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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사람은 음악에서 완성된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연주할 때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이 제일 고맙다. 연주를 하는데 잡담을 하거나 딴청을 부리는 사람처럼 얄미운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청중이 먹거나 마실 때에는 절대로 연주하지 않는다. 공자는 남이 노래 부를 때는 열심히 들었을 뿐만 아니라, 잘 부르면 다시 불러달라고 재청을 하고 뒤이어 함께 따라 불렀다니 정말 음악을 들을 줄 아는 모범적인 청중이었다. 공자는 식욕이 좋았고 특히 고기를 즐긴 분이다. 하지만 제齊나라에서 ‘소韶’라는 음악을 듣고 3개월간이나 고기 맛을 잊을 정도로 심취한 끝에, 음악이 이러한 경지에까지 이르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감탄을 했다.

'소’는 순임금 때부터 전해오는 고전음악인데 공자가 이런 정도로 감탄했으니 아마도 대단한 음악이겠지만, 실제로 어떠한 음악인지는 알 길이 없다. 고대의 미술이나 문학은 오랫동안 전해진 것이 많은 반면 악보도 녹음 기술도 없던 시절의 음악은 연주하는 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문학이나 미술은 지금까지도 전해지지만 그리스의 아폴론 제전이나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연주하던 음악이 실제로 어떤 음악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공자가 그토록 좋다고 한 ‘소’를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른다.

공자의 말씀에 의거하여 각자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중국 둔황의 동굴에서 발견된 옛 악보를 해독하여 오늘의 중국 음악가들이 연주한 CD를 어렵사리 입수한 일이 있는데, 듣자마자 크게 실망한 기억이 있다. 둔황의 석굴 안에 수백 년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있던 악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대단한 신비감을 자아내서 궁금증과 기대감을 가지고 사는 게 좋은데 현대 음악가들이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연주해버리면 싸구려 음악이 되어 듣는 이를 실망시키는 것이다. 영국의 시인 키츠는 그리스의 항아리에 그려진 악기 연주 그림을 보고, “들리는 멜로디도 아름답지만, 들리지 않는 멜로디는 더욱 아름다워라”라고 읊었는데 그럴법한 말이다.

우리 전통음악 중 남녀가 함께 부르는 ‘태평가太平歌’라는 가곡이 있다. 이 정도의 노래면 ‘소’의 수준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서양음악 중 ‘소’의 수준에 달한 곡을 꼽으라면 J.S.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곡 파르티타 2번 중 ‘샤콘chaconne’을 들고 싶다. 바흐는 다성부로 구성하는 대위법의 달인이지만 ‘샤콘’에서는 특히 바이올린의 단음만으로 약 18분간을 끌고 가는 그의 작곡 솜씨는 참으로 경이롭다. 예수, 석가, 소크라테스 같은 성인들은 음악에 대한 언급을 거의 안 했지만, 공자는 <논어>에서 음악에 대한 말씀을 많이 했다.

예술은 신과 자연에는 없고 인간 세계에만 있는데 예술 중에서도 가장 인간적이고 생명적인 것이 음악일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기 이전 태아 때부터 심장의 맥박, 즉 리듬을 지니고 살다가 이 맥박이 그칠 때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인생은 음악처럼 철저하게 시간적인 흐름인 것이다. 인본주의자이고 생명주의자이던 공자가 “흥어시 입어례 성어악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즉 “사람은 시에서 흥취를 일으키게 되고, 예에서 서게(인격을 갖추게) 되고, 음악에서 완성된다”고 한 말씀은 참으로 지언知言이라고 하겠다. 음악은 인류 역사에서 삶과 떨어질 수 없는 호흡 같은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기쁘면 저절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노동을 할 때면 고단함을 잊으려 노동요를 부르고 슬프고 괴로울 때엔 공감 가는 노래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지요. 글을 쓴 황병기 가야금 명장은 서울대 법대에 다니면서 동시에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배웠습니다. 그 실력이 출중해 1959년 법대를 졸업하던 해부터는 같은 대학에 신설된 국악과에서 4년간 후학을 가르쳤습니다. 1962년 첫 가야금 곡인 ‘숲’을 작곡한 후 현대 창작 국악의 기원이 되었고, <침향무><비단길><미궁><달하 노피곰> 등의 가야금 연주 음반이 있습니다. 여러 권의 음악 관련 저서를 냈으며, <논어>를 풀어낸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가락>으로 생의 지혜라는 특별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글 황병기 담당 김민정 수석기자


음악은 인류 역사에서 삶과 떨어질 수 없는 호흡 같은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기쁘면 저절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노동을 할 때면 고단함을 잊으려 노동요를 부르고 슬프고 괴로울 때엔 공감 가는 노래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지요. 글을 쓴 황병기 가야금 명장은 서울대 법대에 다니면서 동시에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배웠습니다. 그 실력이 출중해 1959년 법대를 졸업하던 해부터는 같은 대학에 신설된 국악과에서 4년간 후학을 가르쳤습니다. 1962년 첫 가야금 곡인 ‘숲’을 작곡한 후 현대 창작 국악의 기원이 되었고, <침향무><비단길><미궁><달하 노피곰> 등의 가야금 연주 음반이 있습니다. 여러 권의 음악 관련 저서를 냈으며, <논어>를 풀어낸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가락>으로 생의 지혜라는 특별한 연주를 들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