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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소통의 기술, 촉감
고뿔 걸려 누운 밤, 열 오른 이마를 몇 번이고 짚어보던 엄마 입술, 붉은 꽃잎의 눈물 같았던 첫 키스, 볼을 스치던 11월의 밤바람, 내 몸을 밀고 세상에 내려온 아이의 말랑한 몸…. 이렇게 몸에 새겨진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몸의 기억, 몸의 자극, 바로 우리가 ‘촉감’이라 부르는 이 미묘한 감각이 2008년의 새로운 세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가장 뜨거운 커뮤니케이션의 기술로 ‘촉감’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드러난 뇌’로 불리는 ‘피부’를 통해 받아들인 자극이 ‘촉감’입니다. 온기와 감촉이 손에 전달되는 순간, 말초 감각에 변화가 생기고 마음에까지 피드백을 만들어내는 것이 촉감이지요. 보거나 듣는 것과 달리 촉감은 지금 여기에 두 사람 또는 두 사물이 실재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감각입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자기 몸으로 무언가를 느끼는 것, 그 안에서 힘이 센 울림을 만들어내 정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루어내는 것이 바로 ‘촉감’입니다.

사람의 감각 중 촉각은 나이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피부의 온기와 손의 감촉이 둔감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람이라는 생명체가 죽을 때까지 타인과, 타자와 접촉하고 느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실제로 배우자와의 이혼이나 사별 후에 남겨진 사람이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합니다. 남성은 아내가 사망한 후 겨우 6개월 정도 후에, 여성은 남편이 사망한 후 2~3년 사이에 사망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하는데, 의학자들은 ‘촉감’이라는 천연 진통제의 부재를 그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만지고 만져진다는 것. 만지고 싶고 만져지고 싶다는 욕구는 사람을 살게 하는 강력한 필요 조건 중 하나가 아닐까요.

만지기, 안아주기, 쓰다듬기는 힘이 센 천연 치료제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촉감을 이용한 ‘터치 케어’가 정신과적 치료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고, 시각장애인의 인공 촉감으로 가상현실을 그려내는 신기술 ‘햅틱스haptics’도 과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영민한 브랜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촉감 마케팅’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손가락 근육과 촉감만으로 7백 가지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BMW의 ‘i-Drive’ 다이얼 기술, ‘그녀의 속살처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용자가 살짝 건드리면 터치 패드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켜지는 LG ‘초콜릿폰’, 손목 받침대 부분을 골프 공처럼 잔물결무늬 형태로 만든 소니 ‘바이오 C’ 시리즈…. IT 분야의 ‘촉감 마케팅’ 전쟁은 거셉니다. 그야말로 ‘손끝을 지배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인간의 오감 중 ‘쾌락’과 가장 밀접한 감각인 ‘촉감’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감을 만들어내고 애착을 얻어낸다는 것, 바로 기업들이 맹렬하게 집중하기 시작한 ‘촉감 마케팅’의 요지입니다. 가공 기술의 발달과 자연 친화 트렌드도 이 촉감 마케팅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 말랑말랑한 힘에 집중하십시오. 함민복의 시처럼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주고,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줄 것입니다’. 

(위쪽) 대리석을 깎아 사람 몸의 가장 첨예한 지점인 ‘손’을 만들어내는 작가 차현주 씨의 ‘사유의 손’. 손끝은 날렵하게, 손바닥은 풍만하게 살려 선의 맛을 극적으로 살려낸 그의 ‘손’ 작품은 영혼이 담긴 하나의 몸처럼 보인다. 역동과 고요를 한 몸에 담은 절정의 손. 만지고 싶고 만져지고 싶은 손이다.

눈이 먼저 촉감을 알아본다
촉감은 두 몸 또는 두 사물 사이의 거리가 제로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느껴지는 감각이다. 사물과의 거리를 제로 상태로 만들고 싶은 욕구, 바로 만지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려면 먼저 시각을 공략할 것. 안도감과 편안함, 온기가 시각적으로 극대화되려면 양감은 풍부하고 질감은 보드라워야 한다. 바로 ‘시각적 신뢰감’이 만들어져야 사람의 마음과 손이 움직인다.

(왼쪽) 보들보들
침대 위와 바닥에 베개처럼 놓인 작품은 조각가 이원경 씨의 ‘구름 속에서’. 석고 베개에 사람의 얼굴을 음각한 그의 작품은 존재의 흔적, 존재의 무게가 손에 잡힐 듯 눈에 잡힌다. 하얀 석고가 주는 가벼운 양감, 베개의 부드러운 촉감(실제로 만져보면 석고의 촉감이 느껴진다)은 비현실적 존재가 노니는 꿈을 불러일으킨다. 바닥에 놓인 양은 작가 노동식 씨의 작품 ‘불면증’. 솜으로 꿈의 환영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그의 설치미술 작품이다. 폭신폭신해 보이는 체어는 카르텔의 루이고스트 체어를 솜으로 감싼 것. 천장에 매달린 등은 와이어 조명등에 깃털을 붙여 제작하고 작은 침대는 매트 위에 양털을 덮어 만들었다. 카펫은 한일카페트 제품. 돌기가 돋아난 쿠션은 디스퀘어 갤러리에서 판매.

