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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을 함께한 민주적 음식 카레미식회
카레는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랑받는 범세계적 국민 음식이다. 우리에겐 1969년 식품 회사 오뚜기가 분말 카레를 창립 제품으로 출시해 대중화한 이후 50년 가까이 희로애락을 함께한 음식으로서,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문화의 한 축이기도 하다.

카레에는 향내 나는 스토리가 있다
흔히 음식은 추억을 동반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표적 요리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메뉴가 카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하얀 쌀밥에 군침 돌게 하는 향긋한 노란 국물. 감자· 당근 등 채소와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카레에 밥을 비벼 잘 익은 김치를 곁들여 먹은 기억은 한국인의 정서 위에 공통적으로 그려진 무늬와 같다. 여기에는 존재감이 확실한 카레 특유의 컬러와 냄새가 한몫하는데, 향신료는 이를 구성하는 본질적 재료이자 인류의 식탁에 하나의 방대한 미식 장르로 존재하게 한 근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인에게 가장 익숙한 메뉴인 카레의 매력을 특유의 ‘향’과 ‘색’만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인도에서 집집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각종 향신료를 배합하는 가람 마살라 비법으로 시작해 영국인에 의해 ‘커리’라는 소스가 되었고, 그 커리가 일본을 거쳐 ‘카레’라는 이름으로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근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카레를 한 나라나 도시가 지닌 식문화의 일부로 들여다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식재료와도 잘 어울려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리든 그 지역의 문화에 맞춰 재탄생하는 뛰어난 유연성은 카레가 지니는 미덕이다. 카레가 오늘날 손꼽히는 다국적 요리요, 무국적 요리로도 불리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터. 따지고 보면 카레만큼 민주적인 음식도 없는 셈이다. 각종 향신료를 가미해 맛과 향을 내는 카레가 세계적으로 스테디셀러 메뉴인 데는 간편하면서도 합리적 요리로, 건강식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엔 특유의 매운맛이 푸드 트렌드와도 맞닿아 전 세계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세련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카레는 스토리텔링을 지닌 문화의 한 축으로,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허브 요리 연구가 박현신
나만의 ‘스파이스 가루’로 건강하게 즐기다
“카레는 내가 처음 만난 스파이스로, 정확하게 말하면 ‘향신료의 조합’이다.” 요리 공부를 하면서 허브와 향신료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레 카레 향에 매혹되었다는 그는 직접 카레 가루를 만든다. 쿠민, 코리앤더, 강황 등의 향신료 가루를 기본으로 마늘과 생강도 넣고, 경우에 따라 고추를 더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이나 영국 등 카레 중심국에서 인기 높은 ‘스파이스 커리’를 애초부터 즐겨온 것. “카레를 포함한 향신료의 매력이자 힘은 저염식에 있다. 특히 콩으로 카레 수프를 만들면 아이들이 먹기에도 무난하다.”'


녹두 카레 수프
재료(4인분) 깐 녹두 200g, 양파 ½개, 다진 마늘 2쪽분, 다진 생강 1쪽분, 포도씨유 1큰술, 올리브유 1큰술, 소금ㆍ고수잎 약간씩
스파이스 가루_ 코리앤더 가루 1작은술, 쿠민 가루 1작은술, 강황 가루 ⅛작은술

만들기
1 깐 녹두는 물에 씻어 30분 정도 물에 담근다.
2 냄비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약한 불에서 다진 마늘(1쪽분)과 생강을 볶아 향이 나면 양파를 채 썰어 넣고 투명할 때까지 볶는다.
3 ②에 ①의 녹두와 물 500ml를 부어 익을 때까지 끓이다가 물 300ml를 더해 끓으면 중간 불로 낮추고 스파이스 가루를 넣어 잘 섞은 후 소금으로 간한다. 4 팬에 올리브유와 다진 마늘(1쪽분)을 넣고 노릇해지면 ③에 붓고 섞어 그릇에 담은 후 고수잎을 올린다.


