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0월 자연이 가득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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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득한 집’ 이라는 섹션을 시작한 지 벌써 11년이 되었습니다. 지역의 진정한 생산자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오가닉, 지속 가능, 로컬, 에코, 리사이클링 등을 키워드로 친환경적 내용을 소개해왔습니다. 이것이 우리뿐 아니라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가 된 것은, 지금까지의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망가진 지구의 끝을 보고야 말 것임을 우려한 사필귀정입니다. 언젠가는 이 제목으로 월간지를 내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이번 호는 아예 이 제목으로 특별호를 만들었으니 작은 소망을 이룬 셈이어서 기쁩니다. 이제 ‘자연이 가득한 집’이라는 용어는 농촌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느끼고 가까이하고 싶은 꿈의 집이 되었습니다. 건강하게 마감한 집, 시간의 흔적을 살려 재생한 공간, 지역에서 정직하게 키운 슬로푸드, 핸드메이드 공예품, 새로운 용도를 부여한 재활용품…. 이번 특별호는 한 번 더 바라보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국내외의 자연이 가득한 생활을 담았습니다.
아울러 11월 18일부터 닷새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슬로푸드국제페스티벌’ 전시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슬로 시티’ 운동을 창안한 이탈리아는 슬로푸드 운동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지역 먹거리를 부추기고, 발효 식초나 와인 품평을 해 최고 등급 상을 주고, ‘맛의 방주’라 하여 전 세계 곳곳에서 사라져가는 특산물을 등록시키고, 슬로푸드 국제 전시도 개최합니다. 한 분야가 발전하면 자연스레 주변 생태계가 형성되듯이 이탈리아는 농가공 식자재를 비롯해 관련 도구나 기구, 부엌용품, 키친까지 대단한 산업으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천천히 얻은 재료, 서서히 만든 음식을 먹자는 운동이니 무얼 어떻게 먹느냐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생활 정신의 확산이 따르는 것입니다. 특히 지역의 슬로푸드 재료를 사용해 만든 레스토랑의 메뉴에는 심벌 마크를 표시하는 협동된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한 농부들의 협동조합이 일찍이 이탈리아 슬로푸드 기관과 연계해 국내에서 슬로푸드 전시를 진행합니다. 매년 3월에 ‘리빙디자인페어’를 개최해온 전시 경험과 ‘자연이 가득한 집’ 특별 섹션을 만들어온 관심으로 <행복이가득한집>이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이 행사를 돕습니다.
전시 주제는 ‘멋진 농부, 진짜 맛’으로 정했습니다. 이 나라의 많은 젊은이가 농부가 되고 싶은 꿈을 꿀 때 농촌이 발전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감각도 갖추고, IT를 아는, 양식 있고 정직한, 나아가 지역 리더가 되어야 하는 농부상象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런 농부야말로 속이지 않는 진짜 맛을 지닌 생산물에 자신의 브랜드를 내걸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나라의 농사는 디자인과 가장 거리가 먼 영역입니다. 하지만 디자인으로 가치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에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창시자를 비롯해 세계 42개국 1백60여 명의 생산자, 셰프, 음식 문화 관계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합니다. 이탈리아는 ‘슬로 와인’ 부스를 꾸미고, 그들의 특산물 부스도 선보입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이 섬세하게 가려낸 우리나라 농부들과 청정 지역 먹거리, 어린이관 등에 관심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자연이 가득한 우리의 농촌은 도시인의 고향이면서 가능성과 안타까움도 많다는 사명감을 함께 나누고 키워나가는 독자가 되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