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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붙일 것은 많아라! 알고쓰면 효과가 2배인 접착제
“쨍그렁.” 우렁차게 들리는 파열음에 짐작은 했지. 빗자루를 목검처럼 휘두르던 아들놈은 겸연쩍은 웃음으로 엉거주춤 서 있고 한 대 얻어맞은 나무 액자는 아끼는 도자기와 동반 추락,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더 이상의 사태를 막기 위해 아이에게 방에서근신을 명령하고 수습에 나선 나. 그래, 싱크대 서랍에 접착제가 있었지. 하지만 이미 1년은 지난 듯한 본드는 뚜껑이 들러붙어 열리질 않네. 마트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음처럼 무겁더니 ‘삐끗’, 구두굽이 나갔나 보다. 일상의 카오스에 좌절하기 직전, 마트의 접착제 코너에 선다. 아, 무슨 접착제가 이리 많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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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마트에서 쇼핑 중인 주부가 접착제에 대해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주부] 나무 액자와 도자기, 플라스틱 장난감, 신발 굽 등 모든 것을 다 붙일 수 있는 만능 접착제 있나요?
[직원] 만능 접착제라는 것은 없습니다. 각각의 용도에 맞는 접착제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주부] 없다고요? 저희 집에는 깨지고 금이 간 물건들이 무척 많은데요. 저는 지금까지 접착제라고는 한 종류밖에 안써봤다고요.
[직원] 접착력이 중간 정도인 다용도 접착제는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재질에 맞는 제품을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접착제는 굳었을 때 접착 물질이 다량 남아 있는 것과 접착 물질의 대부분이 증발해버리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되지요. 전자에는 실리콘이나 에폭시 접착제 등이 포함되고요, 후자로는 순간접착제가 대표적이죠.
[주부] 실리콘이라면 화장실 세면대 등을 붙일 때 사용하는 것이죠?
[직원] 맞습니다. 접착 물질이 남는 종류는 울퉁불퉁한 표면을 붙이는 데 효과적이죠. 틈새로 스며들어가서 전체 면적을 꽉 붙잡아주지요. 접착한 후에 충격을 받을 만한 것에도 좋아요. 접착제의 대부분이 증발하는 종류는 깨진 도자기를 붙이는 데 최고죠. 순간접착제는 접착 물질이 남지 않기 때문에 조각 틈새가 벌어지지 않고 이음새도 티가 나지 않거든요. 못은 자국이 남고 망치질을 할 경우 파손될 위험이 있지 않습니까? 접착제를 잘 사용하면 못을 써야 할 부분도 감쪽같이 붙일 수 있습니다.
[주부] 설마요. 접착제로 아무리 단단히 붙여도 오래가지 못하던데요.
[직원] 접착제란 굳을 때까지 꽉 붙잡아두면 나사못보다도 강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굳기도 전에 접착물을 움직이기 때문에 접착력이 떨어지게 되죠. 이 경우 실제 접착되는 면이 크게 감소합니다. 이것이 접착제가 나사못보다 나쁘다는 평을 얻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넓은 면적에 바를수록 효과가 더욱 좋습니다. 가는 막대기 끝끼리 붙이는 경우라면 접착제보다는 차라리 용접이 낫습니다.
[주부] 그러면 저 좀 도와주세요. 우리집에는 여러 가지 물건이 다 부서져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 거죠?
[직원] 보통 물질과 물질을 접착시킬 때 ‘유사성의 원칙’을 따릅니다. 고무 계열에는 고무 성질의 접착제를, 플라스틱에는 플라스틱 계열의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가정용 접착제의 사용법은 같습니다. 다음 사항만 유의하시면 집에서 간편하게 부서진 물건을 수리할 수 있습니다.(그 후 이어진 설명은 오른편의 박스에 담았다.)
[주부] 아, 접착제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이제 알았어요. 집안에 물건이 남아나질 않으니 접착제를 세트로 구입해야겠어요.
[직원] 일반 가정에서는 다용도 접착제와 순간접착제 고급형만 상비해두어도 좋습니다. 실리콘이나 에폭시 접착제는 선택이지 필수는 아닙니다. 물건 잘 깨는 아들을 위해서는 회초리 하나 구입하시는 건 어떨까요? 잡화 매장에 가시면 탄탄한 제품이 여러 개 있습니다.
 
