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요리와 함께 흐른다
우리나라도 지방마다 음식 맛이 다르듯 프랑스도 마찬가지이다. 목초지가 많은 북쪽 지방은 낙농업이 발달해서 음식에 우유, 버터, 크림, 치즈 등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남쪽 지중해 지방은 올리브오일, 토마토, 허브 등을 많이 쓰는 등 이탈리아 음식과 비슷하다. 보르도 지방 출신인 뱅자맹 씨는 남부 음식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어려서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음식을 접했던 그는 낯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요즘에야 각 나라의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지금은 웬만한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는 카망베르 치즈, 당시엔 이것도 손에 넣기가 쉽지 않았던 것. 프랑스에서 먹던 음식만 그리워했다면 그는 일찌감치 짐을 챙겨 고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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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음식은 입에 안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먹어보고 ‘맛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요. 새로운 음식을 맛볼 때에는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을 잊고,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비교하지 말고, 편견을 갖지 말고, 입맛을 길들여가는 갓 태어난 아기의 감각을 지니려고 노력하세요. 김치를 처음 먹었을 때에는 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자꾸 먹다 보니 그 맛이 어떤 것인지 알겠더라고요.” 프랑스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음식에 관심이 많다. 요리책을 사서 읽고 만들어보고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니는 것이 생활의 일부인 그들은 식탁에서 오가는 대화 중에도 이와 관련된 것이 많다. 일전에 가보았던 레스토랑의 요리가 어떠했는지, 특별한 날 어머니가 만들어주었던 음식이 무엇인지…. 뱅자맹 씨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어머니와 함께 빵을 만들던 때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한다. 오븐 안에서 반죽이 익어갈 때 집안을 가득 채우던 냄새.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의 냄새에 이끌려 어린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듯 빵 굽는 냄새는 그에게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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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프랑스 요리의 맛을 완벽하게 재현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유럽은 양파, 감자, 당근, 토마토 등의 종류가 다양한데, 여기에는 한두 종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돗나물, 시금치, 상추는 한국 것이 훨씬 더 맛있습니다.” 우리나라 채소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뱅자맹 씨의 음식 솜씨는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다. 마늘, 후추, 계피를 좋아하는 그가 최고로 여기는 식재료는 양파. 버터에 구웠는지, 그릴에 구웠는지, 날것인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른 양파는 ‘하느님의 선물’이란다.
지난해 말에는 르 생텍스 옆에 바비큐 레스토랑 ‘라 플란챠La Plancha’를 열었고, 프랑스 요리책도 냈다. 프랑스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노천 카페에 가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던 그였지만, 서울살이 10년에 그런 여유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한다. “1년에 한 번 정도 프랑스에 다녀옵니다. 그때에는 단골 비스트로에도 가고, 벼룩시장을 다니면서 앤티크 접시를 사오기도 하죠. 그런데 한낮에 파리 사람들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일광욕을 즐기고,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서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어떻게 이 시간에 여기 있지? 일 안 하나?’ 싶은 거예요.” 그는 이미 활기 있고 빠르게 돌아가는 서울 생활에 길들여진 것이다. 벌써 2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케이터링 영역까지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그가 한국을 쉽게 떠날 것 같지는 않다. 문의 02-795-2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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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왼쪽,가운데 레스토랑 안에는 음식과 관련된 과거 유럽의 일러스트레이션, 그림, 광고 및 포스터 등이 걸려 있어서 매우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오른쪽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차함과 어린 시절 그가 사용했던 스푼과 에그 스탠드.
3. 한국인 동업자 안상준 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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