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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정•조현주의 바다디자인 아틀리에 캠프 나에게로 향하는 여행
다산 성곽길 모퉁이에 문을 연 바다디자인 아틀리에 캠프는 이헌정 작가와 아내 조현주의 갤러리 겸 카페이자 게스트 하우스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는 두 사람은 아일랜드의 추억을 공간에 담아냈다.

‘비움’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2층 게스트 하우스 공간. 짧은 시간이라도 이곳에 머무는 이의 삶이 공간에 채워지길 바란 의도가 담겨 있다.

이헌정 작가와 그의 든든한 조력자인 아내 조현주 실장. 조 실장이 바다디자인 아틀리에 캠프를 운영할 예정이다.

미술 학도로서 도예가의 길을 택하고 조각, 설치, 건축, 디자인까지 경계 없이 활동하는 이헌정 작가. 특히 그는 세라믹을 이용한 아트 퍼니처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9년부터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 참여하고, 해마다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독보적 영향력을 인정받는 그가 디자인과 공예의 개념을 결합해 문을 연 바다디자인 아틀리에 캠프를 성곽길에 새롭게 오픈했다. 해 질 무렵, 다산 성곽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불빛 한 줄기, 모퉁이에 들어선 다면각 건축물이 바로 바다디자인 아틀리에 캠프다.

삶의 철학을 담은 캠프 B
“7~8년 전쯤, 이 성곽길을 지나가면서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굉장히 매력적인 동네라고 여겨 아내에게 이런 곳에 우리 공간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죠.” 이헌정 작가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만든 가구와 그릇, 오브제의 쓰임새를 일상생활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갤러리를 꿈꿔왔다. 이번에 오픈한 갤러리는 가로수길에 열었던 매장보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1층과 지하 1층은 갤러리 겸 쇼룸, 브런치 카페, 2층은 게스트 하우스로 쓸 수 있는 독채다. “원래 35년쯤 된 다세대주택이었어요. 지하 1층은 출입구가 따로 있고 1층과 2층이 연결된 구조였지요. 좁은 골목의 코너에 자리해 그런지 비뚤배뚤한 다면각 집이었고, 철거하면서 보니 바닥 슬래브 두께가 50cm에 달할 정도로(통상적으로는 15~20cm)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시간이 집적된 오브제라고나 할까요? 이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공간, 인테리어에 끌어들일 수 있을지 수없이 고민했습니다.”

작가가 만든 접시와 와인 잔, 오브제로 꾸민 테이블. 이곳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거나 1층 브런치 카페를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조현주 실장의 상차림을 통해 작가의 테이블웨어를 아름답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이토록 오래된 주택을 레노베이션하는 작업은 집을 새로 짓는 것 이상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집을 직접 지어본 경험이 있는 데다 경원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과정까지 밟은 그이기에 이곳도 손수 고쳤을 법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양평 본가는 공간 구성부터 실제 짓는 과정까지 제가 직접 참여했어요. 계단과 난간, 부엌 싱크대까지 제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지요. 하지만 이 집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때 집을 짓는 일도 도예나 조소처럼 자신이 주체라고 여겼던 그는 오히려 건축을 배운 이후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하는 심포니 같은 작업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 집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세 명의 동료가 맡아 완성했다. 바로 공간 디자이너 전범진, 장병익 그리고 신경옥. 최고참 신경옥 씨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이를 장병익이 현실화하고, 세 주체를 조율하는 역할은 전범진이 맡았다. 워낙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여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즐거운 경험이고 추억이었다.

게스트 하우스의 이국적 침실. 최요셉 작가의 페인팅 작품이 공간과 잘 어울린다. 

욕실을 특별한 공간으로 완성해주는 도자 수전. 
부부는 양평 집에 캠프A라는 애칭을 붙였다. 캠프는 여행에서 인스피레이션을 얻는 이헌정 작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단어. 그들에게 양평 집은 물리적 의미의 베이스캠프다. 반면 갤러리는 캠프B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캠프A가 몸으로 부딪쳐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장소라면, 캠프B는 몸으로 부딪친 흔적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아트워크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를 즐기는 일은 게스트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안겨줄 터. 이 공간의 운영을 맡은 아내 조현주 실장은 “올 화이트 컬러를 입혀 이국적으로 꾸민 2층 공간은 빛이 들어오면 더욱 화사하고 포근해 보입니다. 또 지하 1층은 선큰 가든과 옛 출입구 양쪽에서 빛이 들어오는데, 어두컴컴한 지하 공간을 서정적 분위기로 연출해주지요. 특히 출입구 앞 계단은 흰 페인트를 칠한 뒤 작품을 배치해 전시 공간으로 꾸몄는데, 보는 사람마다 그리스 산토리니가 떠오른다고 하네요”라며 공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집 안을 물들인 아름다운 컬러는 아일랜드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2층에 꾸민 ‘명상의 방’.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 이용하도록 꾸민 공간이다.

