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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길에 불어온 새로운 바람 인사1길 컬처 스페이스
오랜 역사와 전통의 상징인 인사동에 복합 문화 공간 인사1길 컬처 스페이스가 문을 열었다. 희미하게 바랜 ‘빠고다가구’와 녹슬고 깨진 외벽이 오랜 세월을 증명하는 이곳에서는 젊은 감각의 공예 디자인 상점과 담박한 미식 공간, 흥겨운 예술 전시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다.

1964년에 지은 빠고다가구 공장의 원형을 회복한 재생 건축물에 복합 문화 공간 인사1길 컬처 스페이스가 문을 열었다. 세월의 흐름이 만들어낸 따스함이 느껴진다.

‘밥맛을 제대로 보여주자’는 취지의 행복한상. 커피나 와인을 마실 때 원산지와 품종을 따지듯, 쌀을 고르면 즉석에서 솥밥을 지어준다.

쌀이 다르면 밥의 향과 맛도 다르다. 밥맛을 살려주는 한상차림. 솥밥을 기본으로, 국과 장아찌, 젓갈, 맥적 또는 생선구이, 김과 감태 또는 모둠 쌈으로 구성한다. 허명욱 작가의 옻칠 매트와 이기조 도예가의 백자 밥그릇, 호호당의 유기 수저로 차린 상을 보면 귀하게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전시 오프닝 날의 풍경. 밤에는 낮과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피맛길은 그냥 길이 아니다. 조선시대 때 고관대작이 탄 말을 피하게 해주는 길이어서 피맛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때 독재 정권에 항의하다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던 길이기도 했다. 서민의 애환을 담은 뒷길이었던 피맛길은 역사와 전통의 상징이자, 꾸미지 않은 삶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곳에 인사1길 컬처 스페이스가 문을 열었다. 번듯한 새 건물이 아니라 낡고 상처투성이인 옛 건물에 말이다.

본래 이곳은 1964년에 지은 빠고다가구 공장이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기억을 따라가보면 가구 공장이 10년인가, 20년인가 지나 문을 닫자 식당과 유흥 시설이 들어섰다. 그러다 올 초, 처음 지었을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 다닥다닥 붙어 있던 가건물을 철거하자 옛 건물, 옛 마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연면적이 대략 1천 평으로, 인사동에서는 쌈지길 다음으로 크다. 유서 깊은 거리, 오래된 건축물의 외형을 유지하면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곳에 젊은 감성이 가득 담겨 있으니 인사동 하면 떠오르는 고루한 이미지는 이제 덮어두는 게 좋겠다.


디자인하우스의 셀렉션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한 인사1길 컬처 스페이스는 공예&디자인 콘텐츠를 제작해온 디자인하우스의 40년간 노하우와 <행복이가득한집>에서 전해온 주거 문화, 식문화가 응축된 소산물이다. 내부에는 공예 디자인 상점 ‘소수점’, 먹고 싶은 밥의 쌀을 직접 골라 주문하는 밥집 ‘행복한상’, 낮에는 크래프트 카페로, 밤에는 바로 운영하는 ‘일주차一酒茶’가 있다.

소수점은 아름다운 물건과 이 물건이 필요한 사용자가 만나 완벽한 1이 된다는 의미로 일상에서 유용하게 쓰는 공예 상품부터 지역 문화 상 품, 작가 작품을 두루 소개한다. 문유진 작가의 주름 가방과 소로시의 유리잔, 패턴 쿠션처럼 현대적 감각을 담은 제품 중심의 셀렉션이 인상적이다. 해외 디자인과 아트 서적도 판매한다. 원목 합판으로 정갈하게 꾸민 서가에는 섹션을 나누고 전문 분야별로 서적을 분류해 원하는 책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당 건너편 1층에 있는 행복한상(02-2138-8361)은 ‘밥맛을 제대로 보여주자’는 취지로 <행복>에서 야심 차게 기획한 미식 공간. 포도 품종을 보며 와인을 선택하듯 고객이 원하는 쌀을 고르면 즉석에서 솥밥을 지어준다. 우리나라에는 원래 함경도부터 제주도까지 토종 벼 1천4백 51종이 있었는데, 매장에서는 절기에 맞춰 가장 맛있는 쌀 서너 품종을 준비해놓고 아침마다 적정량을 도정해 갓 지은 밥맛을 음미할 수 있다. 대표 메뉴인 행복한상을 주문하면 허명욱 작가의 옻칠 매트에 도예가 이기조의 백자 밥그릇, 호호당 유기 수저로 차려 귀하게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든다. 이윤환 셰프가 말하는 행복한상의 매력은? “절기에 맞춰 그때그때 나는 제철 식재료를 기본으로 요리합니다. 쌀은 시기에 따라 서너 품종씩, 한두 달 간격으로 교체하지요. 밥맛을 가장 잘 살려주는 단출한 반찬으로 한 상을 구성하는데, 그간 <행복>을 통해 소개한 명인의 전통장과 젓갈, 김치 등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이달에는 백진주 백미와 호품 백미, 진상 현미, 토종 벼 북흑조 현미까지 네 종류를 구비했다. 메뉴는 솥밥을 기본으로 계절 주전부리, 국과 장아찌, 젓갈, 맥적 또는 생선구이, 김과 감태 또는 모둠 쌈 등을 내는 행복한상과 누룽지 샐러드, 수수주먹밥 샐러드, 찹쌀을 넣고 연잎에 찐 닭 요리 같은 일품 메뉴가 있다.

