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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정거장 송암 천문대 기행 별 따러 가는 길
어른들에게 별은 추억이다. 아이들에게 별은 미래이고 꿈이다. 그래서 별은 부모와 아이가 통할 수 있는 교집합과 같은 존재다. 빨려들 듯 생생하게 별을 감상할 수 있는 통로인 천문대에 함께 가면 부자父子간의 대화는 날 새는 줄 모르고 이어질 것이다. 장마철이 지나고 난 뒤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많아지고 날이 선선해진다는 8월의 여름밤을 놓치지 말자.

“야, 별이 참 많구나!”
어릴 적 아버지는 어린 딸을 안고 무심히 말을 건냈다.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딸에게 아버지는 긴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다, 저 별들은 우리 지구만큼, 혹은 그보다 훨씬 더 크단다. 그럼 지구와 무수한 별들이 모인 우주는 어마어마하게 크겠지. 네가 상상하는 어떤 것보다도 커. 그렇다면 우주에서 지구는 먼지처럼 작은 별일 거고, 우리는 먼지보다 더 작은 존재야.”
“그렇게 작아요?”

“그래, 먼 우주에서 보면 우리는 너무도 작고 하찮을지도 모르겠구나. 우린 무수한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니까. 그러나 너는 내게 너무 특별해. 너는 이 지구별에 태어나 나를 바라보았고, 지금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 네가 나를 ‘아빠’ 하고 부르고, 내가 너의 이름을 불렀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별이 되었단다. 세상에서, 온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별이지. 네가 나에게 특별하듯, 네 삼촌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특별하고, 또 네 친구들도 각자 특별하지. 그래서 우리 모두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란다.”
언젠가 연인과, 혹은 아이와 천문대에서 별을 헤아려야겠다는 생각은 그 여름밤 아버지와의 데이트 중 싹텄을지도 모른다.

보고픈 별을 추적하는 망원경 마침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계명산 해발 450m에 송암 천문대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희연 씨와 딸 이슬비(8세), 김정인 씨와 두 남매 차준영(5세)·서영(4세)과 함께 이곳으로 하루 여행을 떠났다. 외계 우주선이 불시착한 듯 매끈한 모습으로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송암 천문대의 관측소에 이르려면 입구에서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에 올라 출발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반쯤 겁이 나고 반쯤은 흥분된 모양이었다. 벽면에 붙어 손잡이를 꼭 잡고 섰다.

5분쯤 지나 관측소에 도착했다. 로비에 들어서서 통창 앞에 서면 시야가 탁 트인다. 멀리 북한산, 도봉산 등이 내다보인다. 이곳의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조현민 대리가 일행을 맞는다. 우선 주관측실인 뉴턴관으로 안내한다. 거대한 반구형 천장의 일부가 ‘스스스’ 소리를 내며 열린다. 초승달 모양으로 노출된 하늘을 향해 대형 망원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국내 기술로 만들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60cm급 리치-크레티앙 방식의 반사 망원경이다. 아이들은 아직 이 초대형 망원경이 ‘진짜 망원경’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 눈치다. “컴퓨터 장치에 ‘토성’을 지정하면 망원경이 자동으로 토성 위치를 찾아 움직입니다. 반구형 천장도 그에 따라 같이 돌아가지요.” 조현민 대리는 이 망원경을 이용하면 토성을 어른 손톱만 한 크기로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조 관측실인 갈릴레오관으로 향했다. 버튼을 누르자 벽과 천장을 덮은 면이 한쪽으로 밀리며 벗겨져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비바람으로부터 일곱 대의 보조 망원경을 보호하기 위해 슬라이드형 돔 지붕을 설치했다.


송암 천문대의 주관측실인 뉴턴관에 들어서면 거대한 돔형 지붕의 일부가 열리며 하늘이 드러난다. 컴퓨터에 원하는 별을 지정하면 망원경이 별을 추적한다.
1 해발 450m에 있는 관측소에 이르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2 1층에서 2층을 올려다보면 공상 과학영화에 나올 듯 묘하게 디자인된 뻥 뚫린 천장이 보인다.
3 1층 메인 로비에서 밖을 바라보면 도봉산, 북한산 등 서울의 굵직한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른들이 아찔한 경치에 도취되어 있는 동안, 아이들은 이곳을 놀이터 삼아 놀고 있었다.