(오른쪽) 만질만질
패브릭 소재의 플로어 램프는 와츠 제품으로, 플로어 램프 위로 벽면을 따라 라이크라 원단을 감싸 ‘빛의 벽’을 만들었다. 매끈매끈해 보이는 암체어는 카르텔의 ‘버블’ 체어에 라이크라 원단을 씌워 만들었다. 왼쪽의 산맥 모양 조명등, 파란색 라이크라 스툴, 갈색 라이크라 스툴은 모두 웰즈에서 판매. 강아지 모양의 케이블 정리함은 노먼 코펜하겐 제품.

애무하듯 감각을 자극하라
손가락은 아주 예민한 감각기관이다. 1마이크론의 아주 작은 차이도 식별해낸다. 촉감이 트렌드의 선두로 떠오르는 데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가공 기술의 발달이다. 나무에 탄성을 주어 IT 제품이나 가전제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가공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섬세한 터치를 현실화하기 위해 표면에 돌기를 만들거나 재료를 직조 방식처럼 꼬아 요철을 만드는 것 또한 가공 기술 덕분에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표면이 도돌도돌, 오돌토돌한 제품은 저절로 손이 다가가 애무하듯 감각을 자극하게 하는 힘이 있다.

도돌도돌
선반 뒤 벽은 에코 레진이라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인테리어 마감재인 월드호마이카의 ‘쓰리폼’. 첫 번째 칸의 빗살무늬 화기는 아스테리아에서 판매, 연꽃 모양 조명등은 MGX 제품으로 에이후스에서 판매, 메탈 산호 장식물은 도나홈에서 판매, 오돌토돌한 표면의 화병은 태홈에서 판매. 두 번째 칸의 블랙&화이트 화병은 아스테리아에서 판매, 원뿔과 은색 소라 장식물, 메탈 소재의 나뭇가지 모양 화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흰색 줄기를 엮어 만든 것처럼 보이는 세라믹 화병은 태홈에서 판매, 니트로 짠 듯한 원뿔형 조명등은 에이후스에서 판매, 세 번째 칸의 가로줄 무늬 흰색 화병은 태홈에서 판매. 다각형의 오브제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은색 거위는 아이앤에이 갤러리에서 판매, 구멍이 뚫린 흰색 플레이트는 태홈에서 판매. 그 위에 놓인 블랙&화이트 화병은 아스테리아에서 판매, 오른쪽의 펜던트 조명은 노먼 코펜하겐 제품, 금색 거위는 아이앤에이 갤러리에서 판매.

보들보들, 만질만질, 도돌도돌 - 쓰다듬을수록 기분 좋은 형태

(왼쪽) 스웨덴 디자이너 모니카 푀스테르의 ‘구름’
(오른쪽) 요시오카 도쿠진이 디자인한 렉서스 전시회장

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 그 궁극에는 촉감이 있다. 적당한 근육, 살짝 그을린 피부에 탄력까지 느껴지는 남성의 몸매가 담긴 사진을 보면 당장에라도 만지고 싶은 그 기분.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들은 그런 사람의 몸처럼 꼭 한번 만져보고 싶고, 강한 기억을 심어줄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요즘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은 “디자이너들의 주요 역할은 사물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지만 촉각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기술과 신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람의 몸이 기억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든다. 의자와 같은 가구는 물론이고 휴대폰 같은 디지털 제품에도.<행복> 2007년 11월호에도 소개된 바 있는 하라 켄야는 디자인계에 ‘촉감’의 바람을 몰고 온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종이를 재료로 일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종이가 지닌 물성을 디자인 표현의 한 방식으로 활용한다. 적당한 질감, 적당한 무게, 접히거나 돌돌 말리거나 하는 종이의 특징을. 한번은 흰 눈이 내린 다음날 아침 아무도 딛지 않은 눈밭을 걷던 기억을 떠올리며 동계 올림픽 개막식 프로그램을 디자인했다. 폭신폭신한 흰 종이에 글자 부분을 요철로 눌러서 표현했는데 움푹 들어간 부분은 만질만질해 마치 누군가 눈 위로 걸어간 것처럼 단단해 보인다. 하라 켄야는 2007년 4월 <센스웨어Senseware>라는 전시회도 기획했다. 신섬유 소재의 혁신적인 성능을 보여주며 일본 디자인의 미래를 예견하는 전시회였다. 하라 켄야가 기획했고 나오토 후카자와 사토 다쿠, 시게루 반과 같은 일본 대표 디자이너들과 엡손, 파나소닉, 소니, 혼다와 같은 일본 대표 기업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옷의 소재로만 생각했던 섬유가 21세기에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디자인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1 와츠의 실크같은 촉감이 느껴지는 전등갓
2 보송보송한 질감의 소니 TV
3 혼다의 미래형 자동차 외관 모형
4 요시오카 도쿠진이 빨대를 이용해 만든 구름
5 <센스웨어>전에 소개된 신개념 쿠션
6 작가 김채린 씨의 ‘열아홉 개의 말랑거림’

