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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하우스 양평 숲 속의 힐링 캠프,생각 속의 집, 두 번째 이야기
도심 가까운 곳에서 풍요로운 자연과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북적거리는 곳에서 놀고 자는 개념이 아닌, 천천히 즐기고 자신을 치유하며 에너지를 충전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쉼의 공간을 지향하는 양평 ‘생각 속의 집’. 진정한 힐링 캠프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도전하는 김영관 대표와 가족을 만났다.


고급 펜션의 서막을 알린 양평 생각 속의 집. 이곳은 로즈메리, 라벤더, 민트, 타임, 재스민, 캐머마일 등 허브 이름을 붙인 여섯 개의 독채 펜션과 김영관 대표 부부와 둘째 아들 부부가 사는 집, 레스토랑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30여 년 건설 회사에 근무하다 2004년 펜션 사업을 시작한 김영관・김미진 씨 부부, 큰아들 김민성・권정선 씨 부부, 둘째 아들 김현균・임경아 씨 부부는 ‘생각 속의 집’을 힘차게 도약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생각 속의 집의 상징이던 야외 저쿠지를 실내로 끌어들인 로즈마리동. 완전히 야외에 설치한 욕조는 사용자와 관리자 모두 불편한 것을 보완해 욕실을 내부로 끌어들이고, 창밖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라벤더동. 가운데를 뚫은 가벽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침대를 배치해 대가족이 머물기 좋다.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장수현 씨가 디자인한 로즈메리동의 거실. 1층 거실과 침실 사이 회전문은 거실 너머 침실까지 공간을 확장해 낮과 밤 다양한 공간감을 연출해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정착함과 동시에 정착지를 일시적으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대체 왜 안락한 집을 놔두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고생을 사서 하는가.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토로스는 “여행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황야가 아닌 내 마음속 황야를 탐색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반복적 일상 속 수많은 선택과 제약은 우리를 쉽게 지치게 만든다. 메마른 감성은 휴식을 원하고, 여행은 사서 고생을 할 만큼 좋은 위로가 된다. 육체와 영혼의 고갈로 집 밖에 머물 ‘필요’가 생긴 사람들, 그들을 위한 공간이 날로 진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경기도 양평, 도심에서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자연의 품으로 깊숙하게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펜션 ‘생각 속의 집(house of the mind)’. 2004년 블록 건축 전문가 민규암 씨가 설계해 한바탕 화제를 뿌린 이곳이 3개월간의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두 번째 시즌의 서막을 열었다.

호텔보다 고급스러운 펜션 생각 속의 집은 럭셔리 펜션이라는 분류를 만들어낸, 이 계보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동안 아티스트,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등 유행의 첨단을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기 가봤어?” “노천탕이 백미야” “호텔만큼 좋다는데”라는 말들로 회자됐고, 가본 사람들의 후일담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한 건축물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샤워를 하면서 주인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특권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세상의 위대한 발견이 대부분 작은 우연에서 시작하듯, 펜션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생각 속의 집 콘셉트 역시 우연한 일상에서 비롯된 것. 건설 회사에서 30년을 근무한 김영관 대표는 어느 날 시공 현장을 오가다 발견한 이 부지에 전원주택을 지어 은퇴한 후 이주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단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시 여성인 아내는 전원생활을 마뜩잖게 여겼고,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그는 펜션 사업을 구상했다. “전원주택에 살면서 외로우면 옆에 펜션을 지어 찾아오는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면 좋지 않겠냐”는 식의 회유 전략을 폈는가 하면 “제2의 인생 설계다”며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3개월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양평으로 이주가 성사됐고, 전원주택이라도 평범한 디자인은 싫어한 김영관 대표는 블록 건축으로 막 각광받기 시작한 건축가 민규암 씨에게 설계를 맡겼다. “임팩트가 느껴지는 건물을 원했어요. 설계를 마치니 이번에는 ‘과연 건축만 좋다고 롱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찾아낸 콘셉트가 독채 펜션과 노천탕이에요. 이 두 가지라면 아파트에서 누려보지 못한 것을 이곳에서 대리 만족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지요.”

부부가 전원생활을 하며 소일거리 삼아 슬슬 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독채 세 동만 지어 시작한 펜션 사업. 김영관 대표가 생각 속의 집을 오픈한 2004년, 우리나라엔 이미 4천 개의 펜션이 있었다. 지금은 1만 6천 개로 그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생각 속의 집은 여전히 대한민국 3대 펜션으로 꼽힌다. 6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휴일이나 방학 때는 절대 이용할 수 없다는 불문율이 5~6년 동안 지속되면서 한번 구경하고 싶다는 지인들의 청탁 전화도 무수히 받았다. 하지만 반년씩 기다리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도무지 슬쩍 끼워 넣을 수가 없어 볼멘소리를 들을 때도 많았단다. 결국 손님들의 성화에 2차 단지를 계획했고, 2006년 두 번째 단지를 완공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노후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진행했다.


