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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는 요리는 책으로 남겨라 물려주고 싶은 손맛 레시피북
요리책에 있는 레시피는 여러 번 따라서 만들어봐도 내 요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레시피를 노트에 직접 적어두거나 스크랩을 해두면 몇 번 안 해본 요리라도 애착이 가서 나의 것이 된다. 차곡차곡 레시피가 쌓일 때마다 평범하던 노트 한 권이 오래된 일기장처럼 소중해진다. 두고두고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 보관법을 배운다.
photo01 오늘은 무슨 요리를 만들까? 가지고 있는 온갖 요리책들이 책상 가득 펼쳐지게 되고,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메뉴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요리하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걸리겠다. 이럴 때, 자주 쓰는 조리법만 모아둔 레시피 북이 필요한 것이다. TV나 잡지에서 본 것이나 친정 엄마에게 전화로 들은 것 등을 아무 종이에나 적어놓았다가 방치해두었다면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밖에 되지 않지만, 제대로 정리해 모아두면 나만의 레시피 북이 된다.
우리의 경우 음식은 손맛이라며 감에 의지하지만 외국의 주부들은 대대로 레시피 북을 물려받는다. 할머니의 레시피까지 적혀 있다는 것이 자랑이 되는 그들의 문화가 조금은 부러운데, 우리도 잘 찾아보면 집집마다 내세울 만한 요리 하나쯤은 있을 테니 정성 들여 한번 기록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특별히 좋은 노트가 아니어도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나 정해두고 어머니가 하셨던 요리들, 평소 해보고 싶던 음식, 궁금했던 것, 만들어서 성공했던 것 등등을 적어두면 된다. 노트로 보관하기가 귀찮다면 작은 상자를 구해 레시피 박스를 만들 수도 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스크랩한 것, 슈퍼마켓에서 주는 레시피 카드, 종이에 적어둔 것 등을 간편하게 넣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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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북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장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할 수 있는 요리의 레퍼토리가 탄탄하게 다져진다. 뭘 만들까 고민스러울 때 어떤 요리책보다도 레시피 북을 펼치면 쉽게 메뉴를 짤 수 있다. 몇 가지 요리로 코스를 짜서 가족이 모일 때 한식상, 친구들과 먹는 이탈리아식 점심, 아이를 위한 생일 메뉴 등으로 나누어 레시피 북의 한 부분에 리스트를 모아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며 다음에 할 때는 발전적인 메뉴를 구성할 수 있고 그날을 기억하는 추억도 될 수 있다. 시장을 보러 갈 때 쇼핑 리스트를 메모할 시간이 없으면 레시피 북만 들고 가자.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빠뜨리고 올 염려가 없다. 레시피 북은 맛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간혹 요리책에 재료의 분량이 잘못 나올 수도 있고, 정확한 레시피라도 자신의 입맛보다 짜거나 싱거울 수 있는데, 한번 해보고 맛을 조절해서 적어두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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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아무리 학원을 다녀도 한번 해보고 잊어버린다면 요리를 배웠다고 할 수 없다. 수많은 요리의 여러 가지 재료와 분량을 모두 기억하는 것도 무리다. 배운 요리, 해보고 싶은 요리는 레시피부터 잘 보관해야 한다. 요즘은 조리법을 제공해주는 사이트도 많아 인터넷만 잘 이용해도 쓸모 있는 레시피 북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식탁을 좀더 풍요롭게 하고, 식구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오늘부터라도 하나씩 레시피를 모아두면 어떨까? 시간이 지나면 레시피 북은 가족의 이름을 적어둔 족보처럼 가족의 중요한 기념일과 식성을 담고 있는 귀한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딸이나 아들 또는 며느리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이 될 것이다.
 
 
1. 요리 연구가 최미경 씨의 레시피 북.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4~5권 정도 만들었다. 서재에 고이 모셔두는 것이 아니라 부엌에서 작업을 하며 들여다보기 때문에 쓸수록 손때가 묻어 그만큼 정도 깊어진다. 신문이나 잡지를 스크랩하여 붙여두기도 하고, 가까운 외국 친구들이 직접 적어준 레시피도 그대로 끼워 넣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만든 것이라 종종 아이들의 낙서도 보이고, 모임이나 여행을 갈 때 준비사항을 적은 것이 그대로 남아 추억거리가 되기도 한다. 회색 철제 독서대는 디자이너 이미지 제품, 장소는 뷔셀 논현갤러리.
2. 레시피 박스를 이용한 정리법. 잡지에 종종 나오는 쿠킹 카드나 슈퍼마켓에서 홍보용으로 제작한 조리법이 적힌 카드를 모아서 쉽게 만들 수 있다. 종이 상자는 모두 마키 제품. 3 비닐파일에 프린트 용지를 넣어 정리해두었다. 한 장씩 꺼내 쓰기도 좋고 물이 묻어도 걱정이 없다.
3. 4 다양한 형태의 앨범을 이용한 레시피 북. 검은색 종이로 된 앨범에 흰색 펜으로 레시피를 적어두었다. 잡지에서 스크랩한 사진을 나름대로 멋을 내어 붙여보았다. 5 부엌의 한쪽 공간을 서재처럼 꾸며보면 어떨까? 작은 책장을 놓고 자주 쓰는 요리책들과 레시피 북을 꽂아둔다. 서랍에는 레시피 카드를 모아둘 수 있어 더 실용적이다.
 
