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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마주하기 여자의 보물, 가슴
여자에게 가슴은 유독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는 신체 부위다.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하고, “왜 이 모양이니?” 하며 불만이 가득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건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것. 주변을 둘러보면 유방암으로 가슴이나 생명을 잃은 지인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유방암은 발병률이 높은 만큼 누구에게나 방심은 금물.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자신의 가슴을 더욱 아끼는 여성이 많아지길 바라며.


가슴과 여자의 일생
초등학교 6학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젖꼭지가 접히고 불편한 감이 있어서 엄마한테 이야기하니 “이제 여자가 되려는 신호야!”라고 미소 지으며 말씀해주셨다. 당시엔 제법 이른 편이어서 친구들보다 일찍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 수치스럽게 느껴진 기억도 생생하다. 그렇게 열세 살 무렵 내 가슴은 브래지어 속으로 감추어졌고, 20여 년이 넘는 동안 은밀하게 숨어 있었다.

“누구 가슴이 크네, 예쁘네, 껌딱지네, 누가 수술해서 크기를 키웠다네….” 여자들 사이에서도 가슴은 줄곧 크기와 모양만이 화젯거리가 됐을 뿐이었다. 소녀에서 여자, 그리고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임신한 순간부터 여자의 가슴에는 변화가 찾아온다. 2차 성징 이후 실로 오랜만에 겪는 신체의 신비다. 약간의 통증과 함께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데, ‘원래 내 가슴 사이즈가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가슴 모양에 연연하는 건 여전하다가 출산 이후, 진짜 엄마가 되니 그제야 가슴은 전혀 다른 존재로 인식됐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요, 아이의 생명을 이어줄 소중한 밥줄임을 깨닫는 것. 아이가 절박한 몸부림으로 젖꼭지를 찾아 헤매는 모습(시력이 덜 발달한 신생아가 잘 찾을 수 있도록 엄마의 유두는 짙어진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있는 힘껏 빠는 아이의 입술(오죽하면 유두가 찢어져 피가 날 정도다)을 경험하면, ‘어떻게 해야 젖이 더 잘 나올까’ 하며 가슴의 기능을 높이는데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30대 후반을 훌쩍 넘긴 지금, 가슴의 존재는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예전과 다르게 탄력을 잃어 노화를 여실히 실감하게 해주는 냉정한 징표이자,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협적 존재인 것. 그럼에도 가슴은 여자의 삶 속에서 중요한 순간을 함께한 보물과도 같기에 미워할 수가 없다. 이제 가슴에 대한 관심은 오로지 하나.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며 아름답게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있든, 대부분의 여자가 이처럼 생각하리라.


가슴에 관한 각종 질병 제대로 알기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유방암 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방암 이외에도 여자가 겪을 수 있는 가슴의 질병은 다양하다는 사실. 우선 가슴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동반하는 유방통이 있다. “원인은 다양하죠. 유방통을 진단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점은 통증의 주기성이에요. 주기성이 없는 유방통의 경우는 유방이 아닌 가슴 벽의 다른부위가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죠.” <유방암, 걱정마>의 저자인 순천향대학병원 외과 유방센터 이민혁 교수의 조언이다. 평소에는 통증이 없다가 월경 시기가 다가오면 유방통이 나타나거나, 평소에 있던 통증이 월경과 함께 심해지는 경우가 주기적 유방통이다. 통증의 기간과 강도에 따라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편 비주기적 유방통은 주기적 유방통보다는 드물지만, 유방암의 증상일 수도 있으니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유두에서 노란 분비물이 나온 적이 있는가? 유두 분비는 유방 혹, 유방통과 함께 3대 유방 증상 중 한 가지다. 이때 관찰할 것은 한쪽 유방인가, 양쪽 유방인가 하는 것. 초경을 시작하는 시기나 폐경기에는 호르몬 수치가 갑자기 변하면서 유방 조직의 혼란으로 분비물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양쪽 유방이 똑같은 영향을 받는데, 만약 한쪽 유두에서만 분비물이 나온다면 그쪽에 병적인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가장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건 유방 염증. 유방이 부으면서 피부가 붉게 변하고 통증이 생기는 염증 증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수유기에는 발생 빈도가 무려 30%로 매우 높은 편이다. 유방 내 젖이 과하게 만들어지면서 생기는 젖몸살로, 유방에 젖이 계속 고이면 아기 입이나 코에 사는 병균이 침투해 고여 있는 젖을 영양분 삼아 자라는데, 그 상태가 바로 유선염인것. 이러한 경우는 결국 젖이 차지 않도록 계속 비워주는 게 핵심 치료법으로, 유방이 아프고 쑤시면서 고열까지 나더라도 수유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수유기가 아닌 때 나타나는 유방염은 유륜 주위 염증이나 주변부 유방염 등이 있는데,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생한다고. 대부분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는데, 만약 1~2주가 지나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염증성 유방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선진국형 암이라고도 부르는 유방암. 우리나라는 좀 더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기 발견. 여성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소중한 가슴을 잃지 않기 위한 가장 기본적 행위는 정기적 자가 진단과 전문의 검진임을 명심할 것.


