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가구는 건축가를 쏙 빼닮았다”
전시 기획한 쇳대박물관 최홍규 관장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의도는? 나는 최가철물점을 운영하는 경영자이자 대장장이다. ‘쇠’라는 소재를 이용한 가구는 그동안 수없이 만들어왔다. 건축 재료로 쇠를 무수히 사용하는 건축가들이 그것을 이용하여 과연 어떤 가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 건축가가 가구를 만드는 것은 그들이 건물을 설계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이해하는 쇠의 캐릭터가 가구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대장장이로서 확인하고 싶었다.
건축가가 만든 가구는 어떻게 다른가? 작품만 보고도 누구의 작업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디자인이 건축가의 생김새, 그의 캐릭터를 빼닮았다. 공간과 함께 디자인한 가구가 아니고 가구만을 독자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라서 그런지 더욱 디자이너의 개성이 드러나는 듯하다. 쇠라는 재료의 성질을 이용해서 구조적으로 풀어가는 모습이 그야말로 건축적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이들보다 재료에 대한 파악이 정확해서인지 오히려 ‘쇠’라고하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자유로운 디자인, 쇠의 본질을 온전히 인정한 가장 쇠다운 디자인 등 양극단으로 풀어내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상품화를 목적으로 이번 전시회가 기획되었다고 들었다 물론이다. 이번 전시회는 국내 유명 건축가 12인이 직접 디자인한 가구를 소개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전시일 게다. 이들이 만든 가구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너무도 아깝다. 현재 만들어진 가구 중 일부는 상품화를 계획 중이다. 30년 경력의 대장장이로서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매력적인 디자인의 가구가 한꺼번에 등장한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건축가의 가구전뿐만 아니라 쇳대박물관은 지난해 열.쇠.전(열 사람의 쇠작업 전시) 등 여러 작가들에게 한 가지 주제를 던지는 전시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전시 기획의 의도는? 쇳대박물관에서 기획하는 전시는 차별성, 전문성, 자유로움 등을 모토로 한다. 한 가지 주제가 각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자유로운 해석을 만나는 모습은 언제나 즐겁다. 다음 전시회는 ‘조각가의 생활용품전’이다. 재료에 대한 제한도 없고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생활용품을 조각가들은 과연 어떻게 풀어낼지 사뭇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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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가구에서 철의 유연함을 발견했다”
쇳대박물관 제작팀 이근세 씨
12명의 건축가들이 참여, 그들이 디자인한 가구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에 동원된 이들은 사실 이보다 더 훨씬 많다. 디자이너 이외에도 전시 기획, 제작 등 ‘무대’ 뒤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이 바로 그들이다. 전시장에 소개되는 가구들의 실질적인 가공과 제작의 최전선에 쇳대박물관 제작팀인 이근세 씨와 최기준 씨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있었기에 이번 전시가 가능했다. 총 12명의 건축가 중 9명의 가구 제작에 참여한 이근세 씨를 만났다.
처음 기획 당시 건축가들과 미팅을 하고 디자인 스케치과 구체적인 도면을 받고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근세 씨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고 말한다. ‘과연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가구는 어떤 모습일까’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 작업은 철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건축가들의 신선한 발상을 확인하며 공부하고 자극받는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처음 그들이 보내온, 너무도 기발하고 회화적인 드로잉을 보면서 ‘건축가들은 꿈을 꾸는 이들이 아닐까’, ‘과연 이것이 가구라는 이름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사실 실제로 건물을 짓는 이들이 건축가이기에 보다 현실적이고 무난한 디자인을 제시할 것이라 여겼는데 오히려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에 짐짓 놀랐던 것. 하지만 직접 제작을 시작하면서 그것은 감성적으로 보이는 이성적인 구조물이었음을 깨달았고, 금속이라는 소재가 조형성을 가질 때 어떤 매력을 얻게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리적인 상식과 기능, 인체공학, 미감 등을 고려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이었다면 쇠라는 물질이 형태에 따라 변하는 변수를 최소화해서 디자인 의도를 최대한 구현해내는 것은 제작자의 역할이었다. 만약 그에게 제작 일지가 있었다면 매일 가장 많이 써 내려갔을 말이 ‘의외였다’가 아닐까. 금속만으로 가구가 된다면 기능성이 떨어질 것이라 여기고 평소 철은 부속물이 되었을 때 더욱 빛난다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이 가구 하나하나를 만들어내면서 사라졌다. 철에 대해 그간 가졌던 단단한 선입견들이 건축가들에 의해 발견된 철의 유연함으로 인해 종적을 감추고 만 것이다.
이근세 씨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메모, 그 사람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사물을 철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작업을 하는 금속공예가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대장장이라 부르는 그는 평소 자신의 작업 스타일이 이번 가구 제작에서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건축가를 만나고 그의 디자인을 제작물로 옮길 때 건축가의 모습과 캐릭터를 떠올리며 작업에 임했던 것. 경기도 화성에 있다 해서 화성 공장이라 이름 붙여진 그의 작업실 풍경과 작품은 홈페이지 www.marsfactory.org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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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가구-열두 명의 건축가가 만든 금속가구전’은 3월 24일(금)부터 4월 30일(일)까지 쇳대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에서는 권문성, 김영섭, 김영준, 김인철, 김종규, 민현식, 서혜림, 승효상, 장윤규, 최두남, 최문규, 황두진 씨 등 국내 유명 건축가 12인이 디자인한 가구 총 32점을 만날 수 있다. 월요일 휴관. 문의 02-766-6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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