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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글 조리서 <최씨 음식법> 옛 김치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한국인에게 김치는 삶의 일부분이다.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자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이기에 전통 음식 중에서도 각별하다.음식을 보면 한 민족이 지나온 시간과 살아가는 순간을 엿볼 수 있는 법. 그간 가장 오래된 한글 조리서로 알려진 <음식디미방>보다 최소 10년 이상 앞선 시기에 기록된 <최씨 음식법>은 존재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민족 대표 음식인 김치의 옛 조리법을 들여다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자손보전子孫寶傳»에 수록된 <최씨 음식법>에서 옛 김치를 만났다. 옛날 사람은 어떤 김치를 먹었을까?


<최씨 음식법>은 신창 맹씨 호군공파 종가의 자손인 맹세형(1588~1656)의 부인 해주 최씨(1591~1660)가 집필한 한글 조리서로, 현존하는 최초의 한글 조리서로 알려진 안동 장씨 부인(1598~1680)의 <음식디미방>(1670)보다 최소 10년 이상 앞선 것이다. 김치류를 포함해 총 20종의 음식 조리법이 나오며, 신창 맹씨 가문 여성들이 쓴 2백70년간의 기록을 모아 엮은 «자손보전»(19세기, 가로 29cm×세로 36.3cm) 서첩의 1~10면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해주 최씨의 조리법을 비롯해 몸가짐과 품행은 물론 노비 명단, 편지, 잡기 등도 기록되어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

옛날 옛날에는 국물형 김치를 즐겼다

시대마다 사회마다 문화는 존재하지만, 그 문화는 늘 변화하고 진화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가장 친숙한 민족 고유의 음식인 김치만 해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통배추김치를 대중적으로 즐기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백여 년 전의 일이다. 더군다나 김치 양념의 대표 재료인 고추도 임진왜란(1592) 전후에 들어왔고, 그마저도 처음에는 약용으로 쓰거나 가난한 서민만 먹다가 18세기경에 이르러서야 양념 재료로 사용했다. 고추의 사용은 김치 역사에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였는데, 버무리는 형태가 등장하고 조리법과 재료가 복잡해지면서 김치 맛과 모양에도 변화가 생긴 것. 그렇다면 김치의 대명사 격인 고춧가루로 양념한 빨간 배추김치 이전에 조상들은 어떤 김치를 먹었을까.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을까?

옛사람들이 즐기던 김치는 주재료가 무, 오이, 가지 등으로, 장아찌형의 절임 채소였다. 삼국시대까지는 중국이나 일본 것과 큰 차이가 없으나 적어도 고려시대부터 만드는 법이 차별화되었으며, 이때부터 국물형 김치가 발달했다. <최씨 음식법>에 등장하는 김치류가 그렇다. 17세기 충청 지역에서 해주 최씨가 남긴 이 기록에는 고춧가루를 사용하기 이전 김치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동치미, 가지김치, 오이김치, 파김치, 토란김치 등 일상에서 즐기던 김치를 소개하는 것도 동시대의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이 안주용 김치인 꿩김치류 세 종류만 기록한 것과는 다른 점이다. 그래서인지 <최씨 음식법>에 등장하는 총 20종의 음식 중에서도 김치는 가장 눈에 띈다. 조리법도 상세하게 적혀 있는데, 마치 기록자인 해주 최씨 부인이 며느리에게 비법을 전수하듯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오늘날의 실용 조리서 못지않다.

가지딤채
맨드라미로 우린 붉은빛 가지김치
김희종 작가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멋스러운 원통형 백자 볼은 두울 제품.
가지에 물든 붉은빛의 꽃물이 곱디곱다. <최씨 음식법>에서는 김치에 붉은색을 내기 위해 맨드라미를 활용하는데, 고춧가루를 사용하기 이전에도 맨드라미를 첨가해 붉은색 김치를 즐겼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는 <증보산림경제>(1766)보다 1백여 년 앞선 사례이자 김치 변천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최초의 기록이라 더욱 뜻깊다. 지금에야 고춧가루로 양념한 빨간 통배추를 김치의 대표 격으로 여기지만, 조선 중기인 17세기만 해도 배추는커녕 고추도 음식 재료로 널리 쓰기 전이기 때문. 또 오늘날 가지와 오이로 김치소박이를 담글 때처럼 소금에 절여 향신 양념으로 소를 넣어 만든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의 옛조리서를 보면 18세기 이전에는 하나같이 간장을 끓여 침채원(절이는 원료)으로 사용했으니, 이 또한 김치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계기가 된다.