국내 사설 천문대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관측 시설이 훌륭하다. 누군가의 일관된 신념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완성되기 어려웠을 꿈의 천문대다. 그 일념의 주인공은 한일철강의 엄춘보 회장이다. 1957년 회사를 세운 뒤 50여 년간 경영해 현재의 중견 철강 업체로 일으킨 그는 사재를 털어 천문대를 짓고, 자신의 호를 따 송암松岩이라 이름 붙였다. 그러나 철강 산업과 천문대라니, 언뜻 연결되지 않는다. 아흔을 바라보는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이야기를 통해 의중을 짐작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인생을 돌아보니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나 자신이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문득 ‘돈이란 덧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광활한 우주를 향해 꿈을 펼칠 기회를 주고자 천문대를 세웠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하늘을 관측할 뿐 아니라 가상 우주 비행을 하거나 및 거대한 돔 스크린을 통해 천문 현상을 면밀히 탐구할 수 있도록 교육 시설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애초에 1백30억 원을 예상했던 시공비가 3백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별이 훌라후프를 돌려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 ‘스페이스 센터’에 입장했다. 이곳에는 ‘디지털 플라네타리움’과 ‘챌린저 러닝 센터’가 있다. 디지털 플라네타리움은 영화관처럼 관객석과 스크린으로 구성되는데, 스크린이 거대한 반구형 천장에 달려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모두들 자리에 편하게 누워 위를 올려다보았다. 둥근 스크린에 낮에 보았던 것과 같은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구름이 흐르더니 이윽고 캄캄한 밤하늘이 뜬다. 시골집 평상에서 뒹굴며 바라보던 것처럼 별이 실감나게 반짝이는 밤하늘이다. 내레이터의 음성으로 별의 탄생부터 우주의 시작 및 은하계를 이루는 구성 요소에 대한 설명을 쉽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관객에게 다가올 듯 생생하게 움직이는 토성을 보고 준영이가 외친다. “별이 훌라후프를 돌려요!”

‘챌린저 러닝 센터’는 최신형 시뮬레이션 우주 비행 체험 시설이다. 미 항공 우주국NASA의 우주 조종사 출신 및 과학 전문가들이 만든 이 시설은 미국, 캐나다, 영국에 설치되어 있으며 이번에 송암 천문대에서 가장 업그레이드된 장비를 선보인다. 아이들은 우주선처럼 생긴 이곳에 탑승해 역할을 정한 뒤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며 가상으로 우주를 여행한다. 정면의 스크린은 우주선 밖 우주의 모습을 시시각각 정교하게 보여준다. 목표로 정한 행성에 도착하면 암석을 채취하는 등의 과제를 수행한 뒤 다시 귀항한다.

별 바다를 헤맨 아이들은 럭비공처럼 종잡을 수 없는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조디 포스터가 은하계 밖 다른 생명체를 찾아 나서는 박사 엘리 역으로 열연한 영화 <콘택트>의 마지막 장면을 힌트로 삼아보자.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웜홀’을 통과해 다른 별에 다녀온 엘리에게 아이들은 묻는다. “우주 밖에는 외계인들이 사나요?” “좋은 질문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나도 몰라요.” “좋은 대답이야. 각자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네가 스스로 찾아야 해.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건 우주는 굉장히 크다는 거야. 네가 상상한 어떤 것보다도 크다는 사실을 기억하렴. 그렇다면 이 우주의 겨우 이 조그만 지구라는 별에 인간들만이 문명을 이루고 살아간다면 어떻겠니? 엄청난 공간 낭비겠지.”


1 보조 관측실인 갈릴레오관에는 7대의 각기 다른 보조 망원경이 있다. 강사의 자상한 설명을 통해 망원경 조작 방식을 익힌 뒤 본격적으로 천문 현상 관측에 들어간다.
2 챌린저 러닝 센터에서 목성을 탐구하고 있는 아이들. 마침 이 시설을 개발한 미국 챌린저 센터의 윌리엄 거츠William Gutsch 대표가 설비 막바지 작업을 하며 아이들을 맞이했다. 이 같은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챌린저 러닝 센터는 한국이 세계 최초라고.
3 디지털 플라네타리움은 언뜻 보면 영화관처럼 생겼다. 그러나 좌석 등받이를 뒤로 밀어 누우면 둥근 천장에 실제처럼 생생한 하늘과 우주 영상이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4, 5 챌린저 러닝 센터에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꼬마 비행사 일동. 프로그램의 안내에 따라 지구를 출발해 우주를 모험하고 돌아올 수 있다. 가족 여행을 위한 국내 천문대 안내 망원경이 없는 가족을 위해 전문 관측 장비가 갖추어진 천문대를 소개한다. 하룻나들이로도 부담이 없다.

8월에 놓치지 말아야 할 별자리 및 천문 현상
8월 15일 밤 9시를 기준으로 볼 수 있는 별자리는 카시오페이아, 안드로메다, 세페우스, 작은곰, 큰곰, 거문고, 페가수스, 백조, 궁수, 전갈, 처녀자리 등이다. 행성으로는 천왕성, 해왕성, 목성 등이 이 무렵 나타난다. 여름철 최고 볼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은하수. 가로등이 없는 시골이나 높은 산 정상에서 맨눈으로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남쪽(전갈자리와 궁수자리)에서 북쪽(카시오페이아 부근) 하늘을 가로지르는 뿌연 빛 무리가 바로 은하수다. 그 밖에 매년 여름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놓치지 말자. 올해는 8월 13일 오후 2~4시 사이에 많은 유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데, 한국에서는 낮 시간이라 볼 수 없다. 대신 13일 저녁부터 새벽 사이에 시간당 20개 이상의 유성이 떨어지니 이때를 놓치지 말자. 이날 밤 12시경 북동쪽 하늘에 뜨는 페르세우스 자리 근처에서 유성이 퍼져나가듯 떨어진다.

