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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원하는 예술, 그 가슴 뭉클한 재탄생 리사이클링 아트
낡은 청바지와 티셔츠, 해진 양복, 공사장 가림막…. 버려지고 잊혀진 그들이 작품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아름다운가게가 야심 차게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를 통해서. 이들은 ‘작품’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매력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재창조되었는데, 버려진 물건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 에코파티 메아리를 통해 울려 퍼지는 놀라운 재활용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1 패치워크의 묘미, 유일무이한 머플러
옷이 낡고 해져서 버리는 경우보다 디자인이 유행에 뒤떨어지고 싫증난다는 이유로 좁은 옷장에서 정리되는 일이 훨씬 많다. 하지만 이들을 다시 분해해 재조합하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멋진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각기 다른 톤인 여러 청바지를 패치워크해 감각적인 빅 코르사주를 만들었다. 코르사주의 한쪽에는 청바지 재질과 어울리는 체크무늬 셔츠를 이용해 포인트를 주었다. 목에 두른 머플러는 긴팔 티셔츠의 팔 부분만을 모아 패치워크한 것이다. 소매 끝단을 그대로 살려 재미를 더했다. 면 소매 머플러는 2만 9천 원.

2 낡은 양복, 초현실주의 가방으로 변신
매일 어느 집 아버지와 함께 출근했을 말끔한 양복이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작은 가방이 되었다. 유쾌한 기능의 반전으로 낡은 물건이 새 생명을 얻게 된 순간이다. 양복과 셔츠를 매치해 고정되도록 박음질하고 여분의 양복감으로 가방 형태를 만들었다. 여기에 튼튼한 가죽 끈을 달면 완성. 독특한 발상의 이 가방은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호기심 어린 주목을 받을 듯하다. 11만 8천 원. 중절모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가방 뒤로 보이는 작품은 작가 김연희 씨의 ‘Dream of Fishing’.

3 두 개의 옷, 아방가르드 패션으로 하나 되다
재활용으로도 이처럼 트렌드의 첨단을 보여주는 패션이 완성될 수 있다. 좌우 비대칭, 언밸런스한 소재 등 옷의 전형적인 구조를 역전시키는 해체주의 디자인은 지금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 중 하나. 사선으로 떨어지는 밑단, 여성스러운 라인과 만화 캐릭터의 조화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이 원피스는 비슷한 톤의 니트 두 개를 재료로 완성한 것이다. 이쯤 되면 가히 ‘reform’이 아니라 ‘reborn’이라 할 만하다. 10만 8천 원. 왼쪽에 놓인 빅 백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피카소전 홍보 현수막으로 만든 것. 피카소의 얼굴이 멋진 패션 아이콘이 된다. 피카소 빅 백과 낡은 자전거 바퀴로 만든 샹들리에는 에코파티 메아리 소장품. 뒤로 보이는 작품은 작가 손한샘 씨의 ‘Drawing Cardboard’.

4 형형색색의 현수막은 최고로 튼튼한 가방
산뜻한 초록색이 매력적인 가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서 나부끼던, 공사장을 가리던 천막이었다. 서울문화재단 리노베이션 공사에 쓰였던 것으로 이 같은 타폴린 천은 컬러가 선명하고 재질이 튼튼해 실용적인 가방 소재로 딱 알맞다. 그린과 레드 컬러의 타폴린 가방은 각 4만 3천 원, 폴 스미스 디자인의 컬러풀한 패턴을 연상시키는 바닥의 가방 또한 길거리 현수막으로 만든 것. 그 목적에 따라 형형색색, 커다란 타이포그래피를 담고 있는 현수막은 의외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완성되어 즐거움을 준다. 소용이 끝나고 철 지난 현수막은 간단한 박음질로 큼지막한 가방을 만들어 장바구니로 써도 요긴할 듯. 종이 나무는 스타일리스트 제작품. 뒤로 보이는 거대한 항아리 모양의 작품은 작가 김도명 씨의 ‘우렁 각시야! 돌아와!’

메아리속 깊은 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
버려진 물건에 참신한 디자인을 더해 새 ‘삶’을 주고 이를 브랜드화한 용감무쌍한 이들은 누구인가? ‘에코파티 메아리Eco Party Mearry’는 재활용 가게를 운영하는 아름다운가게가 쌈지의 지원을 받아 재활용 작가 그룹과 함께 개발한 새로운 콘셉트의 브랜드다. 재활용 재료로 만들지만 디자인만큼은 그 어떤 트렌디한 상품에도 뒤지지 않도록 매력적으로 선보인다는 것이 이들의 포부다. 대부분의 제품은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기증되는 물품을 재료로 디자이너가 일일이 재단해 만들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뿐인 옷과 가방이 탄생한다.

