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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온더플레이트 이윤서·강대웅 대표 부부 건강하게 자유롭게!
이윤서·강대웅 대표 부부는 자연에 기대어 산다. 우리 땅에서 건강하게 자란 제철 채소 요리를 즐기고 사람들과 나눈다. 이제는 도심 속 자연과 가까운 부암동에서 새로운 챕터를 맞이한다.

3층의 넓은 창 앞에서 이윤서·강대웅 대표 부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사계절의 그림을 소유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3층은 뿌리온더플레이트의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는 스튜디오인 동시에 두 사람의 부엌이다. 이윤서 대표가 앉아 있는 테이블은 계동에서부터 7년째 함께하는 빈티지 테이블.
‘뿌리온더플레이트’에 대한 첫 기억을 끄집어내본다. 때는 2015년, 맛있는 음식은 누가 알려주기 전에 먼저 찾아 나서는 한 친구가 맛있는 비건 피자가 있다며 우리를 이끌고 혜화동으로 향했다. 맛있는, 비건, 피자, 분명 아는 단어들이건만 낯선 조합에 어색함을 느낀 것도 잠시. 그 후 나는 종종 뿌리온더플레이트의 비건 디저트를 맛보러 혜화동으로, 계동으로 향하곤 했다. 뿌리온더플레이트는 2011년 이윤서 대표의 채소 비건 쿠킹 클래스를 중심으로 남편 강대웅 대표의 비건 디저트와 명상, 이윤서 대표의 차 등이 더해지면서 10년 넘게 단단한 뿌리를 키워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뿌리온더플레이트가 인왕산 자락 부암동 언덕에 제대로 뿌리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중교통보다는 택시나 차량으로 오시는 게 좋고, 차량 또는 택시로 오시는 경우에는 100~150m 전에 하차해서 걸어오세요.” 비밀 지령 같은 이윤서 대표의 문자를 따라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 벽돌 건물이 보였다. 뿌리온더플레이트 이윤서·강대웅 대표 부부의 새로운 보금자리이자 쿠킹 스튜디오, 티룸을 겸하는 아담한 3층 규모의 건물이다.


2017년 보이차를 접하고 중국차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윤서 대표. 이 관심은 한국·대만 차로 뻗어나갔다. 얼마 전엔 인도네시아 차로 차회를 가졌다.
이윤서 대표의 공간. 3층 쿠킹 스튜디오의 주방. 상부장이 없기에 넓은 아일랜드 테이블 아래에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인생이 모두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지만, 이윤서 대표는 집을 지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 인생의 엄청난 변화를 맞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2020년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골행을 꿈꾸었고, 그렇게 임장을 보러 다니다가 우연히 들른 부암동에서 이곳을 발견한 것. “전 토지주가 집을 지으려다 만 공사 터에 아마존처럼 우거진 수풀, 그리고 북향. 근데 왠지 그런 단점보다 높이 올라가면 뷰가 엄청 좋겠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부암동 부촌의 느낌은 하나도 없고, 언덕을 넘어오는 것이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터널을 빠져나와 공간이 바뀌는 느낌이었죠. 그러니까 모든 게 좋았던 거예요.”

그렇게 두 사람의 좌충우돌 집 짓기가 시작됐다. 2020년 3월부터 임장으로 시작해 2023년 9월 근린생활시설 공간까지, 3년간의 건축 대장정이었다. 건축주가 세부 공정별 인력과 자재를 조달하는 직영 공사를 하며 구석구석 생각과 마음을 더했기 때문이다.


쿠킹 스튜디오의 한쪽. 덜 익은 단감, 요리책, 화분 등이 이윤서 대표의 관심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티룸에 있는 빈티지 서랍장은 뿌리온더플레이트가 계동에 있을 때부터 함께한 것. 추억이 담긴 근사한 인테리어 아이템이다. 
이윤서·강대웅 대표 부부가 원한 것은 단 하나 ‘건강한 집’이다. 건강한 제철 채소 음식을 즐기고 나누는 이들의 삶의 나침반은 언제나 건강을 향해 있었다. 환경호르몬이 배출되지 않도록 목조건물을 택했고, 사용하는 자재와 접착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더욱 신경 썼다. 성실한 연구자인 강대웅 대표는 땅을 사고 집 짓는 내내 다른 현장 탐방과 워크숍을 다니며 건물을 완성했다.

