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디자이너 김치호의
2 LG 하이막스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유럽 작가의 작품.
3, 5 조나 토르토나Zona Tortona에서 열린 전시장의 휴식 공간과 조명 장식.
4 전시회에 참여한 신진 디자이너의 조명.

6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본 전시장.
지난 4월 16일부터 21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 이 행사는 크게 밀라노 근교 로 피에라Rho Fiera(코엑스 같은 페어그라운드)에서 열리는 국제가구박람회와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디자인 행사로 나뉜다. 업계 관계자들이라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꼭 봐야 하겠지만, 일반인이라면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들만으로도 디자인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렇게만 해도 5박6일이란 시간은 부족하기 짝이없다. 로 피에라에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열띤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젊은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경험할 수 있고 시내로 나가면 가구·제품·패션·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숍과 레스토랑, 뮤지엄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어 그야말로 온 도시가 디자인 축제의 장이다. 이들에게 디자인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즐기기 좋은 유희의 수단이며 문화적 행위이자 예술적 행위이다.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낮에는 전시회로, 밤에는 시내 곳곳의 쇼룸에서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이곳 밀라노에 있는 것만으로도 디자인에 중독된 듯하다. 게다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그들의 제품과 평소엔 앉지도 만지지도 못하던 가구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으니, 디자인 보는 눈을 키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1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전시된 펜던트.
2 , 4, 7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책장 디자인의 등장.
3, 6 인체를 육감적으로 디자인에 응용한 의자들에서 디자이너의 재치가 엿보인다.
5 조나 토르토나에 전시되었던 독특한 디자인의 화장실 부스.
월드 디자인 스타들의 경연장 세계적인 디자인 박람회를 돌아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앞서가는 브랜드는 그 브랜드(회사)의 고유성을 내세우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이들이 특정 트렌드를 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특정 디자이너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는 해마다 여러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짝지어 작업하고 그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가 많음에서 알 수 있다. 유독 그해에 인기가 많았던 디자이너들을 보면 그해의 디자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올해 두각을 나타냈던 디자이너 중에서도 국가별 대표선수라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꼽는다면, 개최국 이탈리아의 대표선수로는 마리오 벨리니, 안토니오 치테리오, 파비오 노벰브레 등이 있겠고, 일본은 요시오카 도쿠진, 프랑스의 필립 스탁, 네덜란드의 마르셀 반더스, 영국의 제스퍼 모리슨 등이 있다. 이들 디자인의 공통점을 굳이 꼽는다면 ‘휴머니티’다. 유머가 살아 있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디자인. 시대를 막론하고 휴머니즘은 디자인의 중요한 화두지만 한편으로는 디자이너가 쉽게 간과하게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비슷한 연령대의 두 디자이너 파비오 노벰브레와 요시오카 도쿠진을 비교하면 이탈리아 디자인과 일본 디자인의 차이점을 엿볼 수 있는데, 이 둘은 각각 신소재와 신기술을 활용한 실험적인 디자인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노장의 힘을 보여준 디자인계의 거장 필립 스탁. 그의 인기는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여전했는데, 올해에는 특별히 친환경 도시를 추구하는 밀라노 시를 위해 풍력 터빈을 만들고 있는 회사와 함께 미래지향적인 풍차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삼성전자의 디자인 고문으로도 활동하며 세계 제품 디자인 시장을 이끌고 있는 영국의 제스퍼 모리슨은 비트라와 함께 그 특유의 심플한 라인이 살아 있는 의자를 디자인해 화제가 되었다.

모양 아닌 하드웨어로 승부를 건 주방가구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는 주방가구 전시와 조명 전시가 한 해씩 번갈아가며 열린다. 올해는 주방가구 전시회가 있는 해로, 선보인 주방가구들은 저마다 하드웨어의 우수함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수납장 문을 여닫는 방식에 힘을 주고 있었다. 최대한 주방이 깔끔하게 보이도록 싱크대와 수납장을 큰 문 안에 숨기는데, 그 큰 문을 어떻게 안전하고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는지를 놓고 기술력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또한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기 위해 일자형, ㄱ자형, 아일랜드형 같은 주방가구의 기본 평면에 변화를 주어 원형에 가까운 페닌슐라형을 선보이거나, 비스듬한 ㄱ자형, 싱크대 바로 앞에 벤치와 다이닝 테이블을 놓아 그것이 아일랜드이자 다이닝 테이블이 될 수 있게 했다. 싱크대 수전에서는 수도꼭지 끝에 LED 전구가 내장된 수도꼭지가 많이 사용되었고, 수전은 원 터치가 아닌 고전적인 방식을 주로 채택해 수도꼭지 양쪽에 핸들을 놓아 물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포겐폴과 자동차 브랜드 포르쉐의 디자인 명성을 이어 다양한 소품을 선보이고 있는 ‘포르쉐 디자인’이 함께한 주방가구는 기술과 디자인이 결합한 미래적인 주방의 모습을 보여주며 주방가구에도 컬래버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주었다. 아마도 시상을 한다면 이들의 제품이 인기상을 거머쥐었을 것이다.

1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디자인한 미래지향적인 욕실.
2 전시장 내 부스 전경.
주거공간 디자인의 종착점, 욕실 이제 남은 공간은 욕실이다. 주거의 마지막 숨은 고지. 그만큼 욕실을 바라보는 디자이너들의 시선도 다양했는데, 특히 욕실을 하나의 유니트 가구로 제안하는 움직임들이 돋보였다. 욕조, 변기, 세면대 등이 각각의 가구가 아닌 하나의 일체형 가구이듯이. 또한 욕실 제품에 사용된 소재들도 나무와 돌처럼 자연적인 소재가 많이 보였고, 주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전의 형태와 방식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론 아라드와 프랑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욕실 브랜드 테우코Teuco가 함께한 프로젝트를 보면 이 모든 변화 양상이 하나로 응축된 미래지향적인 개념의 욕실인데, 론 아라드는 벽면에 원형을 그리며 도는 욕조로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욕실 브랜드 아가페에서는 다양한 수전과 욕실 평면을 선보였는데, 그중 벽면에 부착된 수전이라든지 욕조와 세면대가 하나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기능적인 공간처럼 제안된 것 등을 볼 수 있었다.


3 독일의 대표적인 가구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카시나를 위해 디자인한 의자.
4 LG 하이막스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

5, 6, 7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밀라노 전시장에 전시되었던 전주 온 브랜드, ‘파크+유’의 사이드 테이블, 박재우 씨의 도자기 의자와 LED 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