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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중간과 중심 (이영혜 발행인)

“우리 딸이 그리 공부를 잘하지 못해요. 이 녀석 중간 정도인 거지. 즈 엄마가 이에 만족을 하겠어요? 아빠인 내가 나서서 애가 공부를 좀 더 하도록 잔소리를 해달라고 해서 마음먹고 이야기를 시작했지. 암튼 중간보다 좀 더 잘해볼 수 있도록 독려도 하고 자극도 주려는 것이 목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돌려가면서 묻고 들어주다가 성적 이야기를 하면서 ‘네가 중간이구나?’ 했더니 ‘아빠, 나는 중간이 아니고 중심이야.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애들은 나를 보고 희망을 보는 거야. 그리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나를 보고 위로를 받아. 무엇보다 얘들이 내 앞에서는 잘난 체를 하지 않아. 그러니까 나는 중간이 아니라 중심인 거야.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거야, 아빠!’ 이렇게 대답을 하네. 즈 엄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그만 공부 따위를 가지고 훈시를 할 수가 없더라니까. 중간을 중심이라 되받아내면서 주눅 들기는커녕 당당해하니까 이상하게 내가 할 말이 없어지면서 마음이 놓이더라니까.” 이렇게 딸 이야기를 하는 아빠는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지만, 웃고 있는 것으로 보아 딸을 여간 신통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생이라는데…. 저는 두 단어의 뜻을 되뇌어보았습니다. 중간은 그저 두 사물의 사이에 존재하는 위치 같은 것, 중심은 사물의 한가운데 있으며 기본이 되는 것. 비슷하면서 다른 두 단어의 개념을 어린아이가 정확히 파악하고 멋지게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다니요. 문제를 오히려 자랑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발랄한 해석력이 기특했습니다. 또한 자기 혼자가 아니고 친구들에게 비추인 자기를 말할 줄 알뿐더러 결코 우울해하지 않는 보통내기가 아닌 거죠. 심지어 그런 딸을 낳은 이 남자에게서 남다른 인자를 찾고 싶어질 지경이었습니다. 저는 이 배짱 좋은 어린 친구를 그대로 잘 키우라는 듣기 좋은 소리로 그 아빠를 더 기분 좋게 해주었습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는 것으로 성공한 헨리 포드. 그는 남다른 솜씨를 가진 장인이나 특별한 기술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동차를 만들게 한 것입니다. 공정 부분을 단순 반복해 제작하는 것으로, 그 덕에 노동력을 쉽게 구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가히 혁명적인 발상인 것은 그 이전까지 어떤 물건을 만든 경험이나 자격이 필요치 않게 했으며, 경영적으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까닭입니다. 곧 세상의 많은 일이 이런 방식으로 변했고, 한편 찰리 채플린 영화처럼 인간을 부품이나 기계처럼 활용해 주어진 일이 틀리면 안 된다는 요구를 받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던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21세기는 마음에서 상상하던 것들을 현상으로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사람이 성공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폭발적인 영향을 준 이로 가장 많이 예로 드는 사람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니까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자신보다 더 많은 이익을 주니까 세계의 아이디어들이 다 모이게 되는 것이 비니지스 모델입니다. 그는 남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배려해야 나의 성공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성의 회복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영적이거나 신적인 능력을 꺼내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지금은 확실히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그런 만큼 지금 시대는 교육이나 마음가짐에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성적표처럼 남들이 재단해주는 평가보다는 자기가 누구인가를 스스로 포지셔닝할 수 있는 자기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것은 ‘다름’을 ‘틀림’보다 훨씬 중요한 위치에 두고 볼 때 기운을 얻습니다. 우리가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 혹은 기업의 모든 경영 전략이 결국 어떻게 남들과 차별화하느냐는 것에 달려 있으니까요. 결국 같은 결과나 사물을 보고 남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좇아가면 상상력이 빈곤해집니다. 또한 상상력의 영토는 무언가 조금 부족할 때 가장 많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부족함을 자양분 삼아 자기만의 해석으로 재미와 의미를 만들어내야 그 사이에 행복도 있다고 봅니다.

<행복이가득한집>이 창간 25주년이나 되었습니다. 처음 발행할 때 우리 국민소득이 5천 달러가 미처 안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몇 배로 성장했지만 그만큼의 갭이 생겨 행복이 많은 불행과 이웃하고 있습니다. 우리 독자들은 중간이 아니고 이 나라 가정의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위로를 하고, 희망을 주고, 우리 때문에 젠체하지 못하는 사람을 더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우리 스스로의 요리 솜씨 하나라도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처럼 남다르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우리 ‘행복이 가득한 집’은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것들을 별것으로 만들어내어 말할 거리를 드리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고 채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25년을 흘려보냈는지 채워왔는지 자문해봅니다. 발행인 이영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