‘월간식당’ 안경석 셰프
카레는 실험적 식재료이자 요리다
“이탈리아에서 같이 일하던 스리랑카 출신 동료가 카레를 스태프 밀로 만들어줬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안경석 셰프에게 카레라는 음식이, 또 향신료가 실험적 재료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만드는 사람의 특색과 재료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인 카레는 그에게 ‘나만의 맛을 가장 빨리 구현할 수 있는 식재료이자 요리’였던 것. “내게 요리는 경험의 집합체이자 표현 수단이다. 파스타 소스로 사용한 카레는 직접 블렌딩해 만든다. 페페론치노를 넣어 매콤한 맛을 살렸으며,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익숙한 분말 카레를 넣기도 한다.”


디아볼로 파스타
재료(4인분) 닭 다릿살 600g, 블렌딩 카레 가루(정향, 팔각, 월계수잎, 통후추, 페페론치노, 카더멈, 계피, 강황, 펜넬 시드, 쿠민 등) 10g, 버터 30g, 마늘 10쪽, 다진 생강 30g, 다진 양파 1개분, 다진 당근 50g, 다진 셀러리 30g, 토마토 페이스트 340g, 분말 카레 50g, 플레인 요구르트 450g, 닭고기 육수 400ml, 파스타 300g, 소금ㆍ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닭 다릿살은 먹기 좋게 잘라 카레 가루와 소금, 후춧가루로 밑간하고, 마늘은 으깬다.
2 냄비에 버터를 녹이고 마늘과 생강을 볶다가 ①을 넣어 볶고, 토마토 페이스트, 양파, 당근, 셀러리를 볶는다.
3 ②에 분말 카레, 플레인 요구르트, 육수를 넣고 끓여 간한 후, 삶은 파스타를 넣어 섞는다. 여기에 감자튀김을 곁들인다.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카레는 누구에게나 관대하다
카레는 재료가 변변치 않아도, 음식 솜씨가 없어도 간단하게 맛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조리법이 쉽다. 노력 대비 효율성이 뛰어나니 혼밥이 트렌드인 오늘날에도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자취생의 단골 메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에도 카레가 여러 번 일상 음식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TV창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직접 만들기에도 도전했는데, 채소와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밥에 비벼 먹는 한국식 카레의 조리법과 습관적 특성은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카레라이스
재료(4인분) 밥 4공기, 감자 2~3개, 당근 1개, 양파 ½개, 닭 가슴살 400g, 물 600ml, 고형 카레 4조각, 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감자, 당근, 양파는 한 입 크기로 썬다. 닭 가슴살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이때 채소와 고기의 분량은 개인의 취향대로 조율한다.
2 속이 깊은 팬이나 냄비에 식용유를 두른 후 ①의 재료를 넣어 볶는다. 단단한 재료부터 순차적으로 볶는다. 이때 고소한 맛을 더하려면 식용유 대신 버터를 사용한다.
3 ②에서 양파가 투명한 색을 띠면 물을 붓고 끓이다가 재료가 익으면 고형 카레를 넣고 잘 저으면서 끓인다. 완성한 카레는 밥 위에 붓는다.


다큐멘터리 PD 이욱정
세계의 카레를 맛보며 미지의 공간을 탐닉한다
음식은 탄생 지역에서 멀어질수록 본질적인 맛이 순화되게 마련이다. ‘음식 관광’을 테마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그가 영국 캔터베리에서 처음 맛본 치킨 티카 마살라의 경우가 그랬다. 강한 향과 매콤한 맛이 두드러지는 인도 카레에 토마토퓌레를 넣어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으로 순화된 영국식 커리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향의 차이는 곧 맛의 차이이기도 하다. 향신료와 허브의 조합으로 수천 가지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카레의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내게 카레가 ‘탐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킨 티카 마살라
재료(3~4인분) 닭 가슴살 4조각, 레몬즙 1개분, 식용유ㆍ소금ㆍ후춧가루 약간씩 밑간_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2작은술, 후춧가루 ½작은술, 소금 약간
매리네이트 소스_ 플레인 요구르트 1개, 고춧가루 3큰술, 분말 카레 2큰술, 가람 마살라 1큰술, 꿀 1큰술
소스 1 식용유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양파 1개, 고춧가루 2큰술, 가람 마살라 1큰술, 계핏가루 1작은술, 토마토퓌레 2컵
소스 2 생크림 1컵, 설탕 1작은술, 꿀 1큰술, 버터 1큰술