내가 사는 집이라 생각하고 주거 문화와 관련한 콘텐츠를 계속 발굴하면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공간을 생각하는 의식이 그만큼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김영관 대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는 재스민동의 편백나무 탕. 욕조에 느긋하게 몸을 담그는 시간이 최고의 안락함을 선사한다.

1, 2 커다란 문이 완벽히 개폐되어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캐머마일동의 1층 거실과 편백나무 탕 입구.

휴식을 신비롭게 감춘 블록 하우스 레노베이션은 그간 펜션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가 바탕이 되어 10년 전보다 신속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진행됐다. “모순되게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던 노천탕에서 90% 이상의 문제가 발생했어요. 양평은 10월만 넘어가도 춥거든요. 겨울에는 너무 춥고 여름에는 물이 따뜻하니까 벌레들이 모여들고…. 지리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하다 보니 통풍이 안 되거나 결로가 생기는 등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지요”.

처음 설계할 때는 주인 입장이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용자의 입장에서 불편한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김영관 대표. 잠시 머무는 공간이 아닌, 사는(living) 공간이라 생각하니 스타일 콘셉트가 더욱 명확해졌단다. 복층 구조, 개별 마당, 노천탕 등 생각 속의 집을 상징하는 구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능적 만족도를 높일 것. 1단지는 젊은 사람도 좋아할 만한 컬러를 담되 빛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했고, 2단지는 자연 자체가 주는 효과를 십분 활용해 료칸이나 한옥처럼 최대한 담백하게 꾸미는 것이 목표였다.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자료도 열심히 모았다. “기온차가 크지 않은 제주도에서는 7m에 가까운 통창을 설치해도 견딜 수 있지만, 양평은 힘들죠. 이번 레노베이션은 단열, 환기, 채광에 중점을 두고 진행했어요. 벌집 모양의 솜으로 채운 단열재 ‘와코텍’도 어렵게 들여와 시공했고요.”

젊은 디자이너의 신선한 발상과 도전 의식을 높이 사는 김영관 대표는 각 콘셉트에 따라 세 명의 디자이너를 선정했다. 한옥과 료칸의 중간 성격을 지닌 타임, 재스민, 캐머마일동과 컬러로 포인트를 준 라벤더와 민트동은 공간 디자이너 김태현 씨가, 산턱 밑 가장 아늑한 곳에 자리 잡은 로즈메리동은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장수현 씨가, 맞은편 숲길에 곧 오픈할 글램핑 카바나cabana는 건축가 정의엽 씨가 디자인을 맡았다.
그중 공간을 온통 백白으로 감싸 궁금증을 자아내는 로즈메리동은 김 영관 대표가 가장 애착을 갖는 공간이다. 사면을 에워싸는 벽면에는 하얀 단열재로 마감한 조명 박스와 2백50여 개의 티백을 풍경화처럼 장식해 놓았는데, 이는 실제로 생각 속의 집이 자리한 산등선과 계곡, 산꼭대기의 형상을 로즈메리 티백tea bag으로 표현한 일종의 추상화다. 세련된 로프트처럼 미니멀한 디자인이 첫인상이지만,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허브밭 가운데 누워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반전의 공간, 이것이 바로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여행지 주거의 중요한 요건이 아닌가.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시선을 멀리 돌리는 기법이 있어요. 방에서 유리창 너머로 정원을 바라보도록 하는 차경도 같은 맥락이죠. 장수현 씨가 연출한 이 티백 산맥은 허상인 동시에 시선을 그 너머로 이끌어 공간의 질을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1 낮은 가로창이 인상적인 캐머마일동의 2층 침실.
2 펜션 레노베이션에 이어 글램핑 사업을 추진 중인 김영관 대표와 두 아들 민성, 현균 씨. 글램핑 역시 평범한 텐트로는 승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 몇 달간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카바나cabana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4 김영관 대표가 운영하는 가구 브랜드 알베로벨로에서 제작한 스툴.
3, 7, 8 원목의 자연스러운 미감을 살린 객실 가구와 인조 라탄으로 기능성을 더한 야외 덱 가구는 모두 그가 운영하는 가구 회사 알베로벨로에서 직접 제작했다.
5 젊은 층을 겨냥해 컬러로 포인트를 준 라벤더동. 1층과 2층에 거실과 식당, 화장실이 따로 구성되어 많은 인원이 묵을 때 좋다.
6 생각 속의 집 오픈 초기부터 지금까지 꼼꼼한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큰며느리 권정선 씨. 종종 친구들을 불러 샴페인 파티를 즐긴다.