“가지김치는 가을에 끝물 가지를 꼭지를 따고 모두 씻어 칼로 열십자로 베어 마늘 저며 끼우고 항아리에 넣고 정화수에 소금 잠깐 타 넘치게 붓고 맨드라미로 우려내고 익거든 써라.”


파딤채
소금과 물로만 담근 파김치
손으로 꾹꾹 눌러 만든 사각 그릇은 모두 강유단 작가의 흑유 작품으로 다이닝오브제 판매. 
김치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다리에 힘이 없어 마치 파김치처럼 늘어지는구려.” 실학자 이덕무가 <청장관전서>에 기록한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듯, 예나 지금이나 몸이 축 처지면 ‘파김치’라고 했으니 김치가 한민족의 정서에 깊이 관여하는 음식으로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최씨 음식법>의 파김치 담그는 법만 봐도 그 모양을 짐작할 수 있는데, 갖은 양념을 하는 오늘날의 파김치와 달리 소금에 절인 파가 숨이 죽어 시들시들해지면 항아리에 담고 물을 가득 부어 단출하게 담근다. <산가요록>(1450)과 <수운잡방>(1540)의 파김치 만드는 법과도 일맥상통하며, 항아리의 물을 수시로 갈아주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는 발효 중 생기는 거품을 제거하는 과정인데, 그래야 국물이 맑고 맛이 깔끔하다.

“파를 뿌리와 껍질까지 모두 씻어 발 위에 펴고 소금을 잠깐 뿌려놓아 시들시들해지면 차차로 항아리에 넣고 정화수를 넘치게 부어서 항아리 위에 검푸른 물이 흐르고 거품이 없어지거든 써라.”


팀채
감장과 참깨로 만든 무동치미
무동치미를 담은 김희종 작가의 백자 볼은 두울 제품. 감장을 담은 이정미 작가의 백자 합은 조은숙앤라이프스타일 판매.
팀채는 김치의 옛말로, 딤채라고도 했으며,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의 한자인 침채沈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최씨 음식법>의 팀채는 무동치미와 유사한데, 오늘날 ‘김치’ 하면 배추김치를 가장 먼저 떠올리듯 무가 김치 재료로 손꼽힌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겨울철이면 무로 담그는 시원한 동치미를 김치의 원형으로 보는 이도 있다. 한데 <최씨 음식법>의 팀채인 무동치미는 조리법이 다른 옛 조리서에서 볼 수 없었던 방법으로 매우 독특하다. 맛이 단 간장인 감장과 볶은 흰깨를 섞어 보자기에 넣어 무와 버무려 간이 배게 한 뒤 물을 부어 만든 것으로, 그 맛이 산뜻하면서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무 뿌리와 잎 고운 것을 시든 잎 없게 하되 무 몸이 상하지 않게 모두 씻어 간하여 세 동이에 좋은 감장 한 사발을 흰깨(백임자) 한 되 반 볶아 함께 찧어서 가는 베주머니에 넣어 독 밑에 담고를 씻무어 간을 잠깐 하여 독에 넣어 이튿날 정화수를 가득 부어두면 맛이 각별히 좋으니라.”


외딤채
할미꽃으로 아삭한 오이김치
김희종 작가의 배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백자 그릇은 두울 제품.
<최씨 음식법>의 오이김치는 얼핏 오늘날의 오이장아찌와 조리법이 비슷하다. 할미꽃과 산초 열매인 분디를 넣는 것이 색다른데, 식재료로 할미꽃을 사용한 기록은 그간 <산가요록>과 <수운잡방>의 수과저, 노과저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모두 할미꽃을 넣으면 김치가 쉬이 무르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비법으로 전수한다. 지금은 생소하게 느낄 정도로 할미꽃이 음식 재료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은 역시 고추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방부 기능이 뛰어난 고추 덕에 김치가 잘 쉬지 않으면서 소금양도 점차 줄어들었다. 산초는 고추와 함께 사용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점차 줄어들었다. 서유구가 <임원십육지>(1827)에서 “산초와 함께 고추를 넣은 김치를 먹으니 갑자기 살아 있는 봄이 온 듯하다”고 칭송했을 정도로 고추가 가져온 김치의 변화는 식문화에 커다란 사건이요, 이변이었던 것.

