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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베이션 스토리 막고 닫아서 더 넓어진 83㎡ 아파트
대부분 막힌 벽을 터야 공간이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작은 집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오히려 벽을 세워 막고 닫아야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수십 년간 진화해온 편리한 아파트에도 불필요하게 넓은 공간이 있고 쓸모를 찾지 못한 데드 스페이스가 숨어 있으니, 이를 잘 막고 닫으면 실평수보다 훨씬 더 알찬 공간을 누릴 수 있다.

노란빛이 감도는 아이보리 벽에 맞춰 바닥 타일과 소파, 테이블 등의 색상을 맞추었다. 창 앞에는 드라마 작가로 일하는 박연수 씨를 위해 책상과 의자를 놓았다. 책상의 둥근 다리 안쪽으로 전선을 숨긴 디테일이 전체적으로 깔끔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원래 싱크대가 있던 자리에 수납장을 짜 넣고 맞은편에 식탁과 의자를 놓았다. 벽에는 사진 위에 페인팅을 더하는 장유정 작가의 평면 작품을 걸었다.
어차피 전부 고칠 생각으로 내부를 보지도 않고 이 집을 구했다. 오래전부터 집을 고친다면 함께하고 싶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확고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잡지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할 때마다 신기하게 한 디자이너의 작업이었어요. 심지어 취향이 비슷하고 꼼꼼해서 믿을 만한 지인이 집을 고쳐서 물어봤더니 바로 그 디자이너, 히틀러스 플랜잇의 신선주 대표님이더라고요.” 집주인 박연수 씨는 그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선주 대표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었고, 전권을 위임받은 신 대표는 지은 지 15년 된 83㎡의 아파트를 환골탈태시켰다.

고만고만한 구조의 아파트를 고칠 때 신선주 대표가 기본으로 신경 쓰는 부분은 마감재다. 좋은 마감재는 보기에 아름답고 편할뿐더러 원래 상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며 오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집의 현관부터 거실, 부엌, 부부 침실의 벽은 약간 거친 질감이 독특한 특별 도장으로 마감했다. 원하는 색을 조색할 수 있어 옅은 노란빛이 감도는 아이보리를 선택했고, 도장할 때 붓과 롤러의 흔적을 잔잔하게 남겨 빛에 따라 색과 질감이 다르게 보이는 효과를 냈다.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면서 아늑한 느낌도 주는 벽 색상은 이 집의 주제색으로 다른 마감재와 가구의 색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닥에는 실외용 포슬린 타일을 깔았어요. 실내용보다 강도가 세고 내구성이 좋기도 하지만, 벽을 마감한 톤이랑 가장 잘 어울리더라고요.”


거실처럼 아이보리와 블랙을 매치한 부엌.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는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조리 공간은 규모를 줄여 안쪽으로 옮겼다. 부엌 벽과 거실 벽을 복도 쪽으로 50cm 정도 연장해서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결과적으로 복도가 좁아졌지만 통행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현관에 유리 중문이 아니라 막힌 문을 달았다.

페인팅을 한 것처럼 매끈하게 마감한 욕실. 방수가 잘되고 습기가 빨리 마르면서 오염물이 잘 닦여 관리하기에 편한 HPL 패널로 마감했다.
욕실을 마감한 재료도 독특해서 물어보니, “HPL(High Pressure Laminate) 패널인데 단색, 원목, 대리석 등 다양한 패턴과 질감을 구현할 수 있어요. 이 집 욕실 벽과 욕조, 그리고 부엌 벽과 싱크대 상판 등 물을 쓰는 공간에는 모두 매트한 단색 HPL 패널로 마감했습니다. 방수가 잘되고 오염물이 잘 닦여 관리하기가 정말 편해요. 특히 욕실에 타일을 사용하면 타일과 타일 사이에 생기는 곰팡이나 물때를 청소하기가 아주 번거로운데, 이 마감재를 사용하면 그럴 걱정이 없어요. 욕실에 창이 없는데도 습기가 정말 빨리 말라요.” 사실 박연수 씨는 이전 집 인테리어를 신선주 대표에게 의뢰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때 예산으로는 대표님이 제안하는 마감재를 사용할 수 없었어요. 제 예산에 맞춘 소재를 쓸 수도 있었지만, 좋은 마감재가 인테리어의 기본이라는 대표님의 신념에 맞지 않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한 거예요. 저도 그 점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더욱 더 믿음이 갔어요. 제가 청소와 정리 정돈에 예민한 편인데, 이 집에는 무엇보다 좋은 마감재를 사용한 덕에 청소하기가 정말 편해요. 집안일을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그냥 인테리어가 예쁜 것 이상으로 삶의 질이 높아졌습니다.”