역시 그 중심에는 ‘촉감’,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사람의 피부와 맞닿아 반응하는 디자인들이 있었다. 혼다 R&D에서 소개한 ‘슈퍼 오르간자, 허니컴’은 ‘왜 자동차의 외관이 딱딱해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디자인. 금속과 합성수지를 이용해 디자인한 자동차가 20세기형 자동차였다면 미래의 자동차는 좀 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며 열여섯 종류의 외장 디자인을 선보였다. 소니에서는 작고 둥그스름하며 보드라운 섬유의 질감을 살린 포터블 TV를 전시했다. 여기, 보들보들, 만질만질, 도돌도돌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을 모아보았다. 한번 살짝 쓰다듬고 싶은 그런 디자인들이다.

1 모로소의 미스피츠 소파
2 요시오카 도쿠진의 판네 체어
3 드록 디자인의 실리콘 조명등
4 질샌더의 2008 S/S 컬렉션
5 파나소닉의 퍼스트클래스용 기내 핸드셋
6 크리스 카벨이 디자인한 ‘드라이 테크’ 의자
7 샤넬의 2008 S/S 컬렉션
8 매끈한 감촉의 플레이샘 자동차
9 비트라의 라비올리 체어
10 포근함과 부드러움을 전하는 한일카페트의 러그

최고의 촉감은 자연에서 온다
벼이삭을 어루만지는 바람, 맨살로 출렁이는 물결만큼 터치의 욕구와 치유의 효과를 자아내는 촉감은 없을 것이다. 최고의 촉감은 모름지기 자연에서 온다. 오돌토돌한 것과도, 까칠까칠한 것과도 다른 자연의 촉감을 순우리말 ‘가슬가슬’이 그럴듯하게 표현해준다. 만진다는 건 동시에 만져진다는 것과도 통하는데, 이 양면성이 만지는 나와 만져지는 대상을 나누던 경계 감각을 무장해제시킨다. 그 경계가 사라지면서 상대방의 건강한 ‘기’가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자연의 촉감을 만진다는 건 바로 자연의 ‘기’를 만지는 것이니 이보다 좋은 웰빙 요법이 없을 것이다.

(왼쪽) 가슬가슬
작가 임선이 씨의 작품 ‘shelter-landscape’. 가시를 제거한 채 시멘트로 재창조한 선인장 작품은 ‘박제된 야생성’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허공과 바닥에 흩뿌려진 흰색 종이 잎사귀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토드 분체의 자연물 패턴 스크린을 줄기 따라 잘라내 연출한 것으로 디스퀘어 갤러리에서 판매.

(오른쪽) 포슬포슬
벤치 위에 놓인 작품은 작가 이지현 씨의 ‘책-뜯다’. 그는 교과서, 성경책, 찬송가, 백과사전, 악보, 오래된 잡지 등 ‘그들만의 역사’를 빼곡히 기록한 책을 한 땀 한 땀 해체하듯 뜯어낸다. ‘뜯음’으로써 생기는 보푸라기 같은 ‘부유하는’ 이미지는 인간의 모습을 닮았단다. 나뭇결이 촉감을 자극하는 벤치는 웰즈에서 판매.나뭇결을 그대로 살리고 구부려 만든 의자는 인엔에서 판매. 펜던트 조명등은 유앤미에서 판매.

