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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MO를 추구하는 자연 양돈 농장 경북 봉화 땅파는 까망돼지
누린내 없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참 잘 키운’ 돼지고기를 만났다. 공장식 사육이 아닌 자연 양돈을, 배합 사료가 아닌 자가 발효 사료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봉화에서 건강하게 흑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다녀왔다.

(왼쪽부터) 정육점 운영을 책임지는 강성길 대표, 분천농장의 백승일 대표, 서울다이닝의 김진래 셰프, 법전농장의 이민우 대표.
취재를 목적으로, 동물 복지를 실천하는 농장이나 30년째 유기 농법을 고수하는 농장 등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는 농가를 방문할 기회가 많다. 그곳에서 정직하게 농사짓는 농부를 만날 때마다 그들의 열정에 감탄하고 소비자로서 고마움을 느낀다. 최근 몇 달 전부터 만난 농부들이 한결같이 걱정하는 문제는 바로 GMO(유전자 변형 식품)다. 작년 기준으로 GMO가 상업화된 지 20년을 맞이했고, 그동안 GMO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충과 질병에 강한 GMO 작물로 식량난을 해소한다는 찬성 측과 획일화된 품종으로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반대 측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반 논쟁이 여전히 뜨겁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GMO를 먹고 있다는 사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GMO 수입량은 1천24만 톤으로 약 80%는 가축 사료로, 20%는 식용으로 사용되며, 한국인 1인당 연간 GMO 소비량은 약 40kg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NON-GMO를 추구하는 농가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경상북도 봉화에 있는 땅파는 까망돼지도 그중 하나. 내 아이에게 좋은 먹거리를 주고 싶고, 이 땅을 깨끗하게 물려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다섯 농가가 모여 생산과 소비, 유통 시스템을 함께 구축했다. 이곳은 돼지가 뛰어놀기 좋은 넓은 돈사를 짓고 GMO 곡물이 주성분인 배합 사료가 아닌 직접 발효시킨 사료를 먹여 돼지를 건강하게 키운다.

자연 교미를 원칙으로 삼는 이곳은 어미 돼지가 스스로 새끼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새끼 돼지의 이빨과 꼬리를 자르지 않고 자연 그대로 어미 품에서 건강하게 키운다. 
공동체라는 새로운 이름의 도전
상생을 위해 똘똘 뭉친 다섯 농가 중 가장 먼저 흑돼지를 키우기 시작한 사람은 법전농장의 이민우 대표다. 아내 조은영 씨와 함께 2011년 영주에서 흑돼지를 키우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 경북 봉화에 정착했다. “어떻게 농사를 지을까 고민하던 중 자연순환농법연구소 조한규 원장의 <조한규의 자연농업>을 읽었습니다. 지역 고유의 땅에서 살아 숨 쉬는 미생물, 풀 그리고 가축의 분뇨가 만들어낸 천연 비료를 사용해 자연을 건강하게 가꾸고 그 힘으로 농사짓는 방식이 인상 깊게 다가왔지요. 그 순간 자연의 이치에 맞게 순리대로 돼지를 키워야겠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여의도 증권가를 떠나 2004년 이곳으로 귀농한 분천농장의 백승일 대표는 귀농운동본부를 다니면서 책과 영상을 통해 자연농업의 기초부터 확실히 배워나갔다. 우사를 지어 소를 기르고 소의 분뇨로 퇴비를 만들어 농사도 지었지만, 2012년 소값이 폭락하면서 다른 살길을 모색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양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흑돼지를 기르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쌀겨와 볍씨, 천일염 등을 발효시켜 사료로 사용하며 여름에는 근처에서 자라는 풀과 잡초를, 겨울에는 짚을 먹이로 준다.
땅파는 까망돼지를 알리기 위해 도시형 장터 ‘마르쉐’와 ‘문호리리버마켓’을 찾아갈 만큼 추진력이 강한 물야농장의 이동영 대표는 대구에서 귀농하자마자 봉화군 지역자활센터(근로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게 자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자립 능력 향상을 돕는 활동)를 찾아갔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막상 흑돼지를 기르면서 판로를 개척하기 힘들었습니다. 지역자활센터의 지원을 받아 흑돼지 사업단을 꾸리게 됐고, 2015년 정육점이 생기면서 뜻이 맞는 다섯 농가가 모이게 됐지요.” 현재 정육점을 책임지는 강성길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사과와 쌀, 고추 등을 친환경으로 농사짓다 동영 씨에게 돼지 세 마리를 분양받아 농장을 시작했습니다. 자활 센터를 통해 정육점을 만들면서 농사를 병행하기가 어려웠어요. 마지막으로 양곡농장의 임헌문 대표가 합류하면서 다섯 농가 중 제가 정육점을 도맡기로 했지요. 이 지역에서 자연 양돈으로 흑돼지를 키우는 농장은 저희밖에 없어요. 몸으로 부딪쳐가며 축산업을 배우다 보니 힘든 일도 많았지요. 하지만 돼지를 건강하게 키우고싶은 의지는 변함없습니다.” 이렇게 농장과 정육점을 꾸린 지도 어느덧 3년. 이런 노력과 정성이 통해서일까, 땅파는 까망돼지의 생산품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살은 분홍빛을 띠고 비계는 새하얗다.
땅파는 까망돼지의 상품은 누린내가 없으며, 육질도 분홍빛을 띠고 비계 부분도 새하얗다.연육제를 먹이지 않기 때문에 일반 돼지고기에 비해 육질이 질긴 편이다. 
개방형 돈사와 발효 사료
“돼지의 본성을 존중하는 것이 자연 양돈의 기본입니다. 하고싶은 대로, 먹고 싶은 대로 그저 가만히 놔두는 것이죠.” 백승일 대표의 말을 들으며 농장으로 들어섰는데, 일반 돈사와 달리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지 않았다. 개방형 돈사 안으로 따스한 볕이 쏟아지고 시원한 바람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면서 돼지의 분뇨가 자연 발효되기 때문이다. 돼지들은 톱밥과 흙이 깔린 돈사(현재 축산법에 따라 바닥에 시멘트를 깐 뒤 톱밥과 숯, 흙을 60~100cm 높이로 쌓은 상태)를 자유롭게 거니는가 하면, 낮잠을 자려는 듯 눕기도 하고 진흙을 잔뜩 묻혀 몸을 이리저리 뒹굴기도 한다. 이 모든 풍경이 생경하면서 평화로워 보였다.

