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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포장, 보자기
보자기는 마치 물처럼 자유자재로, 감싸는 물건에 따라 제 형태를 결정한다. 2차원의 평면인 보자기는 다양한 3차원의 물건을 소화해낸다. 둥근 것을 담아 묶으면 둥글어지고 네모꼴을 담아 묶으면 네모가 된다. 물건이 크기가 크든 작든, 모양이 길든 넓적하든 제 넓이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라면 무엇이든 구애받지 않고 포장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보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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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하는 양 귀를 쓱쓱 손 가는 대로 묶어도 멋스러운 보자기. 보자기는 여러 번 다시 묶기보다 한 번에 대범하게 묶어야 구김 없이 예쁘다.
2 한쪽 대각선 귀를 모양 내 접고 나머지 대각선의 귀를 단단히 묶는다. 묶은 귀의 끝은 매듭 속으로 넣어 깔끔하게 모양을 냈다. 주로 사각형 모양의 선물 상자를 쌀 때 요긴한 방법.
3 마주 보는 대각선 보자기 끝을 번갈아 교차시켜 땋아 모양을 내 묶었다. 들고 다니기에 편리하다. 아래 보자기의 한 귀를 길게 뽑아 나머지 세 귀를 묶었다. 길게 뽑은 귀는 색이 다르게 뒤집어 묶어서 어떤 매듭을 풀어야 하는지 알기 쉽도록 했다.

싸는 물건에 대해서도 자유롭지만 싸는 방식 또한 자유롭다. 쓱 손 가는 대로 보자기의 마주 보는 양 귀를 묶어도 좋고, 그 옛날의 책보처럼 물건을 싼 뒤 제 몸에 묶거나 운반용 수레의 기둥에 묶을 수도 있다. 매듭으로 손잡이용 고리를 만들어 편리하게 들 수도 있고, 앞뒤로 색이 다른 양겹 보자기일 때는 묶는 방법에 따라 속 색깔을 내보이며 멋을 낼 수도 있다. 이동과 운반을 위한 실용적인 보따리부터, 격식을 위해 모양을 낸 정성스러운 선물 포장용 보자기까지 보자기는 그야말로 스펙트럼이 방대하다. 또 두루두루 이용하다가 쓰지 않을 때에는 곱게 접어 서랍에 넣어두면 그만이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보자기는 서양의 가방과는 다르게 무한한 변주를 통한 다채로운 활용이 가능한 것이 큰 미덕. 무엇이든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심성이 한국 어머니의 넉넉한 품을 닮았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보자기는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에 서 생긴 시장 경제의 욕망을 반영한 한국적인 오브제로 해석되기도 한다. 단순히 소유의 축적이 아니라 물질을 안으로 끌어들이거나 밖으로 운반하려는 욕망 말이다.

21세기에도 보자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삿짐을 쌀 때, 예단을 보낼 때, 명절 선물을 포장할 때 등 생활 속에서 즐겨 이용되고 있다. 마음을 전하는 선물 포장용으로는 격식 있는 겹보자기가 알맞고,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쓰려면 묶고 풀기에 손쉬운 홑보자기가 좋다. 소재는 물명주 등 물세탁이 가능한 것을 선택해야 두고두고 편하게 쓸 수 있다.


와인 포장법
1 적당한 크기의 보자기를 준비한다.
2 두 병의 와인을 밑면이 마주 보도록 해서 보자기 위에 대각선 방향으로 놓은 후 김밥을 말듯 돌돌 만다.
3 보자기 끝까지 말아 감은 후 병을 세우고 알맞게 모양을 낸다.
4 포장이 고정되게 단단히 묶고, 들기 좋도록 다시 손잡이용 매듭을 만든다.

손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