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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서형∙윤진주 부부, 세 남매 호준∙정민∙푸름 도시에서 누릴 수 없는 특별한 날들

서울을 떠난 지 3년 반 된 지서형・윤진주 부부의 다섯 가족. 
이 가족을 소개합니다-
나이 아빠 지서형 49세, 엄마 윤진주 44세, 큰아들 호준 16세, 작은아들 정민 12세, 딸 푸름 10세.
사는 곳 충청북도 옥천읍 이주 시기 2013년 12월
취미 정원 가꾸기
특기 프랑스 자수, 운동.
하는 일 아빠는 이원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골프 교습. 엄마는 빈티지 숍 ‘양품점’ 운영..
주소 충청남도 옥천군 이원면 건진3길 70
문의 070-8980-8225.


초여름이 되면 장미 넝쿨이 풍성해져 장관을 이룬다. 자연의 색감과 모양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는다는 윤진주 씨를 위해 작업 책상은 정원이 한눈에 펼쳐지는 창가에 배치했다.

윤진주 씨가 프랑스를 여행하며 수집한 소품. 그는 인터넷 사이트와 SNS를 통해 옥천에서도 무리 없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 가족은 충청북도 옥천군으로 터전을 옮겼습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린 결정이었지요. 상황이 그렇다보니 구체적 계획 없이 시골로 이사를 감행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일구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한 선택, 서울을 떠나다
충청북도 옥천군은 금강 주변으로 산이 포근하게 에워싸 분지 형태를 이루는 동네입니다. 지서형ㆍ윤진주 부부 가족은 지난 2013년 겨울, 서울을 떠나 이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토피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세 남매를 위한 결정이었지요. “세 남매 중 특히 둘째가 심했어요. 발톱이 빠지고, 진물 때문에 잠옷을 벗지 못할 정도였죠. 양약, 한약, 민간요법까지, 아토피 치료에 좋다는 방법은 모두 시도해봤지만 소용없었어요. 고심 끝에 환경을 바꿔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부부의 친인척은 모두 서울에 살고 있기에 연고가 없는 다른 지역에 살 곳을 정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한 지서형 씨의 경험을 살려 호주 이민도 고민했지만, 절차가 복잡했고 무엇보다 심적 부담이 컸죠. 부부는 궁여지책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시골집’을 검색했고 운명처럼 25년 된 이 집을 마주했죠. 무엇보다 마당이 넓었고, 서울과 비교적 가까워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골집은 생활 집과 헛간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관리를 하지 않아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부부는 자신들의 손으로 천천히 고쳐나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마당엔 잔디와 장미 등 각종 꽃나무를 심고, 헛간은 패브릭에 수를 놓아 판매하는 윤진주 씨의 작업실 겸 쇼룸으로 만들었습니다. 평택과 대전을 오가며 빈티지 창문과 폐교의 나무 패널을 공수해 직접 설치하는 등 곳곳에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석 달 뒤 부부에게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부가 보금자리를 다듬으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아이들의 아토피가 말끔히 나은 것이죠! 달라진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생활이 바빠 무미건조하던 부부는 대화가 많아졌고,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유독 사이가 좋은 정민・푸름 남매. 학원을 따로 다니지 않는 남매는 방과 후 함께 하교해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일상이다.


윤진주 씨가 직접 만든 커튼을 다니 공간이 한결 따뜻해졌다.

‘양품점’ 옆에 욕실을 따로 만들었다. 빈티지 샤워 수전을 설치하는 데 애 먹었지만 완성하고 보니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부부는 함께 정원을 가꾸는 것이 취미다.

아기자기한 용품으로 가득 찬 주방.

구석구석 신기하고 예쁜 물건이 가득해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양품점’. 쉬는 날이면 아이들이 숙제나 놀이 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건강해져서 가장 좋죠. 정부가 시골 학교에 많은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점도요. 서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이웃과 하나 되는 시골 생활
“서울에서 40년 동안 살았기 때문에 지인들 모두 저희 가족을 걱정했어요. 내려간 지 1년 만에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돌아올 거라 했죠. 하지만 저희 부부는 물론 아이들도 지금 생활에 너무나 만족해요. 이젠 서울의 친구들이 여유를 즐기러 이곳으로 놀러 오기도 합니다.” 인터뷰 내내 지서형ㆍ윤진주 부부의 얼굴엔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자수 관련한 책 <북유럽 스웨덴 자수>의 감수를 맡을 만큼 수준 높은 자수 실력을 자랑하는 윤진주 씨는 SNS를 통해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과 그간 수집한 프랑스 빈티지 소품을 판매합니다. 서울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판매했지만,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 등 신경 쓸 일이 많아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적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건강해져서 가장 좋죠. 정부가 시골 학교에 많은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점도요. 체험 활동, 원어민 영어 교실, 바이올린ㆍ플루트 등의 악기부터 겨울엔 스키 강습까지 모두 무료거든요. 사교육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퀄리티도 높아요. 서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근심이 사라진 윤진주 씨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 능률이 점점 오르고, 작품도 이전보다 훨씬 많이 팔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남편 지서형 씨는 옥천군에 없어선 안될 맥가이버가 됐습니다. “시골에선 전기, 보일러, 수도까지 스스로 고치고 손볼 줄 알아야 해요. 전문가를 불러도 도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의 집을 손보며 터득한 기술로 동네 어르신 댁의 형광등을 교체하고, 망가진 문을 고치며 마을을 살핍니다. 그리고 혼자 사는 분들을 위해 고기나 반찬을 문손잡이에 걸어두기도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 이웃 주민들도 이들 가족에게 과일과 채소를 내주며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생활비 절감은 덤으로 따라왔습니다. “서울에선 난방비가 50만 원 정도 나왔어요. 하지만 이 집은 나무 보일러를 사용해서 난방비가 한 푼도 들지 않아요. 전기세는 5천 원 정도 나옵니다.” 옥천은 자연재해가 드물어 전국 묘목의 70%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부부도 묘목을 키워볼 요량으로 얼마 전 작은 밭을 샀습니다. 집 마당에 미처 심지 못한 식물과 꽃을 그곳에 심고 자라는 과정을 관찰할 생각입니다. 여유가 생기니 미래 계획을 세우는 일이 삶의 일부가 되어 참 즐겁습니다. “앞마당에선 작은 플리마켓을 자주 열어요. SNS를 통해 소통하던 분들이 그날만큼은 이곳을 방문해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의 감각을 교류하지요.” 서울을 떠난 뒤 가족의 건강과 삶의 여유까지 얻은 지서형ㆍ윤진주 부부 가족. 이들은 오늘도 보금자리를 단단히 가꾸며 행복한 옥천살이를 이어갑니다.


글 김수지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