나 등 추위에 약한 구근식물은 마른 줄기를 잘라내고 그늘에 말려 이듬해 봄에 다시 심기 위해 냉장보관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같이 정원의 정리가 끝나기가 바쁘게 다음 해의 정원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작업을 마쳐야 합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12월이 되면 땅이 딱딱하게 얼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정원사 입장에서 정원은 자신의 감각을 표현하는 살아 있는 캔버스이자 전시장이기도 합니다. 한 해 동안의 정원 가꾸기에서 식물의 생육 조건이나 색상과 모양의 조합이 맞지 않은 것을 기억해 두고, 이 시기에 조정해야 합니다. 이런 일이 즐거운 상상이나 고민일 것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창작이라는 작업은 그 결정의 순간까지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여러분도 아실 것입니다. 새롭게 집단장 할 때 벽지 한 장 고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정원을 홀로 서성이거나, 오랫동안 우두커니 서서 정원을 접었다 폈다 하는, 이런 상상과 방황의 시간은 아마 다음 해 3월까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1 폼폼형(원형 방울)달리아.
2 천리포수목원의 봄언덕.
3 수선화 구근.


11월의 가드닝 코치, 구근식물 심기
수목과 다년생 초화는 가을을 놓치면 내년 봄에 심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봄을 알리고 이른봄의 화단을 수놓을 수선화, 튤립, 크로커스, 스노드롭(설강화), 레이코줌, 알리움 등의 구근식물은 이 가을에 심지 못하면 다시 기회가 없습니다. 화원에서 키운 수선화를 감상할 수는 있겠지만, 얼었던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새잎과 꽃대를 바라보며 느끼는 반가움, 생명의 작은 떨림, 카타르시스는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새봄의 전령사인 구근식물의 꽃을 보시려면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어떤 종류와 색상의 구근을 심을 것인지 결정하고 재빠르게 식물원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구근을 파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인지라 늦게 가면 이미 물건이 떨어져 허탈하게 돌아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근식물이란? 보통 뿌리라고 불리는 곳은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생장시키기 위해 영양분을 저장해놓는 역할을 합니다. 뿌리의 모양은 식물마다 그 습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데, 구근球根식물이란 식물의 잎이나 줄기 또는 뿌리의 일부가 둥그런 구 모양으로 비대해져서 그 속에 양분을 저장할 수 있는 식물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구근식물은 봄에 심어서 여름에 꽃이 피는 것과 가을에 심어서 봄에 꽃이 피는 것으로 구분하는데, 전자를 춘식春植 구근, 후자를 추식秋植 구근이라 합니다. 춘식 구근식물은 겨울의 추위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꽃이 지고 난 가을에 흙에서 캐내어, 잘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심어줍니다. 달리아, 아마릴리스, 글라디올러스, 아네모네, 꽃무릇, 백합 등이 이에 속합니다. 추식 구근식물은 늦봄에 구근을 캐내어 보관했다가 가을에 다시 심어 이듬해 봄에 꽃을 감상합니다. 추식 구근식물로는 수선화, 크로커스, 히아신스, 설강화, 무스카리, 튤립 등이 있습니다.


4 튤립.
5 여름 정원의 달리아. 달리아는 배수가 잘 되고 햇살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이 좋다.


어디서 많이 자랄까요? 구근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이 지역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습하고 여름에는 덥고 건조하며, 특히 봄이 짧다는 것입니다. 구근식물은 자라는 습성에 따라 크게 네 지역으로 원산지를 분류합니다. 첫째, 북아메리카, 북유럽, 시베리아, 중국 북부 지역, 일본 등입니다. 겨울에 서리가 지속되며 눈이 많은 지역입니다. 물론 여름에도 적당히 비가 오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자생종으로 설강화, 크로커스, 실라, 일부의 백합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둘째, 서유럽, 터키, 이란, 중앙아시아, 캘리포니아 등 입니다. 높은 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겨울에는 온도가 낮고 여름에는 건조한 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자생 구근은 낙엽활엽수의 그늘 아래나 초본식물이 자라난 다음에 꽃을 피우는 것이 대부분으로, 일부 크로커스, 구근 아이리스, 일부 튤립, 패모 등이 있습니다. 셋째, 칠레, 남아프리카, 지중해,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의 지역으로, 최저 평균 온도가 영하 5℃ 정도 유지되는 곳입니다. 보통 이 지역의 식물은 우리나라에 들어 왔을 때 노지에서는 잘 자라지 못해 온실에서 키워야 하는 식물입니다. 일부 시클라멘, 튤립, 라넌큘러스, 패모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넷째, 히말라야, 드라켄즈버그, 남아프리카 산악지대, 칠레 등의 지역으로 여름에 습하고 겨울에는 건조한 지역입니다. 이곳에서 자라는 구근은 천남성, 크로커스미아, 다이에라마 등이 있습니다.