에코파티 메아리를 이끄는 디자이너는 총 네 명. 사진 왼쪽 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문구류와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하는 채수경 씨, 여성스러우면서도 해체적인 패션 디자인을 선보이는 윤진선 씨, 쓸모 있는 것을 주워 와 멋진 소품으로 둔갑시키는 김동환 씨, 리사이클링 설치미술 작업을 하던 중 합류하게 된 홍선영 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디자인을 위해 매일 ‘사랑스러운 쓰레기’에 파묻혀 지낸다고 하는데, 재활용 디자인은 재료를 수거하고 손질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노동 집약적인 프로젝트’인 동시에 여러 관련 단체의 기증 없이는 상품 제작이 어려운 ‘기증 집약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고. 이들의 제품은 인사동 쌈지길 1층의 메아리 매장, 온라인 쇼핑몰 1300K(www.1300k.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2-743-1758, www.mearry.com

폐품, 어엿한 생활 소품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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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박스를 이용해 위트 넘치는 액자를 만들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종이 박스 중에서도 과일 박스는 외부에 알록달록한 과일이 인쇄되어 있어 예쁜 생활 소품으로 변신시키기에 안성맞춤. 깔끔하게 재단한 후 여러 겹으로 붙여 종이 결의 모양을 살리면서 지지력이 있도록 했다. 종이 박스 액자는 직접 조립해 만드는 형식으로 개당 2천5백 원에 판매한다. 액자가 놓인 작품은 김도명 씨의 ‘심장에 물을 주세요. 물은 셀프입니다’.

2 소파 리커버링을 위해 뜯어낸 소파 가죽을 활용해 다용도 케이스를 만들었다. 부드러운 가죽 질감이 돋보이는 다용도 케이스는 그 어떤 새 제품 부럽지 않게 멋스럽다. 오른쪽 위에 놓인 것은 이면지로 만든 메모 패드. 옆면에는 나무를 상징하는 그림이 찍혀 있는데, 이면지를 한 장씩 쓸 때마다 나무를 소비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다. 다용도 케이스는 1만 3천 원, 명함 케이스와 메모 패드는 각 1만 원.

3 버려진 티셔츠로 만든 고릴라 인형. 유행이 지나 촌스럽고 유치해진 티셔츠의 패턴도 친근한 표정의 고릴라 얼굴이 더해지면 유쾌하고 발랄한 인형이 된다. 가격은 개당 1만 5천 원.

10분이면 완성하는 재활용 데코
티셔츠로 옷 입힌 조명
1 집 안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낡은 티셔츠 한 장이면 이색적인 조명갓을 만들 수 있다. 유행이 지났거나 옷감이 늘어나 입지 않는 티셔츠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자. 준비물은 티셔츠와 세탁소에서 주는 철사 옷걸이가 전부. 단, 티셔츠 소재는 그 옷감이 빛을 어느 정도 투과시킬 수 있는 얇은 것이어야 완성되었을 때 공간에 은은하게 빛을 퍼뜨릴 수 있다.

2 재단용 가위로 티셔츠의 몸통 부분을 잘라낸다.

3 철사 옷걸이를 원형으로 만든다. 양동이 등 원통형 물체에 대고 둥글려도 좋고, 맨손으로 조금씩 조정해 모양을 잡아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

4 잘라낸 티셔츠 밑단의 안쪽 솔기에 철사가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을 낸다. 둥글린 철사의 한쪽 끝을 솔기 속으로 밀어 넣어 원형의 틀을 갖추도록 한다. 철사의 이음매 부분은 나선형으로 엇갈리게 말아 고정시킨다.

5 알전구에 적당한 높이로 티셔츠 조명갓을 씌운다. 남은 티셔츠에서 잘라낸 끈으로 조명갓의 윗부분을 잘 모아 묶어준다. 천장에 설치하면 완성.

멋스러운 재활용, 노하우는 따로 있다
1 옷감이나 소재가 양질인 것을 이용하라 재료가 좋아야 훌륭한 요리가 완성되는 법. 자칫 조악해지기 쉬운 재활용 DIY의 소재야말로 질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헌 옷이더라도 옷감 자체가 본래 양질인 것으로 만들어야 완성된 후에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일부러 마모되고 거친 느낌을 멋으로 연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료가 되는 소재에 흠집은 없는지, 사용하면서 쉽사리 상하는 소재는 아닌지 리폼하기 전에 고려해보도록 한다.

2 우연의 효과를 노려라 재활용에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각기 다른 옷감이 섞여 만드는 우연한 효과가 멋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실제 에코파티 메아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에게 수거된 티셔츠를 컬러별로 모아 하나의 원단으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독특한 매력이 발생한다. 각각 다른 티셔츠의 문양과 로고가 섞이면서 재미있는 디자인 요소가 되는 것. 이처럼 옷이나 패브릭이 혼합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3 독특한 패턴을 찾아라 리폼에 확실한 개성을 더해줄 재미있는 패턴이나 아이콘을 찾아보자.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진부한 패턴도 오히려 웃음을 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에코파티 메아리가 과일 박스의 과일 그림을 이용해 액자를 만든 것도 이와 같은 예. 공공 장소를 표시하는 아이콘, 유명 브랜드의 상표나 포장 패키지, 수학 연산 부호 등 익숙한 기호를 전혀 다른 곳에 매치해 신선한 즐거움을 만들 수 있다.

4 소재의 특성을 감안하라 소재를 알고 용도를 정해야 리폼에 성공하는 법. 옷, 깡통, 소파 가죽, 문짝 등 생활 속 소재에 각각 어떤 특성이 있는지 고려하자. 깡통은 튼튼하니까 깨질 걱정 없는 화분으로, 빈 병은 투명하니까 꽃병으로, 소파 가죽은 부드럽고 고급스러우니까 패션 액세서리로 만드는 등. 형형색색의 타이포그래피가 재미있는 효과를 내는 현수막은 아파트 부녀회나 학교, 구청 등의 단체에 사용을 문의해볼 수 있다.


손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