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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울컥거리면 나이 든 것이라는데…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그저 흘려들었다. 우리의 가왕 조용필의 명료한 발음으로도 유난히 긴 가사는 앞뒤가 연결되어 들려온 적이 없다. 대관령으로 놀러 가는 자동차 안에서 이 노래를 틀고 가사를 차근히 들어보았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이 대목에서 울컥했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놀매 놀매 하고 있다고 대답하곤 했는데, 내 깐에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가려 했나,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나 보다. 이 노래에 눈물까지 슬쩍 훔친 스스로에게 놀라서, 내가 나에게 질문하고 답하게 했다.

 

산다는 것은 동사다. 삶은 명사다. 생활이라는 명사도 있다. 이 두 명사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생활은 먹고살기 위한 활동의 연속.
빵 한 조각을 위해 생사를 걸기까지 해야 했으니 톨스토이도 생활은 괴로운 노역이라고 했다. 생활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가 시리즈로 엮여서, 산다는 동사를 만들었다 싶다. 이걸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다. 생활은 그래서 사회적이고 상대적이어서, 늘 나보다 앞선 사람과 견주어야 한다. 생활을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내일을 위해 참고 노력한다.

 

은 먹고사는 것과 무관한 것에 관해 혼자서 질문하고 발견하는 세계다.
일상 ‘여기 지금’을 남다르게 해석하는 노하우로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비법이다. 그렇기에 저기까지 올라가면 무엇이 있을까 추측하게 하는 힘이다. 인생을 시시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엮어서, 알맹이 있는 삶을 만든다. 이걸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 삶은 스스로의 격이며 그래서 주관적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위로와 선의의 영향을 준다. 참을 필요 없는 감동하는 시간을 지니는 삶은, 오늘 이 순간을 자기가 만들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자세로 살았다는 건가…. 적다 보니 남들은 다 아는 바보 같은 독백인가, 표절인가. 유행가 가사를 듣고 울컥하면 나이 든 것이라는데…. 내가 운 것은 나 때문이 아니어야 했다, 어림도 없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같이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이 부러워서였다. 종이 매체의 지존 <행복이 가득한 집> 때문에 남을 울게 하시라!!

 

 

울컥하게 한 이 노래, 찾아보니 작곡 김희갑, 작사 양인자였다. 작곡자를 먼저 써놓았지만, 이 노래는 틀림없이 가사를 먼저 썼을 것 같다. 산다는 것에 대해 엄청 비장하고, 사랑에 대해 가없는 책임을 알지 못하고는 쓸 수 없는 가사가 아닌가. 노래 사이에 독백을 남기는 작곡자의 의도라니! 아, 이 부부는 정말 좋은 노래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아름다운 분들이다. 건강하신지….

 

<행복이 가득한 집> 발행인   이 영 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