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우리를 열심히 살도록 하는 내 마음의 시스템입니다. 미래를 대비해 지금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고 우리 마음을 재촉하는 시스템이지요. 그러나 달려만 가는 인생엔 피로가 몰려오고, 막상 성취한 내 인생의 소중한 콘텐츠도 의미 없이 허무하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피곤하고 지친 뇌에 어떻게 다시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느냐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은데요, 내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잘 즐기기 위해선 내 마음에 따뜻한 감성 에너지가 차 있어야 합니다. 삶의 내용은 변한 것이 없는데도 내 마음의 에너지가 충전되어 있으면 내 삶에 대한 해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행복감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뇌 충전 전략으로 ‘자기 연민 훈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연민은 불쌍히 여기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따뜻하게 감싸주라는 의미인데요, 자기 연민 훈련 이론에서는 우리 뇌 안에 있는 충전 장치를 연민 장치라 부릅니다. 그 장치를 잘 가동해주어야 일상생활에서 지친 뇌에 에너지가 차오른다는 것이죠.
그럼 내 연민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질문을 한 가지 할게요. “봄의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오나요?” 실제로 이런 질문을 하면 꿀 먹은 벙어리 같은 반응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봄이 있기는 했나?’ 하는 표정으로 말이지요. 우리 마음의 스트레스 시스템은 주로 여름과 겨울에 작동합니다. 뇌가 추운 날씨와 무더위를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신호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여름과 겨울이 긴장의 계절이라면, 봄과 가을은 이완의 계절 그리고 연민의 계절입니다. 이 봄이 주는 햇살의 따뜻함에 내 마음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연민 시스템 작동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반대로 연민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분들은 계절에 자동으로 반응합니다. 따뜻한 햇살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이 연민 시스템은 ‘작동하라’고 우리가 말로 지시해도 잘 작동되지 않아 좀 골치가 아픕니다. 스마트폰을 충전하듯 우리 뇌의 배터리도 외부 에너지원과 연결해야 충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외부 에너지원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 세 가지가 바로 ‘사람, 자연, 문화’입니다. 어찌 보면 뻔한 단어들이지요? 하지만 뇌 충전은 단순한 지식 습득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훈련을 자주 해서 뇌의 연민 장치 스위치가 잘 켜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하필 이 충전 장치가 논리의 뇌가 아닌 감성의 뇌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충전하라!”고 지시한들 충전이 되지 않는 것이죠.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관계 스트레스’라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마음에 친밀에 대한 욕구가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아이러니하게 최고의 충전 방법도 사람입니다. 거울을 보고 자신한테 “넌 정말 멋있어!”라고 외쳐선 충전이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담긴 내 이미지가 따뜻하고 멋질 때에야 ‘훅’ 하고 우리 뇌의 충전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하니까요. 뇌가 지치면 사람을 만나기 싫어지는데, 그러다 보면 뇌가 더 많이 방전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사람이 참 싫어질 때가 있지요? 그럴 때면 자연과 문화를 활용해 충전을 하면 됩니다. 먼 산을 바라보다 보면 내가 산을 보는 거지만 왠지 저 산이 나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할 겁니다. 이는 내가 내 인생에서 잠시 한 발짝 물러서 내 삶을 쳐다보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놀랍게도 우리 뇌는 이런 순간에도 충전 장치가 잘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죠. 영화, 소설을 몰입해서 보다 보면 내가 아닌 그 콘텐츠의 주인공이 나를 쳐다봐주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니까요.
다시 말하면, 지친 뇌는 충전 장치가 잘 켜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훈련하는 마음으로 사람, 자연, 문화를 즐길 필요가 있습니다. 충전 장치를 꾸준히 활성화하다 보면 언젠가 일상에서 ‘툭툭’ 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삶의 내용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의 에너지가 충전되어 내 삶이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한층 더 충만한 행복을 느끼게 되겠지요.
사람을 만나기도, 나들이를 가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사람, 자연, 문화로 우리 뇌의 긍정 장치를 충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때이지요. 글을 쓴 윤대현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합니다. 또한 매일 아침 MBC FM 라디오에서 <윤대현의 마음연구소>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유쾌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대중의 마음 건강을 돌보아주지요. <마음 아프지 마> <윤대현의 마음 성공> 등의 책도 펴내 우리에게 정신의학적, 심리적 조언을 아끼지 않던 그는 최근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이라는, 제목만 보아도 분명한 조언과 위로가 전해지는 책을 펴내 대중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