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스타, 홈오피스가 반짝반짝 또 한번의 조명을 받는 것은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던 길이었다. 과거보다 훨씬 상향 조정된 네트워크를 근간으로 하는 만큼 홈오피스 역시 과거의 초보적인 모습에서 훨씬 다양화되고 세분화된 전문적인 면모를 갖추었다. 웹디자이너, 인터넷 쇼핑, 프로그래머 등의 IT 분야는 물론 프리랜스 작가, 사이버 소설가, 심지어 큰 조직의 연구원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보다 확장되었다. 무엇보다 ‘양복’과 ‘넥타이’에 목매던 옛날의 정서가 이젠 많이 바뀌고 있다. 흔히 프리랜서freelancer라 불리며 거대한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집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당당해지는 것은 물론, 옆에서 지켜보는 제3자 역시 그의 위치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서는 기업이라는 조직 역시 중요한 것은 출근 도장이 아님을 인식할 날이 멀지 않았다. 업무자가 최적의 작업 환경에서 최고의 업무 결과를 토해내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원하는 노동은 무엇인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만큼, 원하는 조건으로 그리고 원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여 자유롭게 스스로 정의하는 성공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이다.
피고용자가 충성심을 제공하고 안전성을 얻는 거래는 무너졌다. 개인에게 이제 거대한 회사는 그다지 필요치 않다. … 지금은 값싼 컴퓨터, 무선 휴대장비, 어디서나 저렴한 비용으로 접속할 수 있는 전 지구적 의사소통의 네트워크 시대, 이제 노동자는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다. … 대부분의 개인이 자신의 일하는 조직보다 오래 살게 될 것임…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 시대가 오고 있다〉 중에서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주요 이유가 자율성이다. 재택근무의 최대 장점 중의 하나가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 설문조사 응답자 중 63%가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했고, 7%가 더 받는다고, 나머지 31%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트렌드 사라지는 트렌드〉 중에서
홈오피스의 영역이 날로 커질 수밖에 없는 데에는 네트워크 외에 또 하나의 큰 이유가 있다. 통념적인 가치 기준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다. 정년으로 다가가는 나이?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로부터의 퇴직은 있으되 정해진 정년퇴직은 없지 않은가. 직책이나 옷차림? 사장, 홍보부장, 대리 등 1인 다역을 소화하기에 전혀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이처럼 사회적 잣대, 시간, 장소 등에 구애받지 않는 데다 ‘언제 그만둘지’ ‘어디로 옮길지’를 고민할 일 없으니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듯 홈오피스에도 복병이 있게 마련.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따스한 무엇은 여전히 중요하고도 영향력 있는 요소라는 점이다. 미국 시티뱅크 연구소의 브라이언 아서가 제록스의 수석연구원 존 실리 브라운과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역사학 및 사회학을 연구하는 폴 두기드가 저술한 〈비트에서 인간으로〉를 평가한 내용이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들은 정보화 사회에서도 구성원 간의 인간관계와 상호 간의 친밀한 의사소통은 여전히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멋진 지적이다.” 결코 성사되지 못할 것 같지만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나면 달라지곤 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에 더욱 맞는 말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만남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뜻.
지난해 12월 21일 우리나라 특허청 게시판에 ‘정부 부처로서는 최초로 재택근무를 공식 도입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려져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정부 부처에서 이런 제도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홈오피스로 이동하는 대세의 흐름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규칙적인 출퇴근은 자신 없지만 아이들 뒤치다꺼리와 남편 내조 이외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개발을 하고 싶다면, 혹은 ‘정년퇴직’이라는 말로부터 벗어나 ‘평생취직’을 보장받고 싶다면 홈오피스를 진지하게 고민해봐도 좋겠다. 서서히, 그러나 앞서서 움직이고 있는 큰 흐름의 한가운데에 동참하는 주인공, 바로 당신일 수 있다.
참고 서적 〈떠오르는 트렌드 사라지는 트렌드〉(C.브릿 비머·로버트 L.슈크, 청림출판),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다니엘 핑크, 에코리브르), 〈미래생활사전〉(페이스팝콘·애덤 한프트, 을유문화사), 〈비트에서 인간으로〉(존 실리 브라운·폴 두기드, 거름), 〈조직화〉(자네트 빅햄 번스텔·스테펀 윈드하우스, 피어슨 에듀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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