“집을 지을 때 하자 없는 건강한 집을 지으려고 노력했어요. 공정마다 어떻게 하면 문제가 안 생기게 할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구조 같은 부분은 시공사가 잘할 거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건축주로서 제가 관여한 것은 결로, 누수, 단열, 실내 공기 질 등이었어요.” 누수를 막기 위해 테라스와 지붕 창처럼 디자인을 포기하기도 했다. 강대웅 대표는 이러한 3년간의 배움을 토대로 현재 ‘도심 속 건강한 집 짓기’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윤서 대표가 오랫동안 모아온 가구들로 꾸민 티룸. 우붓 여행에서 가져온 가방들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티룸에서는 강대웅 대표가 만든 비건 디저트와 이윤서 대표의 차를 페어링해 선보인다. 인스타그램(@chasil_ppuri)에서 예약 후 방문할 수 있다.
이 집의 진면목은 3층에서 느낄 수 있다. 넓은 통창 너머로 북한산이 한가득 담긴다. 이윤서 대표는 이 장면을 처음 마주한 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 “아수라장이 끝나고 준공할 때 날씨가 정말 맑았어요. 만화 속에 있는 구름이 동동 떠다니는 모습을 이곳에서 보는데 뭉클하더군요. 서울에서 이렇게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는 뷰를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아쉬움이 있더라도 뷰 하나로 다 이해됐어요.”

3층은 이윤서 대표의 채소 비건 쿠킹 클래스가 열리는 스튜디오이자 미팅룸, 부부의 부엌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는 데도 중요한 공간. 혹자는 일과 삶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또 일과 삶을 동일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삶이다.


부부의 생활공간인 2층. 슬라이딩 도어를 닫으면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완전히 차단된다. “멀리 있는 산도 좋지만 가까이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더 좋다”는 강대웅 대표의 손길이 느껴지는 화분이 곳곳에 있다.
반려묘 릴리, 태리의 공간. 작은 창 너머로 무성한 초록이 보인다. 어디서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집.
이윤서 대표는 어느 쪽이 나에게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했다. “여전히 고민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둘은 일과 삶이 섞인 삶이에요. 분리하려고 하면 할수록 잘 안 될 때 받는 스트레스가 있죠. 저는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요.” 벽이 없는 개방형 공간에 너른 창이 자연과 햇볕을 그대로 끌어안는다. 이윤서 대표는 이곳에서 자연광을 활용한 영상 촬영과 책 작업도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2층은 부부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지내는 생활공간이다. 1층부터 이어지는 외부 계단을 따라 2층 현관에 들어서면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2층으로 들어간다. 쿠킹 클래스를 하는 날에는 열리지 않는 문이다. 2층은 완벽한 미니멀리스트의 공간. 강대웅 대표의 서재, 침실 모두 하얗다. 조심성 많아 얼굴을 보지 못한 고양이 두 마리가 이곳에 온기를 더하고 있을 거라 짐작했다. 계동 뿌리온더플레이트 공간에서 쓰던 물건들과 새롭게 맞춘 우드 테이블로 채운 1층 티룸. 티룸에서는 강대웅 대표의 비건 디저트와 함께 이윤서 대표가 준비한 차 페어링을 맛볼 수 있으며, 예약제로 운영한다.


목조건물에 붉은 벽돌 마감재를 사용해 멀리서도 금세 눈에 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들인 집. 이윤서·강대웅 대표 부부는 티룸과 쿠킹 스튜디오가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저희는 트렌드나 어떤 시기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어요. 공간을 준비하면서 보니 새삼 알겠더군요. 그냥 우리가 생각했을 때 편안하고 따뜻하면 된다고요. 그게 진짜 자유가 아닐까 해요. 집을 짓거나 음식을 먹거나.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구애받는 것보다 좀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이 집도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삶이 반영됐어요.”

도시지만 자연과 맞닿은 지형. 뿌리온더플레이트는 건물이 자리한 이 동네에서 가장 높은 집이다. 그곳으로 가는 언덕배기에 올라섰을 때 붉은 벽돌 건물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면 바로 뿌리온더플레이트다. 그곳에서 오늘도 부부는 창밖으로 북한산을 바라보며 그들만의 자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픈 하우스 및 집 짓기 워크숍
이윤서·강대웅 대표 부부가 함께하는 ‘도심 속 건강한 집 짓기’ 워크숍에 초대합니다. 워크숍 후 비건 브런치 식사와 티타임이 이어집니다.

일시
12월 7일(목) 오전 11시
장소 뿌리온더플레이트(상세 주소 추후 공지)
문의 02-2262-7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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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혜원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