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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Why so serious ?

빅토르 안,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귀화한 러시아에 최초의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겨준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이름입니다. 그를 러시아에 보낸 상황을 떠올리면 속상하지만 재기에 성공한 그의 멋진 스토리에 우리 국민도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금메달만큼이나 러브 스토리도 화제였죠. 안 선수 부부의 몸에는 서로에 대한 사랑 고백을 담은 문신이 있는데 ‘You complete me’라는 강력한 사랑 고백입니다.

‘You complete me.’ 직역하면 ‘당신이 나를 완성시켜’라는 뜻이 될 텐데, 이 말은 톰 크루즈가 제리 역을 연기한 <제리 맥콰이어>란 영화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제리가 사랑하는 여인 도로시에게 건넨 말이죠. 도로시의 답변 또한 강력합니다. “You had me at hello.” “당신이 나에게 ‘헬로’라고 인사한 순간부터 난 당신의 것이었어요”라는 말이지요. 어쩌란 말인가! 손발이 오그라들지요. 사랑의 힘으로 제리도 안 선수도 재기에 멋지게 성공한 것입니다.

그런데 ‘You complete me’라는 멘트를 연인이 아닌 자신의 적에게 날려 멋진 폼을 잡은 배역도 있었으니,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에 악역으로 나온 조커입니다. 조커는 자신을 다그치는 배트맨에게 “You complete me(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악당이 상당히 철학적이죠. 그리고 조커가 날린 명대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Why so serious?(뭐가 그렇게 심각해?)”라는 말입니다. 이처럼 악당이라고 해도 자신의 정적조차 내 인생을 완성시키는 파트너라고 느낄 수 있는 철학적 여유가 있다면, 그의 인생에서 심각하게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겠죠. 이런 사람은 삶의 고통스러운 순간조차 나를 완성시키는 자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제리보다도 조커의 ‘You complete me’가 더 진한 멘트라고 느꼈고, 그래서 조커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보통 심각한 인생과 무료한 인생은 짝을 이루어 함께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흘려보내도 될 걱정거리에는 과도하게 심각하게 반응하고, 삶의 기쁨이 될 자잘한 행복 사건들엔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마음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또한 “인생이 무료하다, 심심하다, 무언가 열정적인 사랑 같은 일이 내게 터졌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에게는 가수 장기하의 ‘별일 없이 산다’라는 곡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너 없이 못 산다’며 절규하는 사랑 노래들과 느낌이 참 많이 다르지요.

인생이 행복하지 않고 무료하다고 고민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심심한 인생 살기 연습’을 권해드립니다. 우리는 행복이란 메시지에 너무 강하게 반복 노출되어 살짝 행복 중독에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상당히 강렬한 ‘필’이 찾아와야 내 삶이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심심한 것은 곧 불행이고요. 행복의 정의가 강한 느낌으로 뇌에 입력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계속 강렬한 자극만 원하면 뇌가 오히려 행복을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행복을 느끼는 민감도가 떨어지는 행복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행복감을 잘 느끼는 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좀 비어 있는 듯한 심심한 인생에서 은근히 찾아오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행복에 대한 예민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이지요. 행복에 대한 예민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선 먼저 삶의 고통에 “You complete me”라는 여유로운 멘트를 날릴 수 있는 배짱이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불안이 내 뇌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고요히 느껴지는 삶의 행복감에 내 뇌의 주파수를 살포시 맞추는 훈련을 해나가다 보면, 어제보다 더 파랗게 보이는 하늘의 청량감을 오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별일 없이 산다’를 한 단어로 바꾸어 말하면 ‘심심’이 아니라 ‘평온’이 적합할 것입니다. 사람이 조용하고 평안하면 잘 들리지 않던 작은 소리도 들리고, 평소 생각지 못한 작은 일에도 기쁘고 감사하게 되니 그만큼 현실과 순간에 대한 감상과 만족이 높아질 테지요. 글을 쓴 윤대현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합니다. 또 매일 아침 MBC FM 라디오에서 <윤대현의 마음연구소>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유쾌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대중의 마음 건강을 돌보아주지요. <마음 아프지 마> <윤대현의 마음 성공> 등의 책도 펴내 우리에게 정신의학적ㆍ심리적 조언을 아끼지 않던 그는 최근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이라는 책을 펴내 대중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