만들기
1 닭 가슴살은 밑간해 매리네이트 소스에 넣고 하룻밤 재운 후 식용유 두른 팬에 굽는다.
2 식용유 두른 냄비에 소스 1을 넣고 끓이다 ①을 잘라서 넣고 익힌 후, 소스 2를 넣어 끓인다, 레몬즙,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로맨틱 레시피(The Hundred-Foot Journey)> 라세 할스트롬
카레의 생명력은 융화에 있다
영화 <로맨틱 레시피>는 인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하산 가족이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서 고국의 음식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지만, 맛깔난 인도 음식을 간접경험하는 미식 영화이기도 하다. 카레가 신선한 발상과 스토리텔링으로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가고 있는 이유 또한 엿볼 수 있다. 그 힘은 융합과 융화에 있다. 식재료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변주되지만, 인도 음식의 정체성인 향신료를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모두 인도 요리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 특히 영화 속 인도 요리의 세련된 플레이팅은 초대 요리로도 더할 나위 없다.


시금치 카레
재료(4인분) 시금치 1단, 닭 가슴살 400g, 토마토 1개, 샐러드유 3큰술, 쿠민 시드 1작은술, 다진 양파 1개분, 다진 마늘 1쪽분, 다진 생강 1쪽분, 소금 1작은술, 생크림 2큰술, 물 1컵
스파이스 가루_ 강황 가루 ½작은술, 카옌페퍼 ½작은술, 코리앤더 가루 2작은술

만들기
1 시금치는 데쳐서 다지고, 닭 가슴살은 한 입 크기로 썬다. 토마토는 굵게 썬다.
2 냄비에 샐러드유와 쿠민 시드를 넣고 볶다가 다진 양파ㆍ마늘ㆍ생강을 볶은 후, 토마토를 넣어 볶는다.
3 페이스트 상태가 되면 스파이스 가루, 소금, 닭고기를 넣고 볶다가 다진 시금치와 생크림, 물을 넣고 끓인다.
*감자와 가지를 튀겨 스파이스 가루에 볶은 카레와 오이 라이타, 스틱 난과 함께 낸다.


<달팽이식당> 오가와 이토
카레에는 저마다 고유한 맛과 문화가 있다
일본인에게 카레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명실상부 국민 음식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즐기는 메뉴다. 그래서 카레를 활용한 요리도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첫 장에서부터 가람 마살라의 향내가 진동하는 <달팽이식당>(북폴리오)에서 식당의 첫 메뉴로 등장하는 음식 또한 석류 카레다. 카레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주인공 링고는 계절상으로도 딱 좋은 석류로 카레를 만든다. 드라이 카레에 석류즙을 넣어 새콤달콤한 맛을 가미하는데, 지역ㆍ식재료ㆍ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카레 특유의 유연함이 잘 드러난다.


석류 카레
재료(4인분) 쇠고기 500g, 다진 양파 1개분, 간 마늘 1작은술, 간 생강 1작은술, 물 200ml, 코코넛 파인 ½컵, 토마토 75g, 소금 1작은술, 식용유ㆍ석류ㆍ고수 적당량
올스파이스_ 홍고추 4개, 시나몬 스틱 1개, 카더멈 4개, 정향 6개, 통후추 20알, 월계수잎 2장
스파이스 가루_ 강황 가루 ½작은술, 카옌페퍼 ½작은술, 쿠민 가루 1작은술, 코리앤더 가루 2작은술

만들기
1 쇠고기는 작게 썬다. 식용유를 두른 팬에 올스파이스 재료를 볶다가 다진 양파를 넣어 볶는다.
2 ①에 간 마늘ㆍ간 생강, 물 100ml(분량 외)를 넣고 볶다가 코코넛 파인과 토마토를 으깨 넣고 중간 불에서 볶는다.
3 ②에 스파이스 가루와 소금, ①의 쇠고기를 넣어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인 후 석류(혹은 석류즙)와 고수를 넣는다.

신민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