2층은 <행복> 정기 구독자를 위한 멤버십 라운지로 꾸몄다(행복한상, 일주차 고객은 당일만 이용 가능).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도 호응을 얻은 비아인키노, 시스디자인, 더하다폴의 가구로 프라이빗하게 꾸몄으며, 무료 와이파이 존이어서 휴식을 취하거나 간단히 업무도 볼 수 있다. 일주차는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크래프트 카페 겸 바. 낮에는 전통차와 커피를 비롯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토스트와 오곡으로 만든 수프를 판매하고, 저녁에는 와인이나 양주, 함께 곁들이면 좋은 간편한 안주류도 선보인다. 행복한상과 일주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Interview_ <팅가팅가: Let’s be happy>전 최요한 예술감독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길 바라며

오픈 전시의 총괄 감독으로서 어떤 메시 지를 담았나?
아프리카 미술은 작업이 아닌 놀이의 개념으로 출발했다. 마음 속에 내재된 기쁨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미래’라는 단어가 없다. 행복한 현재는 과거가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행복한 내일을 가늠할 수 있다는 순수함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전시는 각각의 작품이 주는 감흥을 주목하기보다, 오늘 하루는 걱정을 내려놓고 마음껏 즐겨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공간이 주는 감동과 아프리카 미술이 주는 즐거움, 아름다운 색감이 합쳐진 전시가 고단한 현대인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팅가팅가는 어떤 작가인가?
아프리카 미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편은 아니지만, 전시 감독을 맡은 이유는 아프리카 미술이 지닌 즐거움, 그 속의 행복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는 순수한 아이와도 같았다. 그래서 처음 전시 제목을 <아프리카의 정원>이라고 지었는데,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순간 초원을 자신의 정원이라 여기고, 아이처럼 동물과 함께 제집 마당에서 노는 듯한 시선으로 레오퍼드와 사자, 얼룩말 등을 그렸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아침과 저녁의 사자가 다르고, 사냥에 실패한 사자의 모습도 다르다. 그는 저렴한 나무 합판에 자전거 도색에 쓰는 에나멜 물감을 구해 열악한 상황에서 그림을 그렸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을 아이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담아냈다. 팅가팅가 화풍이 지닌 공통된 매력이기도 하다.

전시는 어떻게 구성했나?
전시는 팅가팅가풍 그림 8백여 점 중 임팩트 있는 2백 점으로 구성했다. 2층의 화이트 터널에는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의 그림이, 맞은편 빈티지하게 연출한 공간에는 그를 따르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화려한 작품이 걸려 있다. 3층에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일러스트로 그린 동물 그림 위주로 배치했는데, 컬러 시트지를 통과한 채광과 작품의 조화가 경 쾌하게 느껴질 것이다. 셀프 드로잉, 섀도 플레이, 뮤직 메이킹, 키즈 등 전시와 연계된 전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투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재생 건축물과의 상생을 보여주는 연출이 매력적이다.
아트테리어를 맡은 임수미 작가의 공이 크다. 아프리카 미술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 있는 공간에 아프리카 미술을 접목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래서 작품을 여유롭게 설치하고, 빈 공간은 그대로 비워두거나 고가구를 한두 점씩 배치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한 점을 꼽는다면?
팅가팅가의 얼룩말. 밤하늘을 진한 곤색으로 그려 넣었는데, 아프리카의 밤하늘을 상상하게 되고 별이 무수히 반짝이는 풍경이 떠오른다.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고픈 마음!

오픈 전시를 기념해 알록달록 채색한 골목. 옛 모습 그대로지만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모해 젊은 감성을 품고 있다.

아프리카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작품과 재생 공간을 잇기 위해 빈티지 가구를 곳곳에 전시했다.

