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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써 내려간 한韓 문화 은평한옥마을
‘은평恩平’은 조선시대의 지명인 연은방과 상평방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병풍처럼 펼쳐진 북한산 자락과 서울 서북부 군사·교통의 요충지로 오랜 역사의 향취를 더한 이곳에 지난 2015년, 21세기 서울형 한옥마을인 은평한옥마을이 들어섰다. 자연 친화적 마을에 새롭게 해석한 ‘한韓’ 문화 콘텐츠를 더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한옥 문화를 알리다
은평한옥마을에서 진관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맹꽁이 서식지와 수령 1백50년 이상 된 느티나무 네 그루가 반갑게 맞아준다. 마을 초입에 있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친환경 생태마을이자 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은평에 대해 심도 있게 전해준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한옥마을 초입에 있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은평의 역사와 한옥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14년 10월에 개관했다. 2층 은평역사실에는 은평뉴타운을 개발할 때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며, 옛 서울과 이 지역 사람들의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3층 한옥전시실은 한옥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더없이 좋은 공간. 현재 북촌문화센터로 사용하는 민형기 가옥의 사랑채를 1:1 비율의 모형으로 재현해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흙ㆍ한지ㆍ돌ㆍ나무 등 한옥에 쓰는 재료와 한옥의 구성 요소, 채광ㆍ통풍ㆍ온습도 조절 등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정리해두었다. 한옥의 건축 과정을 정리한 부분은 은평한옥마을 주민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된다. 한편 기획 전시실에서는 <구파발 산대탈>전을 열어 한양 서북방의 연희 거점이던 구파발의 본산대놀이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전시는 12월 22일까지. 주소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50길 8 문의 02-351-8523


한옥의 정취가 깃든 문화 공간
한문화체험특구로 지정된 은평한옥마을에는 한옥을 직접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시설이 존재한다. 그곳에 머무는 짧은 시간에도 한옥의 매력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천상병ㆍ중광ㆍ이외수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
셋이서문학관
마을 끝자락에서 대로를 향해 활짝 열린 듯한 구조를 취한 셋이서문학관은 본디 은평한옥체험관으로 사용하던 화경당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북 카페 겸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는 천상병ㆍ중광ㆍ이외수 등 기인이라 불리는 세 작가의 시 작품이 시화 형태로 전시돼 있다. 1층 북 카페에서는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세 작가 개개인의 공간으로 꾸민 방에서 작품과 더불어 그들의 삶과 사는 방식을 간접경험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23 문의 02-355-5800



고즈넉한 한옥 속 미술관
삼각산금암미술관
셋이서문학관과 담장을 나란히 하고 있는 삼각산금암미술관은 ‘한옥 속 미술관’이라는 콘셉트로 한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지하 1층과 지상 2층 규모의 전시관으로,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면 한 문화의 미학적 재해석을 곁들인 공간이 펼쳐진다. 1층 사랑방은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고, 2층은 기획 전시 공간으로 최근에는 은평 작가 협력전 <우리마을화가전>을 열어 은평미술협회 중견ㆍ원로 작가 20인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했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21-2 문의 02-351-4343



은평의 옛 추억과 따뜻한 마음의 기록
너나들이센터
은평인의 진가를 마주하고 싶다면 너나들이센터를 찾아보자. 1층에는 추억의 사진관인 고려사진관을 재현한 공간이 자리한다. 고려사진관은 응암구에서 오래 거주한 김훈석ㆍ차영옥 씨 부부가 서대문구에서 운영한 스튜디오로 사람들에게 무료로 결혼사진이나 돌잔치 사진을 찍어주어 많은 이의 기억에 남아 있는 곳이다. 또한 은평에서 80년 넘게 산 차철수 작가의 옛 은평 사진을 감상하거나, 강종순 한복 디자이너의 전통 한복을 무료로 체험할 수도 있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50길 10 문의 02-351-4433


ⓒ송유섭
은평한옥마을의 문화 살롱 일루와유
달보루

‘제일가는 누각에서 누워 놀다’는 말에서 이름을 따온 일루와유 달보루壹樓臥遊 達寶樓. 이곳의 조진근 관장은 각종 공연과 전시, 다이닝, 강연, 숙박 등을 접목한 신개념 복합 문화 살롱을 지향한다. 건축사사무소 강희재에서 설계하고 아름다운 한옥으로 손꼽는 석어당과 운조루, 낙선재를 모티프로 해 멋과 운치를 담았다. 누각에 오르면 북한산 절경이 펼쳐지고, 낙산홍과 쪽동백, 소나무가 있는 정원은 여유를 더해준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50길 7-9 문의 www.ilwy.kr


은평의 맛과 멋
여행의 묘미는 맛집 탐방이요, 맛있는 음식은 여행을 더욱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준다. 은평한옥마을에서 그냥 지나치면 서운한 카페와 레스토랑 세 곳을 소개한다.