천문대 여행 시 알아둘 점
1 별 보기 좋은 날 바람이 약하고 맑은 날이 좋다. 대기가 안정되며 가시거리가 멀기 때문에 별이 선명하게 보인다. 날짜로는 음력 25일 이후나 음력 5일 전이 좋다. 이때는 달 크기가 작거나 달이 보이지 않아 달빛이 별빛을 염려가 덜하다.
2 달 보기 좋은 날 천체 망원경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달을 자세히 관측해보는 것도 좋다. 이럴 경우 음력 10일경이 좋은데, 아름다운 상현달이 저녁 무렵에 뜨기 때문.
3 방문 예약 최소 몇 명 이상 방문해야 장비를 가동시킨다거나, 일정 인원 이상은 받지 않는 천문대가 있으므로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한다. 관측 시각도 천문대마다 다르니 꼭 확인한다.
4 준비물 천문대가 있는 곳은 대체로 산지이기 때문에 저녁에 꽤 쌀쌀하니 긴 옷을 준비하자. 야외 관측시 모기가 발목을 잘 물기 때문에 되도록 양말을 신거나 분무형 모기약을 준비한다.
5 가기 전에 함께 읽어볼 참고 도서 <아빠, 천체 관측 떠나요>(가람기획), <풀코스 우주여행>(현암사), <하늘의 신화와 별자리의 전설>(시공사), <어린 왕자의 별자리 여행>(한승)


1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을 형상화한 복도의 인테리어. 송암 천문대의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모던한 퓨처리즘 경향을 보인다. 덕분에 별 관측뿐 아니라 건물 자체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안겨준다.
2 스페이스 센터에 있는 디지털 플라네타리움 입구는 우주선 내부처럼 색색으로 반짝이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스페이스 센터 내부는 관측소 건물과 달리 아이들이 좋아할 만큼 알록달록하고 활기찬 분위기다.
3 야외 데크에는 계명산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망원경이 마련되어 있다. 멀리 보이는 반구형 지붕이 주관측실인 뉴턴관의 상부다.

가족 여행을 위한 국내 천문대 안내
망원경이 없는 가족을 위해 전문 관측 장비가 갖추어진 천문대를 소개한다. 하룻나들이로도 부담이 없다.

금구원 천문대
특징 어릴 적부터 별을 좋아한 조각가 김오성 씨가 만든 조각공원 내에 있는 천문대. 해 지기 전 조각공원을 둘러본 뒤 그의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진 관측을 시작한다.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
위치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861-20 관람 시간 관측 대상에 따라 다르니 김오성 씨와 상의해 정한다. 입장료 5인 이상 방문 시 1인당 1만 원 문의 063-584-6770, www.keumkuwon.org

안성 천문대
특징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천문대. 오랜 교육 노하우가 축적되어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시간에 걸친 친절하고 재미있는 교육을 받은 뒤 2시간 동안 관측을 실시해 충분히 즐기다 갈 수 있다. 최대 80명까지 수용하므로 예약이 필수. 위치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강덕리 79-14 관람 시간 오후 7~11시 입장료 1인당 2만 5천 원. 문의 031-677-2245, www.nicestar.co.kr

양구 국토 정중앙 천문대
특징 우리나라 국토의 정중앙으로 알려진 강원도 양구시에 세워져 최근 개장했다. 산 위가 아닌 평지에 있어 접근이 용이하며 휠체어로도 돌아볼 수 있어 몸이 불편한 사람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위치 강원도 양구시 남면 도촌리 96-5번지 관람 시간 오후 2~11시(월요일은 휴관) 입장료 어른 2천 원, 어린이 1천 원 문의 033-480-2586

중미산 천문대
특징 중미산 자연 휴양림 내에 있어서 맑은 날에는 맨눈으로 5등성까지 볼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천문우주과학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 방문한 날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별을 못 보면, 맑은 날 그 티켓으로 별 관측을 할 수 있다.
위치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 117-1 관람 시간 오후 9~11시 입장료 생후 36개월 이상 어린이와 어른 모두 2만 원 문의 031-771-0306, www.astrocafe.co.kr

천문우주전문과학관 천문인 마을
특징 고도 650m에 있는 천문대로 시골 밤하늘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천문 동호회나 전문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주말에 1박2일 코스의 가족 캠프를 진행한다. 위치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 352-2 관람 시간 오후 5시~다음 날 아침 10시 입장료 어른 5만5천 원, 학생 5만 원(1박2일 숙소 및 식사 제공) 문의 033-342-9023, www.astrov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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