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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교육 특집] 발도르프 교육 전문가 레나테 쉴러 씨에게 묻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이게 하라


발도르프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발도르프 자유 사범대의 쉴러 교수.


금쪽같은 우리 아이, 남다르게 가르치는 곳은 없을까? 공교육의 경쟁 구도 시스템에서 벗어나 내면과 신체가 모두 건강하고 성숙한 아이로 가르치는 학교가 있을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부모라면 한 번쯤 하는 질문일 것이다. 아이가 대부분의 시간을 선생님과 또래가 있는 교육기관에서 보내며 성장하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여기 공교육의 시스템 속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교육 학교가 있다. 1919년 독일 교육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처음 만든 발도르프Waldorf 학교다. 이 학교에서는 성적표와 유급이 없고, 한 선생님이 한 학급을 8년 동안 지도하며, 아이들은 수업에 참여해 몸을 움직이고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찾고 성장해나간다.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공현진초등학교에서 올해부터 정규 학교 최초로 발도르프 교육과정을 실시하고, 부산에서는 자유 발도르프 학교가 개교하는 등 우리나라에도 이미 발도르프 학교가 운영 중이다. 대체 발도르프 교육이란 무엇일까? 35년간 발도르프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슈투트 가르트 발도르프 자유 사범대학교의 교수 레나테 쉴러 씨를 현지에서 만났다. 슈투트가르트는 루돌프 슈타이너가 발도르프 학교를 처음 설립한 도시기도 하다. 함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에서 회화와 그래픽을 공부하고 스위스 도나흐에서 발도르프 미술을 전공한 그는 현재 25년째 대학에서 발도르프 교육법을 가르치고 있다. 발도르프 교육에 관해서라면 책 한권을 서술해도 모자라다 말하는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이는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게 균형 잡힌 인간을 교육하고자하는 것이 발도르프 교육의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발도르프 미술 교육 전문가 레나테 쉴러 교수가 말하는 발도르프 교육론과 교육 멘토로서 한국의 부모에게 전하는 조언!

발도르프 교육이란?
발도르프 교육을 간단하게 정의 하기는 쉽지 않지만, <행복> 독자를 위해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사고하며 자유의지로 움직이게 하는 통합 교육입니다. 이를 통해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한 아이로 교육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지요. 아이는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합니다. 교사는 아이에게 어떤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끄집어내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궁금해하며 연구하고 아이를 관찰합니다.

1919년 최초의 발도르프 학교를 설립한 루돌프 슈타이너가 교육의 기본 원리로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또 ‘자유 발도르프 학교’라 부르기도 했지요. 슈타이너가 말한 자유의 개념이 궁금합니다. 슈타이너는 사고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자유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죽음에 대한 고통을 알면서도 육식을 한다면 그것은 슈타이너가 말하는 자유와 다릅니다. 동물의 고통을 이해하고 육식을 거부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동물의 죽음은 슬프지만 육식은 하고 싶다는 강한 본능적 욕망을 극복한 진정한 자유 말입니다.

35년간 발도르프 교육에 몸담아왔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 또한 어릴 때 발도르프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 안에서 단순히 지식뿐 아니라, 예술과 함께 성장했고 자유롭게 울고 웃는 법을 배웠습니다. 당시의 선생님은 제게 교육자의 길을 열어주신 분이지요. 자립심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힘을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교육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오늘날까지 행복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발도르프 학교를 졸업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한국 나이로 아홉살) 일반 학교에서 발도르프 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첫날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지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였습니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떠들며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들어와 인사를 하자 거짓말처럼 금세 조용해졌어요. 선생님이 야단치거나 소리 지르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런 상황이 될 수 있는 배경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교사를 향한 아이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죠. 상과 벌로 다스리는 권위가 아니라, 사랑을 중심으로 형성된 교사의 권위가 아이들로 하여금 선생님을 마음으로 따르게 합니다.