전통차와 한옥의 어울림 매일
명금탕
은평한옥마을을 찾은 날에는 특별히 커피 대신 전통차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진관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명금탕은 1992년부터 인사동에서 전통 찻집을 운영해온 양경년 대표의 가게로, 국내산 유기농 재료로 직접 만든 건강한 차를 제공한다. 가게 한쪽에 다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은 마치 도예가의 작업실을 연상시킨다. 쌍화차와 대추차를 섞은 쌍추차, 보이차, 유자차와 레몬차 등 건강한 차와 기정떡, 수리취떡, 단팥죽 등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5 문의 02-739-0394




아침 빵 굽는 냄새
북한산제빵소
한옥마을을 따라 산책하듯 돌다 보면 끝자락에서 북한산제빵소를 만나게 된다. 주말은 물론 평일 점심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최승민 대표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로, 넓은 테라스부터 아늑한 실내 자리, 통창 너머로 숲이 마주 보이는 자리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 앉는 즐거움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빵이 나오므로 원하는 빵이 있다면 반드시 시간을 확인할 것! 대표 메뉴는 콩고물 앙버터(오후 1시 출시)이며, 커피와 차도 다양하게 갖추었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126-11 문의 02-352-3548




한국적 정갈함이 깃든 밥상
1인1상
이곳은 한옥과 양옥이 조화를 이루는 이색 콘셉트와 북한산부터 은평한옥마을까지 펼쳐지는 시원한 전망으로 유명하다. 또 다른 묘미는 한국적 아름다움이 깃든 상차림. 양병용 작가의 소반과 김상인 작가의 그릇, 최성우 작가의 젓가락 등 공예품으로 차린 정갈한 상차림은 맛도 맛이려니와 가치 있는 한 끼를 대접받는 듯한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메뉴는 이탤리언 음식이며, 1인1잔 카페를 함께 운영한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 534 문의 02-357-1111


한옥에 머무는 시간
향긋한 나무 내음, 기분 좋게 스며드는 채광,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한 아름다운 정원. 자연을 벗 삼아 생활하는 한옥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직접 살아보자. 주인장의 취향과 감각을 엿볼 수 있는 한옥 게스트 하우스 세 곳을 모았다.



이야기꽃이 피는 집
힐링한옥 채효당
부부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서 이름 지은 채효당은 마을에서 가장 작은 대지에 지은 2층 한옥이다. 한옥의 유연한 구조를 활용하면 프라이빗하게 머물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이 채효당의 묘미다. 특히 신문기자 출신 작가로 채효당을 지은 과정을 책으로 펴내고, 현재 마을에서 자녀경영연구소를 운영 중인 최효찬 작가와 티타임을 하면서 집 짓는 과정부터 자녀 교육까지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전통 보료와 가야금 체험도 가능하며, 조식은 1인 1상으로 제공한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11-30 문의 010-2571-2577




종갓집의 넉넉한 인심
은화당

은화당은 편안하고 푸근한 옛 한옥의 정취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집이다. 종갓집의 막내딸인 안주인이 거주하며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로, 손님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메밀전이나 김치전을 부쳐 먹을 수 있도록 반죽을 만들어주고, 인절미 만들기나 전통주 담그기 체험도 할 수 있다(재료비 추가). 집은 문화재 수리 자격증을 보유한 공병선 목수와 장인들이 지은 단층 한옥으로, 나무ㆍ황토ㆍ자갈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해 건강하게 지었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11-33 문의 010-3318-1513



한옥에서 마주한 이국적 아름다움
응정헌
한옥을 보다 특별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응정헌을 찾아보자. 앤티크 가구와 조명등, 전통 고가구부터 내추럴한 소품까지 동서고금의 아름다움을 한자리에 모아 새로운 미감을 만들어내기 때문. 감나무를 비롯해 각종 수목으로 가꾼 정원에 앉아 있노라면 시간의 흐름마저 잊게 된다. 주방은 숙박한 다음 날 조식 시간에 개방하는데,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그야말로 일품이어서 마치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50길 19 문의 010-5751-3270