 
접착제 사용할 때 이것만은 알아두자
1 접착제를 사용하다 보면 손가락에 곧잘 묻곤 한다. 사용하기 전에 핸드 크림을 먼저 손에 바르면 접착제가 묻어도 깔끔하게 떨어진다.
2 접착시키는 표면에는 이물질이 없어야 한다. 알코올로 닦아주면 접착력은 두 배로 강해진다. 목재나 금속판의 경우 사포 같은 연마제로 표면을 매끈하게 갈아주는 것이 좋다.
3 충분한 시간을 두고 눌러주어야 잘 붙는다. 완전히 접착되는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어서 순간접착제는 30분 정도, 일반 접착제는 12시간 이상 지나야 제대로 ‘붙었다’고 할 수 있다. 클립이나 테이프 등으로 묶어두고 건드리지 않는 게 제일이다.
4 접착제는 두껍게 바르면 쉽게 갈라진다. 얇게 바를수록 접착력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종류에 따라 한쪽 면에 바르는 것과 양면에 발라야 좋은 경우로 나뉜다.
5 피부에 접착제가 묻었을 때 아세톤으로 지우는 것은 좋지 않다. 아세톤은 접착제를 녹여 피부에 스며들게 하기 때문이다. 종이로 닦아내고 물과 비누로 계속 씻어내도록 한다.

튜브 안에 든 순간접착제는 왜 굳지 않을까?
순간접착제는 20세기에 발명된 접착제 중 가장 놀라운 제품이다. 사실 용기 속 액체 자체는 접착력이 없는 화합물에 불과하지만 그 액체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공기에 있는 수분과 반응하여 접착력이 생긴다. 순간접착제가 손가락에 묻었을 때 잘 붙는 이유도 피부의 수분 때문이다. 접착제 두께가 0.5mm 이하일 때 접착력이 매우 강하며(그러니까 아주 살짝 발라야 한다) 어디든 잘 붙지만 접착 부분이 깨지기 쉽고 열과 수분에 강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본래 순간접착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의료용으로 개발되었다. 찢어진 상처를 임시 방편으로 봉합하는 데 사용된 것. 찢어진 상처 주변의 살을 잡아당겨서 순간접착제로 붙여버리면 지혈 효과와 함께 상처가 쉽게 아물게 해준다.

접착제만큼은 브랜드를 따지는 게 현명하다
1 전문 브랜드 제품은 첫째 재료가 우수하다. 중국산 순간접착제의 경우 정말 ‘순간’에 붙어 낭패를 겪는 경우가 있다. 3M이나 록타이트 등 유명 메이커의 순간접착제는 최대 2분까지 붙인 자리가 유연하게 움직이는 게 특징. 순간접착제는 공기와 닿으면 바로 접착력이 생기기 때문에 이것을 억제하는 연화제를 넣어야 한다. 연화제는 값이 비싸 저가 제품의 경우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두 번째로 뚜껑의 나사산이 정밀해 공기가 새어 들어가지 않는다. 값싼 순간접착제의 경우 한 번 쓰고 뚜껑이 열리지 않아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2 소비자들이 잊고 지나치는 점이 배상보험이다. 3M 접착제의 경우 전 제품이 최대 3억원의 보험에 들어 있다. 만일 아이의 손에 접착제가 묻어 피부가 벗겨졌다든지, 접착제로 붙인 물건이 떨어져 피해를 입었다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접착제도 나왔다는데…
예전의 접착제는 용제를 벤진 등의 휘발성 물질에 녹였기 때문에 냄새를 맡으면 환각 작용을 일으켜 청소년 탈선 등 사회문제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솔벤트에 녹이기 때문에 이러한 환각 작용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환각 작용만 없을 뿐이지 화학 약품이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이른바 ‘새집증후군’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환경부에서 접착제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의 기준치를 정했다. 따라서 접착제를 살 때에도 환경마크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접착제를 오랫동안 다뤄야 한다면 아무리 환경마크가 붙어 있더라도 1회용 비닐장갑이나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게 좋다. 그러면 진정한 친환경 접착제는 어떤 게 있을까? 예전에 사용하던 물고기 부레로 만든 아교, 제사 때 특히 애용되는 밥풀 등이 제격이다.
 
 
강병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5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