초록의 자연과 대비되는 블록 집들이 산등성이와 경사진 대지에 자연스레 묻혀 있는 형태. 여덟 개의 건물을 각기 다른 방향과 형태로 앉혀 독립성을 보장한다.


휴식은 우리 안의 낯선 속삭임을 따르는 것 김영관 대표는 얼마 전부터 글램핑과 펜션 창업 강좌를 시작했다. 도시와의 접근성, 사이트, 건축물이 담고 있는 콘텐츠 등은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경영 노하우와 브랜드 가치는 하루아침에 쉽게 얻을 수 없는 것. “저처럼 직장 생활을 하다 퇴직하면 재산이라고 해봐야 살던 집이 전부죠. 왕성하게 활동할 때는 자식들에게 모두 쏟아붓고, 정작 은퇴한 후에는 노후 준비가 안 된 베이비 부머 세대를 보면 안타까워요. 얼마 전 거제도에 생각 속의 집 체인을 오픈했는데, 이는 단순한 체인 사업이 아닌 동반자를 구하는 의미에서 시작한 겁니다. 1만 6천 대 1로 싸울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해주는 게 저의 역할이죠.”

하지만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땅을 사고 건물을 설계하고 짓기까지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다른 비즈니스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지만, 예산이라는 문제에 부딪힌 이들을 위해 그는 창업 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글램핑’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캠핑할 때 가장 불편한 게 뭘까 생각해봤는데 첫째는 화장실, 둘째는 샤워실, 셋째는 잠자리더군요. 생각 속의 집이 가장 잘하는 ‘노천탕’을 접목하기 위해 돌돌 말린 달팽이집 형태의 카바나를 완성했어요. 위에서 보면 동그란 형태의 카바나에 거실, 침실, 화장실을 순서대로 배치하고 가장 안쪽 구심점에 원형 욕조를 설치하면 깜깜한 밤, 별을 보면서 목욕을 즐길 수 있죠. 카바나를 디자인하기 위해 건축가 정의엽 씨가 독특한 천막은 죄다 찾아봤다고 하더라고요. 한 가지 더, 글램핑에 트리 하우스를 접목하는 것도 구상 중입니다. 독일에는 글라스 하우스 마감재로 사용하는 발열 유리가 있더라고요. 완제품 대신 하드웨어를 수입하고 제작 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고 해서 지금 추진 중입니다. 트리 하우스에 접목할 수 있기를 기대해봐야겠죠.”

요즘은 생각 속의 집을 함께 운영하는 큰아들 김민성 실장과 며느리 권정선 씨, 둘째 아들 내외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달팽이 집에 어떤 콘텐츠를 접목할지 연구 중이란다. 복잡한 도심 생활이나 업무가 주는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몸과 마음을 가장 편안한 상태로 되돌려놓는 완벽한 ‘힐링 캠프’가 되기 위해서는 수영장이나 바비큐장보다 정신을 살찌우는 문화 콘텐츠가 중요할 터. 삼림욕과 목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노천탕, 아이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먹거리 텃밭, 작은 야외 공연장을 만들어 독립 영화를 상영하거나 발레 공연을 기획하는 등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무궁무진하다.

코를 찌르는 화학 세제 냄새 대신 은은한 솔 향이 배어나는 공간, 트렁크를 올려놓을 수 있는 다소곳한 선반장, 깔끔하게 개놓은 하얀 타월 등 뜻하지 않은 작은 배려는 마음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고, 나아가 그 사람의 하루를 행복으로 물들인다. 가려운 곳을 쏙쏙 긁어주는 세심한 서비스가 생각 속의 집이 롱런할 수 있는 중요한 비결이 아닐까 싶다. 진짜 생활하는 내 집처럼 편한 공간, 펜션이지만 특급 호텔 못지않은 세심한 서비스, ‘노는’ 게 아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까지… 삼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가족들의 꼼꼼한 관리와 멈추지 않는 소통의 결과다.

책의 진가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영화의 진가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드러나는 것처럼 남은 반세기의 인생이 즐겁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김영관 대표와 가족들. 일류 휴양지란 단지 호화로운 객실과 훌륭한 시설만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런 공간을 더욱 빛나게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부안리 32 문의 031-773-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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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