마을 주민을 만나다
어느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싶을 때는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전통 한옥의 구조를 추구한 세연재와 현대 생활양식을 명민하게 담아낸 예맥당,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세연재 송정숙 씨
날마다 여행하는 기분
세대 세世 자와 이을 연連 자를 쓴 세연재는 세대를 이어서 사는 집, 자자손손 물려주고픈 마음으로 지은 한옥이다. 안주인 송정숙 씨를 비롯해 네 식구는 올 초에 입주했다. “이 근처로 이사 와서 3년간 한옥에 대해 공부하고 1년 동안 정성껏 지었어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었고요.” 이 마을의 유일한 ㅁ자 한옥. 안채는 전통 방식에 따라 좌식으로, 사랑채는 입식으로 꾸며 편의성을 높였다. 뒷마당 그네에 앉으면 북한산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안채의 누마루에선 차경에 압도당한다. “날마다 여행 온 기분으로 살아요. 어딜 가도 집보다 좋은 곳이 없더라고요. 아파트에 살 때는 남편이 두통으로 고생했는데 여기선 싹 사라졌어요.” 반려견과 동네를 산책하는 일도 좋지만, 이웃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옛 시골 마을처럼 정겹게 지내요. 대문 밖에만 나가면 이웃과 마주치고, 담장 너머로도 대화를 나누지요.” 관심사가 같은 이웃은 친구 이상으로 돈독한 사이가 된다.



예맥당 정유나 씨, 안다인ㆍ안지훈 남매
아이들 자라기에 최고의 환경
예맥당은 노부부와 딸 정유나 씨 가족까지 삼 대가 모여 사는 집이다. 정유나 씨는 직장이 있는 여의도까지 출퇴근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 점을 제외하고는 이곳 생활이 만족스럽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공기가 맑고 환경 공해에서 자유로운 편이에요. 서울에서 이토록 청정한 지역은 은평한옥마을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옥에 깃든 전통의 멋을 느끼고 이웃과 소통하며 사는 것도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고. 명절에 아이들이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를 다니거나, 잔칫날 동네 주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파트에서 생활할 때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다. 전통 한옥 하면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고 생각하지만 현대 기술을 접목한 한옥은 충분한 냉난방이 가능하다. “한옥 입주를 계기로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어요. 맞벌이 부부인 저희로서는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고,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좋은 인성을 지니고 성장해나가는 듯해 감사한 마음입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이 말하는 은평의 내일
은평한옥마을은 국내 유일의 한문화체험특구로 내ㆍ외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서울 서북권의 문화 체험 벨트를 추진하는 김미경 은평구청장을 만나 이야기 나눴다.

사진 이우경 기자
은평한옥마을 건립에 앞장서왔습니다. 특히 서울시의원 시절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을 역임할 때 한옥지원특별위원회를 구성했죠. 이곳의 지역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했나요?
은평한옥마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살아 숨 쉬는 지역입니다. 북한산 자락의 빼어난 경관과 맑은 공기로 조선시대부터 수많은 문인이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천년 고찰 진관사와 왕실 사찰이던 삼천사가 남아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중국과 조선을 오가는 길목이어서 사신들이 이곳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고, 퇴임한 내관과 궁녀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던 흔적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진관사의 백초월 스님과 평양 숭실학원의 학생들이 이곳을 거점 삼아 항일 독립운동을 펼쳤지요. 이 땅에 뿌리내린 정신과 문화는 은평구민의 자부심이자 따뜻한 정서와 유대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은평한옥마을은 2015년 5월에 국내 유일의 한문화체험특구로 지정되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마을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진관사를 중심으로 현대 기술로 지은 주거용 한옥과 은평역사한옥박물관, 너나들이센터, 셋이서문학관, 삼각산금암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역사 시설이 조화롭게 들어서 고즈넉한 마을을 이루었습니다. 마을 인근의 기자촌에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했으며(2023년 완공), 예술인마을과 각종 문화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 기대합니다.

한옥뿐 아니라 한국문학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니 진정한 의미에서 한문화체험특구라 할 수 있겠네요.
자연을 벗 삼아 지내며 정서적으로 너그러웠기에 이곳 은평이 수많은 문인을 배출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문학의 거장 최인훈 작가와 이호철 작가를 비롯해 이곳에서 활동한 작가가 1백 여 명이 되지요. 국립한국문학관은 이들의 작품을 포함해 근대 이후의 모든 문학 자료를 수집·연구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정신을 후손에 전하고자 합니다. 또 기자촌 예술인마을을 조성해 문화 예술인을 위한 레지던스 시설과 창작 공간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기자촌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한국고전번역원과 사비나 미술관이 이전했는데요, 이제 ‘은평’ 하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한 지역으로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도시에 문화를 입히는 일이야말로 미래의 먹거리입니다. 상암의 방송테마파크에서 시작해 녹번동의 서울혁신파크를 거쳐 연신내, 진관동까지 잇는 문화 경제 벨트를 추진 중인 이유는 이러한 배경 때문이지요. 문화와 정서, 자연이 어우러진 은평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옥마을 산책
걷기 좋은 가을날, 은평한옥마을로 나들이 나오세요. 전통의 멋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일시 11월 28일 오후 2시~4시 30분
참가비 3만 원(정기구독자 2만 원)
인원 10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서 신청하세요.(프로그램 및 참가비 변동 가능)

글 이새미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