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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들이 사는 법]코펜하겐의 트렌드가 살아 있는 '로얄 카페' 모던한 전통 펑키한 클래식
코펜하겐 시내 한복판에 유난히 북적이는 카페가 있다. ‘로얄 카페’가 그곳인데, 일단 들어가보면 카페 이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로얄’이지만 새롭게 해석한 왕실 문화가 담겨 있으며, ‘카페’이지만 여느 카페와 다른 의미가 있다. 우선 전통을 모던하고 세련되게, 클래식한 디자인을 펑키하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로얄의 재해석이며, 덴마크의 요즘 시티 라이프를 카페 공간에 집약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카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코즈모폴리턴적인 디자인 카페 덴마크 사람들에게는 왕실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서 도드라진다. 이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덴마크 명품 자기 ‘로얄 코펜하겐’이다. 그런데 코펜하겐 시내에 있는 로얄 코펜하겐 플래그십 스토어 건물이 최근 더욱 북적이기 시작했다. 작년 5월 이곳에 새롭게 들어선 ‘로얄 카페 Royal Cafe’ 때문이다. 현지 사람부터 관광객까지, 2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찾는 도심의 새 명소가 되었다.

독특한 점은 로얄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이곳에 단순한 카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곳을 찾은 20대 여성 제이미 씨는 “덴마크 도시 문화의 최근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카페”라고 말한다. 그 트렌드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녹여내는 감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로얄 카페는 전통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녹여낸 카페이고, 바로 이 점은 요즘 도시인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일치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각광을 받는단다.

루드 크리티안센Rud Chritiansen 씨와 로 오스테르고르Lo Ostergaard 씨는 연인이자 로얄 카페를 함께 연 사업 파트너다. 이들은 세계를 두루 여행하며 쌓은 안목을 활용해 덴마크의 현재 모습을 트렌디하게 보여주면서도 전통을 계승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루드 씨는 출장을 간 상태여서 로 씨가 오랫동안 세심하게 준비한 이 공간을 안내했다.

1 로얄 카페 내부. 유리 공예 브랜드 홀메고르의 샹들리에, 프리츠한센 사가 특별 제작한 다리가 긴 앤트 체어 등 덴마크 디자인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온갖 가구와 소품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2 창밖으로 야외 테이블이 보인다. 
3 이곳은 앉는 자리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이곳이 애초에 사람들의 이목을 끈 이유는 로얄 코펜하겐의 식기를 사용해 음식을 서빙하기 때문이에요. 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어? 분위기가 고풍스럽지만은 않네?’ 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지요. 로얄 코펜하겐 그릇에 ‘스무쉬’라는 이곳만의 독창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거든요” 스무쉬란 ‘스뫼뢰 브뢰’라는 덴마크 전통 음식과 일본 초밥인 ‘스시’를 결합한 작고 예쁜 오픈 샌드위치다. 일본 음식 애호가이자 셰프 못지않은 요리 솜씨를 자랑하는 루드 씨가 개발한 이곳의 대표 메뉴다. 스뫼뢰 브뢰란 ‘뭔가 바르고 뭔가 올리다’라는 뜻이다. 얇게 썬 짙은 갈색의 호밀빵에 버터를 바른 뒤 소금과 식초에 절인 청어나 훈제 연어, 새우 등 원하는 것을 올려 먹는 음식이며 ‘오픈 샌드위치’의 원조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이 음식을 구식이라며 기피하곤 한다. 호밀빵이 워낙 큼직해 하나 먹으면 금방 배가 부르기도 하다. 반면 스시는 크기도 작고 위에 얹는 재료가 다양해 골라 먹는 맛이 있다. 그래서 스뫼뢰 브뢰를 스시처럼 먹기 쉽고 친근하게 만든 음식이 바로 스무쉬다. 루드 씨는 “한입 크기의 빵에 해산물이나 미트볼 등을 아기자기하게 얹은 스무쉬는 음식에 디자인 개념을 대입한 작품”이라 자부한다. 눈요기가 되면서 맛과 영양 면에서도 모두 훌륭해 덴마크 사람들뿐 아니라 전 세계 손님들에게 하루에 3백 개 이상 팔린다고 한다.