“오이김치는 끝물 오이를 볕에 잠깐 말리어 모두 씻어 소금을 쳐서 두었다가 이튿날 독에 넣고 오이 간 쳤던 소금물에 소금과 물 더 풀어 끓여 더울 때 부어두면 이틀까지 독이 따뜻할 때 분디와 할미꽃을 베어 우리어두면 이듬해 봄이라도 무르지 아니하고 삭삭하느니라.”


토란딤채
소금만으로 만든 장아찌형 토란김치
이능호 작가의 씨앗을 모티프로 한 흑자 합은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요즘은 토란의 알뿌리를 주로 요리에 활용하지만 실상은 버릴 게 하나 없는 채소다. 알뿌리는 가을철 별미인 토란탕의 주재료로 조림, 구이, 죽, 장아찌, 찜, 튀김 등으로 다양하게 즐기고, 잎은 주로 말려서 나물을 해 먹는다. 토란대 역시 말려서 탕에 넣거나 삶아서 나물로 먹는데, 옛날에는 생으로 김치를 담가 먹기도 했다. <최씨 음식법>의 토란김치는 소금만 이용해 장아찌 형태로 즐긴 것. 김치 종류가 다양하던 18세기에 쓴 <증보산림경제>에서는 소금에 절인 토란을 김치라 분류하지 않지만, 17세기에는 채소를 소금에 절인 장아찌류도 김치로 여긴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두 손으로 꼭꼭 눌러 계속 다져 누르는 과정이 눈에 띄며, 이는 토란대의 숨이 죽으면 항아리 내부와 재료 사이에 공간이 생겨 그 틈으로 공기가 들어가 부패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토란 줄기를 모두 씻어 작두에 썰어 한 말에 소금 한 줌씩 넣어 간 칠 때도 두 손으로 힘껏 치고 항아리에 넣을 때도 매우 다져서 넣고 익어서 가라앉아 삭거든 점점 다지고 다른 항아리의 것이라도 더 퍼서 넣어 써라 (양이) 적거나 성기게 하면 무르느니라.”


<최씨 음식법>
김치 만들기
가지김치
재료 가지 4kg, 마늘 200g, 소금 400g, 물 5L, 생맨드라미꽃 150g
만들기 1 가지는 씻어 꼭지를 제거하고 열십자(十)로 칼집을 낸다.
2 마늘은 저민 후 ①의 가지 칼집 사이사이에 채워 넣는다.
3 물에 소금을 타서 김치국물을 만든다.
4 항아리에 ②의 가지를 차곡차곡 담고 ③의 소금물을 가득 부은 후 생 맨드라미꽃을 넣어 붉은색이 우러날 때까지 그대로 두어 익혀 먹는다.

파김치
재료 파 1kg, 소금 50g, 물 2L
만들기 1 파는 지저분한 것을 다듬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2 채반 위에 손질한 파를 펼치듯이 올리고 소금을 고루 뿌려 숨이 죽을 때까지 절인다.
3 ②의 파가 시들시들하게 숨이 죽으면 항아리에 담고, 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4 발효하는 동안 ③의 항아리 위에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물을 수시로 갈아준다. 물색이 검푸른 빛깔을 띠고 거품이 없어지면 꺼내 먹는다.

무동치미
재료 무 10kg, 감장 1컵, 볶은 흰깨 2½컵, 소금 200g, 물 10L
만들기 1 무는 뿌리와 시든 잎을 제거하고, 상처가 나지 않도록 깨끗이 씻은 다음 무 겉면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절인다.
2 절구에 볶은 흰깨와 감장을 넣고 찧은 뒤 베주머니에 넣는다.
3 ②의 베주머니를 항아리 아래에 넣고, 그 위에 ①의 절인 무를 올려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4 다음 날 ③의 항아리에 물을 가득 부어 실온에서 어느 정도 익힌 후 냉장 보관한다.

오이김치
재료 오이 5kg, 소금 1kg, 물 10L, 산초 열매·할미꽃 20g씩
만들기 1 오이는 햇볕에 잠깐 말린 뒤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소금을 고루 뿌려 하룻밤 절인다.
2 ①의 절인 오이는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3 ②의 오이에서 나온 국물을 밭아 냄비에 붓고 물과 소금을 넣은 뒤 끓인다.
4 소금이 녹으면 뜨거울 때 ②의 항아리에 부어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5 다음 날 ④의 항아리에 산초 열매와 할미꽃을 넣고 우러나오도록 두면 오이가 쉽게 무르지 않는다.