6 수선화는 깔때기와 꽃잎 색의 조합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어디에, 어떻게 심을까요? 구근식물은 종류에 따라 화단, 나무 그늘 아래, 화분 등 심는 곳이 달라집니다. 이는 특정 구근 식물의 원산지 생육 조건을 참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화단이나 정원에 심는 것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구근 크기 2배 이상의 깊이에 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흙은 물 빠짐이 좋은 것을 선택합니다. 정원에 심는 경우라면 아예 잔디 밑에 심는 게 좋습니다. 잔디가 보습을 유지해주기에 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습니다. 크로커스나 설강화, 미니수선화 등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의 환경과 생육 조건이 비슷한 종이 좋겠지요. 다음으로 나무 밑에 심어야 하는 것입니다. 식물원이나 수목원을 방문해보았다면 나무 밑에 심은 구근식물을 보았을 것입니다. 나무 밑에 심는 구근은 약간의 그늘에서 꽃이 아름답게 피거나, 햇빛에 많이 노출이 되었을 때 잎에 상처가 나는 것입니다. 구근식물을 큰 나무 아래 심게 되면 나무의 뿌리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습니다. 바람에 의한 피해로부터 보호받고, 나무 뿌리로 인해 온도와 습도 등 생육 환경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이에는 설강화, 시클라멘, 히아신스, 일부 백합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용기에 심는 것이 있습니다. 용기에 심는 구근식물은 대부분 우리나라 겨울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종류입니다. 물론 관상용으로 구근식물을 종류에 상관없이 화분에 심어 기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환경적인 간섭을 받다 보니 식물이 힘들어하겠지요?

물은 언제 주나요? 대부분의 구근식물은 다른 식물에 비해 뿌리 또는 덩이 줄기에 충분한 수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을 많이 주지 않더라도 건조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는 말이지요. 구근을 심고 난 후, 또는 거름을 뿌린 후에는 물을 충분히 주되, 그 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면 구근식물의 물 주기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잎이 많이 나왔을 때나 꽃이 피었을 때는 되도록 물을 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꼭 주어야 할 상황이라면 꽃이나 잎에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1 크로커스.
2 글라디올러스.


번식은 어떻게 하나요? 구근식물은 종족 보존을 위해 자체 내에서 몇 가지 일을 벌입니다. 야생하는 구근식물은 씨앗을 만듭니다. 또는 구근 주위에 자기와 비슷한 새끼들을 만들거나 잎사귀와 가지가 맞닿는 부분에 새끼들을 만들기도 합니다. 씨앗이 생기지 않는 원예종 구근식물은 자체에서 자기와 똑같은 새끼들을 만들어 종족을 보존합니다. 구근식물의 번식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종자 번식입니다. 열매가 익어갈 시점에 종자를 채취합니다. 겉껍질을 벗긴 후 그늘에 약간 말려 보통 9~10월에 파종합니다. 파종 용토는 물이 잘 빠지는 토양에 완전히 부숙된 거름을 약간 섞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파종 후 흙이 마르지 않도록 짚이나 왕겨 등으로 피복시켜줍니다. 이듬해 봄에 싹이 트면 화분에 옮겨서 1년 정도 기른 뒤에 밖에 심으면 됩니다. 둘째, 영양 번식입니다. 영양 번식은 주로 원예종에 많이 이용합니다.

원예종은 종자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영양 번식에는 스쿠핑scooping, 치핑chipping, 스케일링scaling법이 있습니다. 스쿠핑법은 구근 아래쪽의 뿌리 부위를 칼이나 굽은 숟가락 등으로 구근 높이의 4분의 1정도 둥글게 도려냅니다. 도려낸 구근을 모래를 담은 상자에 상처 부위가 위로 향하게 배치한 후 반그늘에 놓아두면 8월 하순부터 9월 상순에 절단면에 자구가 형성이 됩니다. 스쿠핑법을 쓰면 자구子球가 많이 달리기는 하나, 성구가 되기까지 4~5년이 걸립니다. 치핑법은 구근의 뿌리 부위를 잘게 쪼개어 번식시키는 방법입니다. 쪼갠 구근을 습기가 있는 질석(흡수성과 이온 교환성이 뛰어난 점토 광물로 원예용 배양토로 많이 사용되며 화원이나 농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에 넣어두면 껍질과 껍질 사이에 자구가 형성이 됩니다. 스케일링법은 비늘 줄기를 하나씩 떼어 내 습기가 있는 질석에 넣어두어 뿌리를 내리게 하는 방법입니다. 스쿠핑법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식물은 히아신스이며, 치핑법은 수선화?설강화?꽃무릇 종류들이 있으며, 스케일링법은 주로 백합류에 많이 쓰입니다.

구근을 캐면 어떻게 보관하나요? 구근식물은 보관과 관리만 잘하면 해마다 아름다운 꽃을 계속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가을에 미리 심어 봄에 꽃을 감상하는 추식 구근식물이 많습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히아신스, 수선화, 크로커스, 무스카리 등 추식 구근식물은 꽃이 지고 난 뒤 잎이 반쯤 시들기 시작할 때 구근을 캐냅니다. 이 시기는 대략 6월 초쯤 되는데, 흙에서 캐낸 구근은 꽃대를 자르고 흙을 잘 털어 양파 주머니에 넣어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3개월 정도 말립니다. 적당히 말린 구근은 신문지에 싸서 4℃정도 되는 냉장고에 45일 정도 보관해두었다가 9~12월 사이에 심으면 됩니다. 서리가 심한 지역은 지푸라기, 퇴비 등을 땅 위에 씌워 서리를 막을 수 있도록 합니다.

구근식물의 번식법

1 백합 줄기의 씨눈.
2 스노우드롭의 종자번식. 실제로는 흙을 완전히 덮는다.
3 스쿠핑법



1, 2, 3, 4 수선화 구근의 치핑법.


 1, 2, 3, 4 백합 구근의 스케일링법.


1, 2 춘식 구근인 아마릴리스 구근의 보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