‘움직이는 교실’이라 불리는 2학년 교실의 쓰기 수업 시간. 긴 의자가 책상이 되기도 하고 의자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둘러앉아 곱셈 수업을 하는 수학 시간.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라 교육하라
발도르프 미술 교육의 기본은 습식 수채화 수업입니다. 습식수 채화를 교육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습식 수채화는 종이를 물에 적신 다음, 그 종이가 마르기 전에 수채화 물감으로 칠하는 것 입니다. 이때 사용하는 물감은 물기가 있어 흐르는 것이어야 합니다. 마른 종이에 수채화 물감을 칠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물에 젖은 종이에 물감을 칠하면 색이 자연스레 종이에 스며들면서 아이들은 움직이는 색을 경험합니다. 마치 색이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요. 색들이 섞이면서 다른 색깔과 명암을 만들어내고 아이들은 색의 움직임을 봅니다. 추상적 개념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색, 명암, 움직임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되지요. 또 투명도가 높아 색과 색이 만났을 때 투명하게 표현됩니다. 감성 표현에 아주 좋은 재료이지요.

3학년 때까지 습식 수채화 시간에 사물을 묘사하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이들은 색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과정을 보면서 색이 가진 본질의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만의 깊은 감성으로 색을 만나지요. 이 시기 아이는 색 안에서 모든 세계를 만나고 상상하며 그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경험합니다. 색으로만 이루어진 그림 안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른입니다. 아이는 그 아름다움을 보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색의 움직임을 먼저 경험한 다음 서서히 형태 그림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부터 쓰기와 읽기를 배웁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아이가 일곱 살이 되어야 연필을 잡는 소근육이 발달하면서 쓰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유치원 조기교육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섯 살 아이에게 글씨를 쓰도록 가르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아이에게는 무척 힘든 일이에요. 학령기 전에는 행위를 이해할 준비도 충분히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것을 강요하면 어린 시절의 소중한 한 부분을 잘라내는 것과 같아요. 그 부분을 잘라내면 아이는 몸을 성장시키는 생명력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생명력이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생명력은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를 말하며, 서양에서는 ‘에테르체’, 동양에서는 ‘기’와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발도르프 학교를 처음 설립한 루돌프 슈타이너는 7년 주기로 인간의 발달을 구분했습니다. 이 발달 과정에서 태어나 일곱 살까지, 즉 유치 갈이를 하기 전까지의 시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 시기에 형성된 생명력은 몸속에 차곡차곡 쌓여 성인이 된 이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 생명력으로 아이 몸속의 장기가 성장하고, 그 힘으로 유치 갈이까지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칭찬 스티커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상도 주지 않고, 벌도 주지 않는 교육을 합니다. 어른의 무분별한 칭찬과 벌은 외부적인 자극입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아이의 내부에서 만들어내는 자유의지를 교육합니다. 이는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건강하게 자신의 의지를 실행해가는 힘의 원동력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음식을 상으로 주며 훈육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것은 동물을 훈련하는 방법이지, 아이에겐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가 아주 힘들게 무엇을 해냈을 때 칭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무언가를 어렵게 해냈을 때 “와, 참 잘했어요!”하고 칭찬하면 아이 스스로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지며 기뻐합니다. 어른의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기뻐할 때 자유의지의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일곱 살 이전 아이의 발달 단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일곱 살까지의 유아기 아이는 언어 모방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 시기에 중요한 교육 과제는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환경 외에도 보이지 않는 환경, 예를 들어 태도, 마음가짐, 분위기까지 모방하기 때문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이 시기 아이는 언어적 관계 안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룩합니다.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얼중얼대다가 한순간에 문장 안에서 그 단어 뜻을 이해하며 대화를 시도합니다. 단어의 뜻만 이해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능력이지요.

그럼 일곱 살부터 열네 살까지의 발달은 어떠한가요? 일곱 살 전후로 아이는 유치 갈이를 시작합니다. 유치 갈이 후 아이는 그 이전과 매우 다릅니다. 이때 아이는 완전히 달라지며 정이 아주 발달합니다. 그러기에 학교에서 감성과 감정의 발달 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예술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교육합니다. 이성적인 공부는 열네 살 이후에 필요합니다.