테이블 아래에 그린 일러스트가 경쾌하다.

덴마크 대표 브랜드가 총출동한 인테리어 음식뿐 아니라 인테리어에서도 덴마크 디자인의 현대적인 파워를 느낄 수 있다. 카페 정면에 걸린 거대한 샹들리에는 덴마크의 유서 깊은 유리 공예품 브랜드, 홀메고르Holmegaard에서 만든 작품이다. 프리츠 한센사의 앤트 체어는 로얄 카페의 조금 높은 테이블에 맞게 다리가 긴 버전으로 새롭게 제작했다. 덴마크 디자인 하면 뱅앤올룹슨도 빠질 수 없다. 여러 손님들이 함께 앉는 긴 테이블 옆 벽면에 벽걸이형 뱅앤올룹슨 오디오를 설치했다. 한쪽에서 말하는 소리가 다른 손님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기 위함이다. 덴마크 왕실을 모티프로 그림 그리는 화가 에바 스팅겔이 그린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회화도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음식, 인테리어와 함께 이곳을 특색 있게 하는 것은 각종 디자인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로 씨는 “인테리어 소품, 문구류, 액세서리 등을 소개하고 있어요. 선별 기준은 덴마크와 관련된 제품이거나 발상이 유머러스해서 손님을 기분 좋게 해야 한다는 점이지요”라고 설명한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이렇게 진열된 소소한 제품까지 둘러보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손님들은 나이 불문하고 ‘신선하다’ ‘펑키하다’며 반긴다.


1 로얄 카페의 공동 주인인 로 씨. 여행하며 전 세계를 두루 다녀본 경험을 토대로 손님의 흥미를 끌 만한 카페를 만들게 되었다.
2 손님 눈에 잘 띄지 않는 공간에도 주인장의 정성이 엿보인다. 실내를 장식했던 꽃이 제 수명을 다하자 거꾸로 말려두었는데, 오래된 건물 벽돌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위트 있고 모던하게 차려입은 덴마크식 디자인 공간에서 반전의 즐거움을 또 하나 누릴 수 있다. 바로 로얄 코펜하겐 제품 중 가장 값비싸기로 유명해 주로 왕실에서 소장한다는 ‘플로라 데니카’ 라인 식기에 커피와 케이크를 맛볼 수 있는 티 세트(1인당 2백 크로네, 한화 약 44만 원)다. 가장자리를 톱니 모양으로 정교하게 장식하고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덴마크의 야생 식물을 그려 넣은 플로라 데니카에 음식을 맛볼 기회는 예약을 해야만 누릴 수 있다. 어느 멋진 남자는 아내와의 결혼 기념일에 이 티 세트를 예약하기도 했다. 한 번쯤 부드러운 크림과 24K 금가루가 뿌려진 진한 커피가 담긴 플로라 데니카 커피잔을 장갑 낀 종업원들로부터 서빙받는다면 그날이 특별하게 기억되지 않을까.

“제가 만들고 싶은 ‘행복이 가득한 카페’요? 유머 있고 신선한 발상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하는 카페죠. 손님들에게 늘 유쾌한 자극제가 되기 위해 철마다 메뉴가 바뀌고, 인테리어나 소품이 조금씩 달라질 겁니다.”

로얄 카페를 찾아가려면
우선 조지 젠슨, 일룸 볼리우스, 로얄 코펜하겐 숍으로 대표되는 코펜하겐 시내로 진입한다. 메인 로드 중간 즈음에 로얄 코펜하겐 숍이 있고, 건물 뒤편으로 난 골목으로 들어가면 로얄 카페가 있다. 대표 메뉴인 스무쉬를 비롯, 샌드위치, 샐러드 및 각종 차와 와인 등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는데 메뉴는 계절마다 바뀐다. 스무쉬의 경우 1피스에 45크로네(한화 약 1만 원), 3피스에 1백20크로네 (한화 약 2만 6천 원)이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각각 오후 6시와 5시까지 문을 연다. 문의 +45-3814-9527,
www.theroyalcafe.dk, lo@hellohello.dk 주소 Amagertorv 6, 1160 Copenhagen, Denmark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