메인 동의 홈앤톤즈에서는 셀프 페인팅을 배우고, 관련 키트를 구입할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공통분모인 작품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묘한 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

1층 소수점에서는 공예 디자인 상품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오늘의 행복을 즐기다
메인 동의 2층과 3층은 전시 공간으로 운영하며, 현재 개관전으로 <팅가팅가: Let’s be happy>전이 열리고 있다. 탄자니아 출신이자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Edward Saidi TingaTinga와 그의 영향을 받은 작가 20인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로, 아프리카 현대미술과 재생 건축물이 지닌 시간의 흔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트테리어를 경험할 수 있다. 자연과 동물, 인간의 모습을 단순하게, 그러나 강렬한 색감으로 익살맞게 표현하는 팅가팅가 화풍은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파블로 피카소와 키스 해링을 비롯해 서양 현대미술에 영감을 주어 해외에서는 이미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요한 예술감독은 아프리카 미술이 본래 ‘놀이’에서 출발한 점을 주목해, 화이트 큐브 속 전시가 아닌 공간에 자유롭게 풀어내는 전시를 기획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솔직 담백하게 표현한 작품을 통해 복잡한 현재는 멈춰두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박물관에서 보던 아프리카의 전통 탈이나 투박한 장신구는 잊어도 좋다. 이곳에서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했으니 가족 나들이를 하기에도 제격. 전시는 2018년 1월 28일까지 연중무휴로 진행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가능하다(티켓 가격은 성인 1만 2천 원, 학생 1만 원, 어린이 8천 원). 인사1길 컬처 스페이스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숍이나 식당이 아니요, 일방적인 갤러리도 아니다. 고리타분해진 인사동에 새 숨을 불어넣고 젊은 감성을 입힌 공간. 도심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이곳에서 공간이 건네는 따스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7


Interview_ 디자인하우스 공간미디어팀 박현상 BU장
시대를 풍미한 골목, 건축물과의 대화

인사1길 컬처 스페이스의 입지 환경은?
인사1길 컬처 스페이스는 인사동 초입에 있는 동시에 낙원상가와 종로2가 사거리, 승동교회 등 역사적 의의가 있는 곳들과 나란히 자리한다. 피맛골과 얽혀 있는 인사동의 역사적, 사회적, 지리적 요건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이곳의 색깔을 바꿔나갈 수 있는 주요한 공간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
네 개 동, 3층 규모의 건물에 공예 디자인 상점과 예술 서적 공간, 미식 공간과 카페 겸 바가 있고, 전시 공간도 갖추었다. 재생 공간의 매력은 사람이 어우러지면서 완성된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여유롭게 차분히 둘러보고 세월을 간직한 공간과의 공감을 나눠보길 바란다.

옛 건축물을 예술로 승화한 재생 건축이 화두다. 이곳의 재생 프로젝트는 누구의 솜씨인가?
어반웍스의 박형원 대표. 그는 복잡한 가건물을 철거하면서 빠고다가구 공장의 초창기 모습으로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보강이 필요한 곳에는 그 시대의 소재를 찾아 사용했다. 낡고 깨지고, 찍힌 자국이 그대로 남은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역사적 골목에 들어선 옛 건축물이 건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울 것이다.


Interview_ 힙합 뮤지션 빈티지 코드
도시인의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다

전시 오프닝 때 보여준 퍼포먼스가 인상 깊었다.
박준희 무용수와 만나 이야기하면서 차분하고 슬픈 분위기에서도 고난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보기로 했다. 음악은 도입부에서 심장 소리와 한숨 소리로 시작해 점차 밝아지고, 무용수는 천을 이용해 삶의 고달픔을 극복해가는 몸짓을 표현한다. 4분 남짓의 짧은 공연이지만 이로 인해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뮤직 메이킹’이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어떻게 즐기면 좋은가?
관람객이 직접 자신만의 음악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아주 손쉬운 작동법만 익히면 놀이처럼 쉽게 즐길 수 있다.

본인의 음악 스타일은?
대중적이기보다 독립적인 나만의 음악을 추구하고, 힙합을 기초로 하지만 재즈, 포크, 클래식까지 골고루 섞는 편이다. 이를 컬래버레이션 작업이라 생각해서 앨범에도 피처링, 세션이 아닌 ‘with’라고 표현한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최고은 포크 싱어와 함께 작업한 ‘I dreamed world’. 앨범이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그와 작업하기 위해 콘셉트를 완전히 바꾸었는데 결과가 만족스럽다.


글 이새미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문의 인사1길 컬처 스페이스(02-723-7900)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