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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두레자연농장 최갑식 대표 모두가 행복한 달걀
탄탄한 면역력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맥을 못 추는 양계장이 있다. 그 흔한 항생제 접종 한 번 없이, 오로지 닭의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낸 결과다.

젤리처럼 탱탱하고 쫀쫀한 달걀. 단백성 수분과 흰자, 노른자가 확연히 구분된다.

최갑식 대표와 4년 된 닭들. 털에서 윤기가 흐른다.
지난해 말 조류인플루엔자(AI)로 빚어진 달걀 공급 차질이 아직도 문제다. 안정적 수급을 위해 정부는 1억 4천만 개가 넘는 달걀을 수입한 상황.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이 발견돼 일명 ‘살충제 달걀 파동’이 인 지 불과 3년 만이다. 눈 뜨고 살처분해야 하는 조류인플루엔자는 양계를 업으로 하는 이에게 호환마마보다 두려운 존재. 과학자들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숙주의 면역력 부재와 밀집한 생활환경을 꼽는다. 좁은 케이지에 닭을 몰아넣고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업은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한다. “외부와 차단한 공간에 6층짜리 케이지를 만들고, 햇빛 대신 24시간 전깃불 켜놓고, 분변 냄새 난다고 환풍기 틀고, 흙 대신 시멘트를 깔고 똥을 긁어내요. 여기 사는 닭은 매일 항생제를 맞아요. 양계사에 들어갈 때 왜 소독하고 방호복을 입겠어요? 자체 면역력이 전혀 없거든. 대량생산과 효율성에만 매여 있으니 축산업의 본질을 잃어버린 거지. 원래 닭은 흙에 목욕하면서 병균을 털어내요.” 경기도 포천에서 닭을 기르는 두레자연농장 최갑식 대표의 말이다.


면역력이 관건이다
그는 생산성만 따지는 공장식 양계 시스템 대신 조금 느려도 우리 몸과 생태계에 이로운 자연 농업을 택했다. 30년간 몸담고 있던 게임과 애니메이션 산업을 떠나 돌연 농부로 전향한 이유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의 가능성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생태계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일컫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요즘 전 세계 농·축산업계가 주목하는 가장 진보적 농업 방식. 장내에 건강한 미생물이 서식하는 닭은 자체 면역력이 높아져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인간의 몸속에는 약 45조 개 이상의 미생물이 있어요. 장에 있는 유익균이 영양소를 분해하면서 열을 방출하는데, 그게 체온인 거죠. 체온은 면역력과 직결돼요. 암 환자들이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체온을 높이려는 것도 다 면역력 때문이고요. 동물도 똑같아요.”

갓 부화한 어린 병아리에게는 최대 3개월간 유기농 현미를 먹인다. 이 과정에서 장이 길어지고 면역력이 좋아진다.

모래처럼 생긴 이 물체는 미생물과 각종 한약재,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사료다. 겨울철 갓 만든 사료는 미생물 활동으로 인해 모락모락 김이 난다.

사료와 함께 단백질이 풍부한 동애등에를 먹인다.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키고 더욱 신선한 달걀을 낳도록 돕는다.
미생물과 함께하는 하루
매일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최갑식 대표의 일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료 만들기다. 흙에서 토착미생물 원종을 추출하고, 쑥·미나리·당귀·계피·생강·마늘·감초 등 한약재와 막걸리를 섞어 발효시킨 뒤 건조 과정을 거친다. 이후 미생물의 먹이 역할을 하는 미강과 흙을 섞고 수분을 더하는데, 흙 속의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최고 68℃까지 열이 오른다. 여기에 유기농 옥수수, 유기농 현미, 깻묵 등을 섞어야 비로소 닭에게 먹일 수 있는 사료가 되는 것. “참 신기한 게 장 속 미생물과 흙 속 미생물이 90% 일치해요. 모든 생명은 흙에서 시작했다는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니까. 사료는 매일 새로 만들어요. 종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먹고 자라느냐가 중요하죠. 미생물이 풍부한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의 분변은 썩지않고 하얗게 발효돼 흙으로 돌아가요. 분변을 치우지 않아도 악취가 나지 않는 이유죠.” 통상적인 양계사는 공기 순환 때문에 냉난방 시스템을 갖추지만 여기서는 그마저도 자연의 힘을 빌린다. 여름에는 대류 현상을, 겨울에는 미생물이 발효하며 내는 열을 이용해 사시사철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 “한 번은 축사 3km 근방까지 퍼진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몇 번이고 검사를 받았어요. 뭐가 나왔겠냐고. 닭에게 햇빛과 바람, 흙이 있는데.”

이름을 내걸 만큼 자신 있다는 최갑식 대표의 달걀.

건강한 닭이 낳은 건강한 달걀. 일반 달걀에 비해 껍질이 단단하다.
스마트팜에서 나온 달걀
아내 박흥순 씨와 단둘이서 시작한 양계업. 4백 마리로 시작한 닭은 5년 만에 5천여 마리로 늘었다. 18개월까지 알을 낳다가 산란율이 떨어지면 폐기 처분하는 공장식 양계 닭과 달리, 이곳의 닭은 4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알을 잘 낳는다. 달걀에는 이름을 붙였다. ‘최갑식 한방 바이오 유정란’. 흔한 주문 홈페이지 하나 없이 전화나 문자를 통해 직거래하지만, 입소문만으로 주문량을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비린내가 거의 안 나는 것은 물론, 탱글탱글하고 진한 노른자가 무척 고소하다. “제가 이 달걀 하나 만들려고 5년 가까이 연구를 했어요. 슈퍼마켓에 가면 쌓여 있는 게 달걀인데, 웬만한 달걀은 다 사봤을 거예요. 깨보고, 먹어보고···. 요즘 농업에서는 스마트 팜이 대세예요. 장치나 기능이 편리한 것도 스마트라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스마트의 본질은 지혜이지요. 생태계 속 지혜를 발견해 우리 삶에 적용하는 농업. 그게 바로 진정한 스마트팜이 아닐까요? 동물과 아이가 함께 뛰놀고, 암 환자들도 마음 놓고 먹는 유기농업 단지를 만들고 싶어요.” 진정한 농업은 햇빛과 물, 공기에 인간의 땀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 머지않은 미래, 우리의 건강 먹거리를 책임질 디자이너가 이곳에 있었다.

최근 돼지 열한 마리와 소 네 마리를 식구로 맞이한 최갑식 대표. 동물과 농작물이 유기적으로 살아 숨 쉬는 유기농업 단지를 꿈꾼다.
스토리샵
쉽게 맛보기 힘든 포천두레자연농장의 최갑식 한방 바이오 유정란을 집에서 받아보세요. 갓 낳은 싱싱한 달걀로 냉장고에서 최소 석 달 이상 보관이 가능합니다. 1세트 40알 4만 3천 원(배송료 포함)

신청 방법 전화(080-007-1200)와 카카오톡 친구(M플러스멤버십)를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글 김민지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