부부 침실에 있던 베란다를 트지 않고 가벽을 세운 다음 그 뒤에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창 앞에는 벌레를 끔찍이 싫어하는 집주인을 위해 진짜 식물처럼 보이는 인조 화분을 선별해서 두었다.

부부 침실에 있던 욕실을 파우더룸으로 바꾸었다. 강렬한 원색을 섞어 사용해 다른 공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숨은 공간 찾기
구조변경은 많이 하지 않았다. 단, 눈으로 살펴봐도 알아 챌 수 없는 놀라운 부분이 있는데, 부엌 벽과 부부 침실을 면한 거실 벽을 복도 쪽으로 50cm 정도 연장한 것이다. 얼마 안 되는 면적의 증가는 의외로 큰 힘을 발휘해서 부부 침실에 큰 침대를 놓고도 문을 여닫는 데 불편하지 않게 되었고, 연장한 벽 안쪽에 작지만 알찬 수납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복도가 좁아졌지만 통행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집이 작으면 대부분 확장하고 오픈 해야 넓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오히려 막거나 닫아서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하거나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여기 부부 침실에 있던 베란다를 트지 않고 오히려 가벽을 세웠어요. 침대만 놓아도 충분한 침실을 조금 더 넓히는 것보다 벽을 세워 분위기를 아늑하게 만들면서 벽 뒤에는 수납공간을 만드는 편이 훨씬 더 쓸모 있으니까요.” 현관에 일반적으로 설치하는 유리 중문 대신 방문과 같은 막힌 문을 단 것도 비슷한 이유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 안이 훤히 보이는 것보다 기대감을 줄 수 있고, 집 안에 들어와서는 하나의 방문으로 인식해 실평수보다 넓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오로지 수납을 위해 수납장을 최대한 짜 넣은 드레스룸. 청소기, 스타일러 등 가전 수납도 미리 계획했다. 창 앞의 서랍장 모서리에도 헤어 드라이어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부부와 아이, 세 식구가 사용하기에 욕실 하나면 충분해서 부부 침실에 있는 욕실을 파우더룸으로 바꾼 것도 좋은 아이디어. 다른 공간과 달리 이 작은 공간에는 올리브그린, 레드, 옐로 등 원색을 과감하게 채워 넣었다. “평수가 넓지 않은 아파트에는 수납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요. 작은 집을 처음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려면 수납을 잘해야 하니까 기존에 갖고 있는 물건의 크기를 재서 그에 맞는 수납장을 짜 넣었어요. 수납장의 각 칸도 수납하는 물건에 따라 세분하고, 데드 스페이스 없이 구석구석 알뜰히 사용할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가구처럼 부드러운 신뢰 관계
보통 집을 고칠 때 집주인의 취향이 확고해야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집을 보면 예외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박연수 씨는 신선주 대표의 취향을 전적으로 신뢰했고 그 결과물에도 100% 만족하고 있다. 집주인이 디자이너에게 부탁한 점은 벌레가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는 정도. 이전 집에 개미가 생겨서 이 집으로 이사를 결정했을 정도로 벌레를 끔찍이 싫어하는 집주인을 위해 신선주 대표는 “세스코 전문가가 인정할 정도로 벌레가 나올 수 있는 모든 통로를 막아놨어요.”


벽에 연핑크색 페인트를 칠하고 밝은색 가구를 놓은 딸 침실.
수평과 수직을 틈 없이 맞추고 전체 톤을 완벽하게 통일한 공간에 신선주 대표는 둥글둥글한 가구 위주로 놓았다. 반원을 그리며 테이블을 감싸는 크림색 패브릭 소파와 둥근 대리석 식탁, 타원형 책상 등이 각 잡힌 공간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네모반듯한 공간에 가구까지 직선으로 딱 떨어지는 디자인을 놓으면 너무 뻔한 느낌이 들고 재미없잖아요. 곡선이 강조된 가구로 포인트를 주고, 색과 질감도 공간의 전체 톤에 어울리는 것으로 선택했어요.” 사실 예쁘게 완성한 공간에 가구가 어울리지 않으면 힘이 빠진다. 가구는 물론 소품 선택까지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일임한 이 집은 완성도와 만족도를 모두 챙겼다. “전문가로서 이런 전적인 신뢰를 받으면 너무 감사해요.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건 정말 큰 복이죠. 집주인뿐 아니라 저도 만족하는 이런 경험이 이 일을 하는 이유예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선주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모토로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을 두루 디자인한다. 디자인의 아름다움은 기능의 순수성에서 기인하며, 공간의 모든 구성 요소는 구조적 혹은 기능적 역할을 충실히 실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주거 공간을 작업할 때에는 바닥과 벽의 수평, 수직을 맞추고 좋은 마감재를 사용하는 일부터 시작해 오래 살 수 있는 아름답고 실용적인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문의 히틀러스 플랜잇(02-516-1239) 인스타그램 @hp51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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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진영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