photo01 조리법을 노트에 적는 습관을 들이자 일기장 고르듯 마음에 드는 노트를 하나 골라서 레시피를 적어보자. 레시피에는 요리명, 재료, 만드는 법, 주의사항, 재료를 살 수 있는 곳, 레시피의 출처 등을 적어두면 편리하다. 시중에 레시피 북용 노트도 나와 있다. 이런 노트에는 위 항목들을 적는 칸이 나뉘어 있어 레시피 정리를 도와준다. 조리법만 적어두면 너무 딱딱한 수학 공식 노트처럼 될 수도 있으니 사진 등을 이용해 나름대로 꾸며보도록 하자. 신문이나 잡지에서 본 요리법은 적을 때 사진을 오려서 함께 붙인다. 직접 만든 음식을 폴라로이드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사진을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프링으로 된 노트는 필요한 페이지를 펼쳐두기에 좋다. 학교 다닐 때 암기용으로 많이 쓰던 고리로 묶는 형태의 바인더는 필요한 페이지를 빼서 사용한 뒤 다시 묶어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레시피는 수성펜보다는 유성펜으로 적을 것. 요리 도중에 언제 물이나 양념이 튈지 모르니 유성펜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
 
photo01 쿠킹 카드를 모아 레시피 박스를 만든다 잡지를 보면 요리 칼럼을 엽서로 제작하여 붙여두는 경우가 있다. 〈행복〉에서도 매달 쿠킹 카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만 잘 모아도 훌륭한 레시피 북이 된다. 왼쪽 사진은 마키Maki에서 판매하는 레시피 박스에 〈행복〉 쿠킹 카드 2년치를 모아둔 것. 크기가 딱 맞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고 인덱스가 있어 분리하여 정리할 수 있다. 상자 안쪽에 연필이나 작은 쪽지를 따로 보관할 수 있는 주머니가 있어서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마키에서는 레시피 박스와 함께 다양한 디자인의 레시피 카드도 판매하는데, 엽서 크기의 종이를 대신 사용해도 무방하다. 레시피 박스는 주방 한쪽에 두고 쓰기에 적당하다.
 
photo01 앨범을 이용하면 레시피 정리가 재밌다 문구류 코너에 있는 다양한 앨범 중에서 레시피 북으로 쓸 것을 찾아보자. 사진을 하나씩 끼워 달력처럼 넘길 수 있는 스탠드 형태의 앨범은 레시피 카드를 끼워 부엌에 세워두고 쓰기 좋다. 사진을 붙여두는 접이식 앨범을 이용해도 재미나다.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을 붙여보면 그럴듯한 레시피 북이 된다. 검은색 종이여서 은색펜과 흰색 색연필을 사용해 레시피를 적었다. 책상용 달력처럼 생긴 검은 수첩도 앨범 코너에서 찾을 수 있다. 2가지 수첩 모두 텐바이텐에서 제작, 판매하는 제품이다.
 
photo01 인터넷 레시피는 깔끔하게 파일로 정리한다 A4 용지를 끼워둘 수 있는 비닐 파일은 가장 쉽게 레시피를 모을 수 있는 방법. 요리 강좌에 가보면 강사들이 나누어주는 레시피도 대부분 A4 용지에 적혀 있고, 잡지의 크기도 이와 비슷해 스크랩이 용이하다. 비닐 파일은 한 장씩 쉽게 떼었다가 붙일 수 있어서 요리를 할 때 필요한 것만 뽑아 쓰기 좋다. 물이나 기름이 묻어도 쉽게 지울 수 있기에 요리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요즘은 주부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요리 커뮤니티가 많아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레시피를 구할 수 있다. 몇 시간만 모아도 노트 한 권이 쉽게 채워진다. 다만 인터넷에 소개된 것 중에는 부정확한 레시피도 많으므로 믿을 만한 사이트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진(프리랜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5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