1 발도르프 학교에는 교과서가 없다. ‘얀’이라는 친구가 15년이 넘게 간직한 직접 만든 수업 교재.
2 ‘봄빛’의 느낌을 주제로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 1·2학년 미술 수업에서는 형태보다 색을 경험하고, 이해하고 그리고 느끼는 것에 중점을 둔다.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라
한국에서는 부모들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해 아이를 교육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발도르프 학교의 상황은 어떤가요?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텔레비전 시청과 인터넷 사용을 금지합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보여주면 아이들의 시선을 쉽게 사로 잡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앞서 말한 예술 교육과 반대되는 행위입니다. 예술을 하는 행위는 동적인 것이지만, 마우스와 모니터는 고정된 것입니다. 모니터에서 움직이는 영상은 계속 돌아가지만, 그것은 실제의 움직임이 아닙니다. 가상 세계의 움직임일 뿐이지요.

학교 입학 전에 아이와 부모가 그림을 함께 그릴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엄마가 그린 나무를 보렴. 이렇게 그리는 거야”라고 말하며 부모는 아이의 그림을 고치고 가르치려 들지요. 부모가 나서서 아이에게 그림의 경계를 만들어주거나,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학령기 전 아이는 자신의 영혼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을 그립니다. 이 시기 아이는 그림을 통해 의지를 표현하므로 그림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어요.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의 그림 세계를 부모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얼마 전에 제 아들의 유치원 시절 일기장을 찾았는데, 가족이 함께 여행 갔을 때 그린 그림이 있더군요. 여행 초기에는 파라솔, 사람들, 나무 등 형태 위주였습니다. 사나흘간 수영장을 반복해서 그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 자신만의 추상적 형태의 특징을 잡아 그리기 시작했더군요. 같은 공간과 구성이었지만 표현은 아주 추상적으로 변했죠. 저는 그것을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아이 혼자 발견한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는 상상 이상으로 독창적입니다. 그러니 관찰해야 합니다. “너무 성의 없이 그린 거 아니야?” 하고 다그친다면 아이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겁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아이의 행동을 잘 관찰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아이가 처음 걷기 연습을 하던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부모는 기대감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는 그것을 느끼며 지치지 않고 계속 도전하지 않나요? 청소년이 되면 어떻게 바뀔까요? 부모는 청소년 시기 아이의 내면까지 자세히 관찰해야 합니다. 청소년 시기 아이는 머리로만 생각하려하기 때문이죠. 아이가 어떤 것을 가장 잘하는지 빨리 알아 야 합니다. 대화를 통해 그것을 파악해 인지해야 합니다. 아이의 내면에는 큰 움직임이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내면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비판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관찰해야 합니다. 지금 순간을 바라보되 보이는 것 말고도 내면의 움직임까지 보십시오.

한국에서 만나는 발도르프 학교

공현진초등학교
033-631-3538, www.gonghyeonjin.es.kr
구름산 발도르프 학교 02-2625-9113, www.gurmsan.kr
동림 자유 발도르프 학교 031-338-8345, www.drfreeschool.kr
부산 자유 발도르프 학교 051-621-7643, www.busanwaldorf.com
사과나무 발도르프 학교 051-622-7545, www.appletreeschool.kr
서울 자유 발도르프 학교 02-2619-1246,
http://cafe.naver.com/seoulwaldorf
양평 슈타이너 발도르프 학교 031-774-1346, www.steiner.or.kr
인천 발도르프 학교 010-7236-5220,
http://cafe.naver.com/incheonwaldorf
청계 자유 발도르프 학교 070-4322-0200, www.gcfreeschool.kr
푸른숲 발도르프 학교 031-793-6591, www.gforest.or.kr

레나테 쉴러 교수의 인터뷰는 김주아 씨의 도움으로 진행했습니다. 상명대학교 사진학과와 국민대학교 예술대학원 뉴폼과를 졸업하고 최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자유 사범대학교에서 담임 교사와 미술 교사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한국에서 발도르프 교육을 알리고 싶다는 그는 레나테 쉴러 교수와의 인터뷰가 그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현지 인터뷰 및 사진 김주아(슈투트가르트 자유 사범대)

담당 신진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