현대인의 병, 유방암 예방법
놀랍게도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암이다. 특히 미국, 유럽 같은 서구에서 더 흔하기 때문에 선진국형 암이라고도 부른다. 국내에서는 2001년에 여성 암 발병률 1위로 등극했다가 현재는 갑상샘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눈여겨볼 만한 사실은 서양에서는 50대 이후 갱년기부터 유방암 발병이 증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좀 더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40대 여성에게 발병률이 가장 높고 50대, 30대 순으로 많이 발병한다. 특히 35세 미만 젊은 환자의 비율도 15%나 된다는데, 왜일까? “모유 수유를 시작하는 연령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젊은 여성의 유방암 검진율이 높기 때문에 발병률도 함께 올라간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그만큼 더 빠른 시기부터 유방암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민혁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유방암을 어떻게 예방하면 좋을까? 고지방 섭취, 과음, 담배 등은 생활 속 유방암 위험 인자로 꼽히지만, 무엇보다 유방암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입증된 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유방 세포를 증식하는데, 그 과정에 DNA가 손상된 변형 세포의 수를 증가시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 임신과 모유 수유 기간엔 에스트로겐의 지배력이 낮아지기에,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일수록 유방암 발생률이 높다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유방암이 두렵다는 이유만으로 임신과 수유를 무작정 시도할 수는 없는 노릇. 좀 더 현실적 예방법은 규칙적 운동으로 에스트로겐을 줄이는 것이다. 지방세포 역시 에스트로겐을 만들어내는 기관으로, 몸 안에 지방이 쌓일수록 에스트로겐이 늘어난다. 특히 폐경 후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경우라면 더욱더 운동이 중요하니 명심하기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기 발견일 터. 조기 검진을 통해 1cm 이하의 유방암을 발견한다면 항암 화학 치료도 필요 없이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기적 자가 진단과 전문의 유방 진찰은 필수! 한국유방암학회에서 권고하는 유방암 조기 검진 지침은 30세 이상부터 한 달에 한 번 자가 진단, 35세 이후부터 2년에 한 번 전문의 진찰, 40세 이상부터 1~2년에 한 번 전문의 진찰과 유방 촬영을 하라는 것이다. 자가 진단은 월경이 끝난 후 3~7일이 적당한 시기인데, 월경이 다가올수록 유방 조직이 단단해지기 때문에 이를 비정상적 덩어리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 진단은 우선 거울을 보고 양쪽 유방의 크기와 모양의 대칭성을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촉각 진단은 서서 하는 것보다 반듯하게 누워서 하는 게 효과적이다. 중력의 영향으로 가슴이 편평해지면 조직의 촉감을 더 세밀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 검사하는 쪽의 팔을 머리 위로 올린 후 혹이 있는지 찬찬히 만져본다. 유두 부위에서 시작해 1백원짜리 동전 크기의 원을 그리면서 유방 바깥까지 만진 후, 겨드랑이 위・안・옆쪽까지 골고루 살펴야 한다. 또 각 부위를 가볍게, 중간 강도로, 아주 세게 세 번씩 누르면서 각각의 층을 모두 만져주어야 한다. 매달 이렇게 해야 한다니 번거롭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소중한 가슴을 잃지 않기 위한 가장 기본행위임을 명심할 것. 일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가슴, 그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도록 더욱 친밀해져야 할 때다.


핑크 리본의 힘을 되새기세요
유방암을 상징하는 핑크 리본. 1992년 고故 에블린 H. 로더 여사가 ‘핑크 리본 캠페인’을 시작, 에스티로더 컴퍼니즈는 지금까지 유방암 의식을 향상하기 위해 힘쓰며 약 7백36억 원 이상을 전 세계 유방암 연구 및 교육, 의료 서비스를 위해 지원해왔다. 올해 이 캠페인의 테마는 ‘유방암 이겨내는 행동 실천 함께 해요’. 모델이자 디자이너이고, 농부이자 엄마이며, 유방암 의식 향상 캠페인의 앰배서더인 엘리자베스헐리가 제안하는 다섯 가지 수칙은 누구나 기억해둘 만하다.


엘리자베스 헐리의 유방암 예방 실천법

1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행동 실천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화장대에 핑크 리본을 항상 올려놔요.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며 보고, 저녁에 잠들기 전에 또 봐요. 저에게 핑크 리본은 희망과 영감의 상징입니다.

2 저는 테이크아웃 음식과 가공식품을 피하고, 대신 집에서 요리해 먹는 것을 좋아해요. 가능하면 콩과 시금치 같은 신선한 재료를 맛있는 채소 국물에 넣어 끓여내는 완두콩 수프 같은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죠.

3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활동적인 생활을 해요. 개 네 마리를 시골에 데려가 산책시키기도 하고, 꾸준히 필라테스도 해요.

4 매년 생일에 유방 엑스선 검사를 받고 전 세계 여성도 그렇게 하도록 격려합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주도적 태도를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5 제 아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가르쳐요. 대부분의 채소는 유기농 농장에서 직접 길러 먹고, 과일과 채소를 최대한 많이 먹으려고 노력해요. 핑크 리본 한정판 제품들로, 라 메르 립밤이나 달팡 인트랄 레드니스 릴리프를 구입하면 판매 수익금 일부가 대한암협회에 기부된다.


일러스트레이션 허정은 참고 도서 <대한민국 최고의 명의가 들려주는 유방암> <유방암, 걱정마>

글 강옥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