가슬가슬, 포슬포슬 - 손끝으로 느끼는 자연의 넉넉함

(왼쪽) 스웨덴 디자이너 모니카 푀스테르의 매트
(오른쪽) 다양한 촉감의 천연 가죽

자연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 여유로움일 것이다. 긴장감 있게 바짝 당겨서 디자인한 선이 아니라 헝클어진 듯, 늘어진 듯, 혹은 자연의 형태 그대로를 담아내어 한눈에도 자연을 느끼게 해주듯 말이다. 거기에 색감을 보태면 더 완벽한 무언가가 된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 가장 아름답고 안정감 있듯이 디자이너들은 자연으로부터 가져온 재료들을 최대한 적게 가공하고 그들이 지닌 고유한 성질에 순종하려 한다. 2008년 우리에게 필요한 디자인은 바로 그런 자연의 기운이다. 넉넉한 자연의 품처럼 넉넉하게 사람을 감싸 안아줄 수 있는 디자인이어도 좋고 자연의 불규칙하고 굴곡 있는 선이 보여주는 디자인이어도 좋다. 묘하게도 이렇게 자연으로부터 온 디자인은 어떤 환경과도 잘 어울리는 재주가 있다.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건 차가운 경량 철골과 유리로 된 건물이건 간에 가슬가슬하고 포슬포슬한 사물만 하나 놓아도 공기가 바뀐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흐르는 부드러운 곡선의 의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그저 나뭇결이 드러나는 것 만으로도 손이 가게 된다.

1 MGX의 식물을 형상화 한 조명
2  작가 이지현 씨의 ‘찬송가-뜯다’
3 피트 헤인 에이크의 나무 의자
4 아스테리아의 조개 껍질 볼
5 비트라의 코르크 스툴
6 도나홈의 털의 질감이 있는 전등갓

2008년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연으로부터의 디자인은 이전보다는 좀 더 세부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 그 사물이 우리의 피부와 접촉했을 때의 느낌을 가리키게 된다. 네덜란드에 피트 헤인 에이크Piet Hein Eek(www.pietheineek.nl)란 디자이너가 있다. 넝마처럼 보이는 자투리 판재들을 모아 짜깁기를 해서 테이블과 의자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강한 나무 향이 날 것 같다. 가슬가슬한 테이블은 군데군데 색이 벗겨져 살짝 스크래치가 나도 별로 상관없을 것 같아 사용자를 무장해제시킨다. 자연의 또 다른 매력은 굳이 모양을 만들려 애쓰지 않아도 이미 그 안에 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비와 바람에 의해 오랜 시간 동안 다듬고 또 다듬어진 것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자연의 형태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움을 배우게 된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토드 분체Tord Boontje는 식물 모티프를 그대로 자신의 디자인으로 끌어온다. 식물의 그림자를 엮듯이 패턴을 만들고 벽과 바닥을 장식한다. 그 위로는 덩굴처럼 우거진 천 조각이 흩어져 내려오기도 한다. 잔디처럼 보드랍게 돌기가 올라 폭신한 잔디를 딛고 선 것 같은 느낌의 카펫도 있다. 여기, 가슬가슬하고 포슬포슬한 자연의 촉감이 그리운 현대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디자인을 소개한다.

1 예로엔 베르호벤의 ‘신데렐라’ 테이블
2 피트 헤인 에이크의 수납장
3 돌체&가바나 S/S 컬렉션
4 프론트의 톱으로 깎은 의자
5 피트 헤인 에이크의 암체어
6 사이잘삼으로 만든 카펫
7 모마의 나무로 매끄럽게 만든 가방
8 플레이샘의 장난감 자동차

촉감, 몸을 통해 마음을 치유한다
뇌가 한창 성장하는 유아기에 터치 케어 방법을 응용해 키운 아이는 사회성, 인지 능력과 적응 능력이 높아졌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에 반해 뇌 형성 기간에 만져주거나 어르는 것과 같은 촉감의 자극이 결핍되면 외상 후 장애를 일으키게 되고 애정을 지배하는 신경 조직의 발육이 불완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촉감은 가장 기본적이고 정서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인간은 꼭 안길 때 자신이 세계로부터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또 하나, 촉감은 본능을 일깨우기도, 잠자고 있던 영감을 깨우기도 한다. 왕가위의 영화 <에로스>에 나오는 대사 “여자 몸도 모르면서 어떻게 여자 옷을 만들겠어? 앞으로 이 감촉이 영감이 되어줄 거야”처럼 촉감이 당신의 영감이 되어줄 것이다.

보들보들, 말랑말랑, 매끈매끈, 만질만질, 가슬가슬, 포슬포슬, 도돌도돌
스티로폼을 열선으로 깎아 만든 소파는 디자이너 이광호 씨의 작품. 스펀지를 압축해 구깃구깃한 촉감까지 살려낸 암체어는 웰즈에서 판매. 암체어 옆의 투명 스툴은 제인인터내셔날에서 판매. 그 위의 나뭇가지 모양 스탠드는 도나홈에서 판매. 바닥의 에나멜 쿠션은 디스퀘어 갤러리에서 판매. 메탈 소재의 납작한 조명등은 웰즈에서 판매. 테이블은 MDF를 원형으로 재단해 제작한 후 술을 달아 장식한 것. 테이블 위 나무 트레이는 에이후스에서 판매. 나무 스툴은 유앤미에서 판매. 스툴 위의 은색 화기는 태홈에서 판매.

최혜경·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