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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로 떠나요 달밤의 궁궐 산책
어디를 걸어도 좋은 초여름 밤, 창덕궁과 창경궁, 덕수궁, 경복궁 등 고궁 네 곳에서 시민을 위한 다양한 야간 프로그램을 준비해놓았다. 달과 별을 벗 삼아 호젓한 궁궐을 노니는 기분, 어디에 비할 수 있으랴!

풍류가 가득한 밤에
덕수궁 풍류

시청 별관에서 내려다본 덕수궁의 야경. 전각과 서양식 건물의 대비가 복잡한 우리 근대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중화문을 통해 바라본 덕수궁의 정전 중화전. 왕이 지나는 계단인 답도에 황제를 상징하는 용 두 마리를 새겼다.

정관헌 실내에서 열리는 ‘덕수궁 풍류’ 국악 공연.

조선의 마지막 궁궐, 덕수궁은 우리 역사에서 유일한 황제국이던 대한제국의 정궁이었다. 원래 이름은 경운궁으로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저택이었지만, 임진왜란 당시 피란 갔다 돌아온 선조가 거처할 왕궁이 없어 이곳을 임시 궁궐로 삼았다. 이후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에서 머물던 고종이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며 여러 건물을 지어 왕궁으로 면모를 갖추었다. 덕수궁은 여타 궁궐과 달리 사방이 평평한 평지에 지었다. 덕수궁은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면 늘 밤 9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중화전과 준명당, 석어당 등 전각 처마의 아름다운 곡선과 네모반듯하게 지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석조 건물인 석조전이 대비되는 풍경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고종이 다과를 즐기던 정관헌에선 여러 주제 아래 국악 공연 ‘덕수궁 풍류’가 열린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6월의 주제는 국악 경연 대회에서 수상한 신진 국악인들의 공연이다. 문의 02-751-0734


고궁은 변신 중
경복궁 별빛야행

청사초롱 들고 경회루 위를 걷는 경복궁 별빛야행 참가자들.

현존하는 한국 최대의 목조 건축물 중 하나인 경복궁의 정전 근정전. 정종과 세종을 비롯한 조선 전기의 여러 왕이 이곳에서 즉위식을 치렀다.

경회루 2층 실내. 구름 모양으로 구불구불한 기둥이 이채롭다.

명실상부 조선왕조의 중심지인 경복궁은 매년 창경궁과 같은 시기에 야간 특별 관람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올 5~6월엔 조명 개선 작업 때문에 밤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대신 ‘경복궁 별빛야행’이라는 이름의 특별 프로그램을 6월과 9월에 진행할 계획. 앞서 올봄에 열린 ‘대장금과 함께 하는 경복궁 별빛야행’은 궁궐 부엌인 소주방에 들러 조선시대 왕이 먹던 12첩 반상을 도시락으로 만든 ‘도슭수라상’을 맛보며 국악 공연을 즐긴 뒤, 야간 특별 관람 때는 공개하지 않는 집경당과 함화당, 향원정, 집옥재 등 경복궁의 후원을 돌아보는 코스로 구성했다. 정확한 일정과 프로그램은 5월 중 한국문화재재단 홈페이지(www.chf.or.kr)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조명 개선 작업을 완료하면 7월 중순부터 야간 특별 관람 프로그램을 재개한다. 그와 함께 경복궁 수정궁에선 매일 오후 7시부터 야간 고궁 음악회를 개최할 계획. 올여름, 새로워질 경복궁의 야경을 기대한다. 문의 02-3700-3900


연못에 비친 달과 누각
창덕궁 달빛기행

창덕궁 대문인 돈화문. 달빛기행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도착한 순서대로 조를 짜서 해설사와 함께 입장한다.

육각 처마가 아름다운 상량정. 단청을 무척 화려하게 장식한 정자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사상에 따라 네모 형태로 조성한 연못 부용지와 그 안에 반쯤 떠 있는 듯하게 지은 부용정.

밤 8시,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순서대로 조를 짜서 6백 년 세월에도 굳건한 돌다리 금천교를 건너면 창덕궁의 아름다운 야경이 은은한 달빛 아래 드러난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작년에 여러 고궁에서 진행한 열한 가지 체험 프로그램 중 단연 만족도 1위를 차지한 히트 프로그램. 두 시간 동안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창덕궁의 여러 전각과 정자, 아름답기로 이름난 후원을 둘러보며 간단한 다과와 함께 전통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한국 궁궐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창덕궁은 북악산 자락에 자연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비스듬하게 지었다. 조선의 역대 왕들은 네모반듯한 경복궁보다 자연 친화적이고 너른 후원을 갖춘 창덕궁을 더욱 아끼고 사랑했다.올해 창덕궁 달빛기행은 하루 관람 인원을 1백 명으로 줄인 대신, 예년에 비해 관람 일수를 대폭 늘렸다. 6월 1일부터 11월 5일까지 내국인은 매주 목ㆍ금ㆍ토요일, 외국인은 매주 일요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한다. 참가비는 1인당 3만 원. 8월 27일까지 진행하는 1차 프로그램은 이미 예매가 끝났지만, 8월 17일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서 8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하는 2차 프로그램 예매를 시작하니 참고할 것. 1인당 2매까지만 예매할 수 있고 미취학 아동은 입장할 수 없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한 전화 예매(1544-1555)도 가능하다. 문의 02-3668-2300


아픈 역사, 찬란한 야경
창경궁 야간 특별 관람

국보 제226호 명정전. 현존하는 조선시대 궁궐의 정전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창경궁 통명전 월대에서 열린 창경궁 야간 고궁 음악회. 전통 국악은 물론 퓨전 국악과 전통 춤 공연도 펼쳐진다.

창경궁 후원의 큰 연못인 춘당지. 연못 한가운데에 도교의 낙원을 상징하는 작은 섬을 조성했다.

서쪽으로 창덕궁과 붙어 있고, 남쪽으로 종묘와 통하는 곳에 자리한 창경궁은 세 명의 대비를 모시기 위해 성종이 1483년에 지은 별궁이다. 창경궁엔 유난히 아픔이 많다. 임진왜란 때 전각이 모두 소실되었고, 광해군 때 복원했지만, 이후에도 잦은 화재로 많은 건물이 소실과 복원을 반복했다. 일제강점기 순종이 즉위한 후엔 전각을 헐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하기도 했다. 사도세자가 이곳 문정전에서 뒤주에 갇혀 세상을 떠났고,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인질로 있다 돌아온 소현세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은 곳도 창경궁 환경전이다. 창경궁의 밤 풍경은 아픈 역사의 흔적이 야속하도록 찬란하다. 올여름 창경궁 야간 특별 관람은 5월 21일부터 6월 3일까지, 6월 18일부터 7월 1일까지 각각 12일씩 진행한다. 관람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6월 18일부터는 오후 10시까지다. 창덕궁 달빛기행과 달리 입장하면 자유롭게 경내를 둘러볼 수 있다. 옥션(ticket.auction.co.kr)과 인터파크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예매해야 참가 가능하다. 하루 4천5백 명이라는 제한 인원이 충분해 보이지만, 주말엔 금세 매진된다. 야간 특별 관람 기간엔 왕이 잠을 자던 창경궁 통명전에서 국악과 클래식 실내악 앙상블 공연을 위주로 오후 8시부터 50분간 고궁 음악회가 펼쳐진다. 일정은 5월 31일~6월 3일, 6월 18일~7월 1일, 7월 16일~7월 29일. 문의 02-762-2868

글 정규영 기자 사진 제공 문화재청(1600-0064), 한국문화재재단(02-566-6300)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