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09월 철이 든 형님 (이영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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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아주 좋은 어느 날 저녁, 반짝거리는 멋진 새 자동차에 젊은이가 막 문을 열고 타려고 합니다. 이때 한눈에도 그리 넉넉지 않아 보이는 꼬마가 묻습니다. “와, 아까부터 바라다보고 있었어요. 정말 멋져요. 이 차, 아저씨 거예요?” 기분이 좋아진 젊은이는 눈에 부러움이 가득한 꼬마에게 한 바퀴 태워주겠다고 했습니다. 꼬마는 주저하지 않고 올라타서 자동차값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젊은이는 운전을 하면서 형님이 사준 것이라 차값을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와, 정말? 저도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꼬마는 진정 부러워했습니다. 그런 형님을 둔 것이 부러우리라…. 젊은이는 자기 자신도 그런 형님이 있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어디로 드라이브할까 물었더니 꼬마는 자기 집 동네에 가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예상한 대로 부자 동네는 아니었고, 녀석은 자기가 이런 차를 타고 왔다는 것을 필경 자랑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꼬마가 저기가 자기 집인데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젊은이는 궁금해하면서 자동차 안에서 기다려주었습니다. 잠시 후 꼬마는 자신보다 어린 누군가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아, 저 친구에게도 자랑을 하려고? 그런데 녀석의 부축을 받은 그 어린 꼬마는 절룩거리며 아주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젊은이의 자동차에 다가와서 “얘는 제 동생이에요. 아파요. 걷지를 못해서 언제나 창가에만 앉아 있죠” 하고 말하더니 동생을 돌아보며 “봤지? 형아도 이다음에 커서 이런 자동차를 네게 사줄게. 그러면 너는 가고 싶은 곳 어디라도 다닐 수 있어” 그러더니 젊은이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면서 “저도 이다음, 아저씨의 형님같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부러운 것이 이 차를 받은 자기가 아니고 이 자동차를 사준 자기 형님이었다니, 그래서 자기 형님같이 되고자 한다니…. 꼬마의 의도를 처음부터 잘못 짚은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린 꼬마의 사려 깊고 따뜻한 성공 목표에 감탄했습니다. 이 에세이는 그 젊은이가 쓴 것입니다. 오래전에 읽은 것이지만, 제게도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내용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삶에 진정한 감정으로 오랫동안 몰두하면 힘이 생깁니다. 마치 탁구공에 무심코 맞으면 아프지 않은데, 세게 날아오는 것에 맞으면 아픈 것처럼 말입니다. 매사에 긍정적인 점을 찾아내고 ‘그럼 그렇지…’의 방점을 찍으면서 내일로 연결하면 에너지가 쌓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잃지 않은 꿈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생장호르몬인 것입니다.
<행복이가득한집>이 이번 달로 창간한 지 스물여섯 해가 되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나이 들어가신 독자분, 또래보다 철이 든 젊은 독자분들. 자동차를 사준 그 젊은이의 나이 든 형님처럼, 이다음에 크면 그 젊은이의 형님처럼 되고 싶다는 어린 형처럼, 받겠다는 생각보다 주겠다는 꿈이 더 크다는 것을 아는 형님 같은 독자 여러분! 아, 세상은 이런 형님들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