토란김치
재료 토란 줄기 5kg, 소금 150g
만들기 1 토란 줄기는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①의 토란 줄기에 소금을 고루 뿌려 잘 섞는다.
3 항아리에 ②의 토란 줄기를 넣고 빈틈이 없도록 손으로 꾹꾹 눌러 담는다. 익을 때까지 매일 반복한다. 토란 줄기가 발효하면서 숨이 죽어 가라앉으면 그 틈으로 공기가 들어가 상할 수 있으므로 계속 다져 누르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

이하연 김치 명인&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연구개발본부장
명인과 음식 인문학자와의 김치 담론

<최씨 음식법>에 수록된 김치 조리법에서 눈여겨볼 사항은 무엇인가?
박채린 제사나 거창한 잔치 음식이라기보다 늘상 먹는 일상 음식의 조리법이 주종을 이룬다는 것이 여타 옛 조리서와 차이점이다. 특히 현존하는 조선시대 조리서를 발굴하는 게 흔치 않은 데다 대다수 경북 안동지역 반가에서 소장하던 것인 데 반해, 조선 중기 충청 지역의 소박한 양반가 음식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이하연 재료와 조리법이 무척 간단하며, 제철의 다양한 채소로 김치를 만들어 먹고 있다는 것이다. 김치를 담글 때는 좋은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는을 새삼 깨달았는데, 사실 김치 담그기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좋은 재료를 적당히 간하고, 숙성 온도를 맞춰주면 미생물이 다 알아서 맛을 내기 때문이다. 꼭 배추김치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이번 문서에서도 무와 다른 채소가 주요 재료였다.

<최씨 음식법>에 기록된 김치 중 재현해보니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이하연 맛이 가장 궁금한 것은 무동치미였다. 맛이 단 간장과 깨에서 우러나는 감칠맛과 고소함이 무에 스며들어 맛이 배가되고, 자극적이지 않아 입속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맨드라미로 우려낸 가지김치의 고운 빛깔을 보곤 반했다. 맛과 영양뿐 아니라 조선시대 반가 여성들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박채린 아무래도 생맨드라미꽃을 넣어 가지의 붉은색을 돋보이게 한 가지김치를 꼽을 수 있다. 무김치인 팀채도 인상적이었다. 오늘날의 동치미와 비슷하지만, 간장과 깨로 맛을 냈다는 건 다른 조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다. 대전 회덕 지역 안동 김씨 김창업 가문의 조리서인 <주식방문>에서 ‘숫무오김치’라는 이름으로 순무김치를 만들 때 깨소금을 베 헝겊에 넣고 항아리에 깐 뒤 무를 넣었으나, 그때는 간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씨 음식법>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김치법이다. 간장물을 부어 나박김치처럼 담그는 장김치라는 것이 조선 후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행했는데, 이미 17세기에 유사한 김치가 있었다는 것에 더욱 놀랐다.

요즘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김장 문화뿐 아니라 김치도 문화 자산으로서 그 가치와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직접 담가 먹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김치가 명실상부한 ‘국민 음식’으로 앞으로도 건재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박채린 문화라는 것은 당위성이나 강요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김장 문화 또한 보전을 의무화해 어려운 김치 담그기를 개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장을 담그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김치를 사 먹더라도 일상에서 많이, 잘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치 문화가 다채로워지도록 솜씨 좋은 이들이 직접 만든 김치가 공장이든 수공업이든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어야 할 것이다. 잘 만들어 먹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여긴다면 김치와 김장 문화는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것이다.
이하연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사람이 줄자 요즘은 오하려 손수 만든 김치를 고급 선물로 인식하는 등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김장을 이벤트로 여기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겨울철 김장 준비를 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 김치란 본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음식이니, 서툴더라도 조금씩 내 손으로 담가 이웃과 나눈다면 그 또한 세계가 인정하는 김치와 김장 문화에 깃들어 있는 어우러짐의 미덕과 나눔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일이 될 것이다. 매일 먹는 김치 맛이 물린다 싶다면 조금만 아이디어를 더해라. 완전히 색다른 김치 맛을 볼 수 있다. 집에서 김치를 담글 때 해산물을 한 가지 더 첨가해도 특성화한 별미 김치가 되니 시도해보라.


요리 이하연(농림식품부 지정 전통식품 명인 제58호, 봉우리찬김치 대표) 스타일링 유지혜 도움말 박채린(세계김치연구소 연구개발본부장) 고서 이미지 제공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02-710-9134) 제품 협조 도예공방 두울(031-672-6823), 다이닝오브제(070-5066-2295),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02-541-8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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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민주 | 사진 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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