일상의 모든 순간이 여행!
부부는 지난 8월에 아일랜드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아일랜드로 이민 간 미국 대학원 시절 은사를 만나기 위해 갔다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축제까지 보고 왔다. “아일랜드는 풍경이 굉장히 아름답고,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적 깊이가 남달랐습니다. 전 세계에서 노벨 문학상을 가장 많이 수상한 나라라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전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고요. 저기 벽에 건 그림은 은사님의 아내분이 직접 그려주신 거예요. 아일랜드의 전설 중 숲에서 길 잃은 소녀가 등장하는데, 그 소녀의 이름을 반복해서 쓰며 ‘에너지! 에너지!’라고 외치셨다는군요. 그래서인지 그림에서 특별한 힘이 느껴지는 듯해요.” 그의 말대로 이곳은 여행에서의 흔적이 가득하다.

이헌정 작가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공간은 지하1층이다. 본래는 사면이 꽉 막힌 공간이었지만, 레노베이션하는 과정에서 한 뼘 정원을 들인 것. 정원을 통해 화사한 햇살이 들어오자 공간은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그는 하나의 정서가 추가된 느낌이라 이야기한다. 
현관의 사랑스러운 빨강, 핫핑크 컬러의 대문은 아일랜드의 상점가에서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조현주 실장이 하루에 한 가지씩 직접 만들어 내놓는 브런치 메뉴는 여행하면서 만난 음식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 구성한다. 가령 유기농 채소로 만든 샐러드는 늦가을 포클랜드 여행 중 마주한 신선한 샐러드의 추억이 담겨 있다. 메뉴가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사전에 인스타그램(@badadesignatelier)을 통해 메뉴를 확인해야 한다. 약간의 번거로움만 감수하면 작가의 작품에 담긴 맛있는 음식과 핸드 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고, 도자기 접시로 테이블을 세팅하는 감각도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거나 커피와 식사를 곁들일 수 있는 카페 공간. 

화이트 싱크와 미완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달항아리. 

성곽길에서 내려다본 바다디자인 아틀리에 캠프 전경. 저녁에 불빛이 켜지면 더욱 아늑해 보인다. 
두 사람에게 여행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닌, 익숙한 공간에서 한 걸음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 이헌정 작가는 늘 하던 작업에서 벗어나 가끔씩 일탈을 즐긴다. 그러고 나면 자신의 작업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좀 더 객관적으로 변하게 되지요. 이전 작품과 비교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다르다’가 포인트인 겁니다. 그래서 세라믹 작업을 하다 미국으로 날아가 조각을 배웠고, 어느 날 가구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건축도 마찬가지고요. 하나의 분야에 귀속되지 않고 경계를 오가며 짜릿한 일탈을 즐기는 것이 제 단점이자 장점이고, 아이덴티티입니다.”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은 ‘미완’을 추구하고, 언제나 ‘현재진행형’으로 남길 원하는 그는 오늘도 귀환을 전제로 한 예술 여행을 떠난다. 진짜 여행이든, 창작 활동에서의 여행이든 그들의 여행은 언제나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국에 온 은사가 선물해 준 유골 함 작품(실제 사용하지는 않았다).

대형 화이트&옐로 테이블을 배치한 지하는 종종 지인들의 흥겨운 아지트가 된다.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새롭게 탄생한 옛 주택에서 이헌정 작가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경험하고,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시간에 여러분을 모십니다.

일시 2월 9일 (목) 오후 2시
인원 8명
장소 서울시 중구 동호로17길 43

참가비 1만 원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오픈 하우스’ 코너에 참가하고 싶은 이유를 간단히 적어 신청해 주세요.


문의 070-8834-5342 

글 이새미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