“공장식 사육 시스템은 철망을 둘러친 시멘트 바닥의 좁은 우리에 돼지를 가둬놓고 배합 사료를 먹이며 몸집을 불리기에만 급급합니다. 당연히 면역력이 떨어져 구제역이나 콜레라 등 전염병에 약할 수밖에 없어요. 새끼를 낳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효율성을 위해 인공 교배시켜 같은 날 출산을 합니다. 맨 처음 태어나는 새끼 돼지는 어미의 자궁을 넓히기 위해 몸집이 작은데,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도태시켜버리죠. 돼지들이 좁은 우리에 갇혀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물어뜯게 돼요. 그래서 새끼 돼지가 태어나자마자 이빨과 꼬리를 잘라 소독약을 묻힌 뒤 어미 곁으로 보냅니다. 어미는 자기 배속에 있던 새끼의 냄새를 구분할 수 없어 모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거죠. 이러한 환경에서는 돼지가 결코 건강하게 자랄 수 없어요. 반면 이곳은 자연 교미와 자연 출산을 철저하게 따르며,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이민우 대표의 말처럼 네 농가는 모두 돼지 수를 1백 마리 이하로 제한한다. 사육 공간도 한 마리당 3평(10m2)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유전자 변형 옥수수로 만든 배합 사료가 아닌 발효 사료를 직접 만든다. 지역에서 생산한 쌀겨와 사과를 짜고 남은 찌꺼기, 덜 여문 볍씨, 천일염 등을 고루 섞어 1~2일 정도 발효시켜 사료로 사용하는 것. 계절에 따라 감자와 호박 넝쿨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돼지들은 미생물이 풍부한 사료를 먹고 자라니 장이 튼튼해지면서 면역력도 길러져 질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실제로 이곳은 법으로 정한 구제역과 열병 주사만 놓을 뿐 각종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제를 투여하지 않는다.

“공장식 돈사에서는 돼지를 6개월 동안 120kg으로 만들어 도축장으로 보냅니다. 반면 이곳은 오래 걸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을까에 집중해요. 실제로 돼지가 자라는 시점에 따라 1년 동안 키우면서 85~90kg이 되면 돈사에서 내보내지요. SNS(@blackpig0416)와 직거래를 통해서 주문을 받고 농장마다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돼지를 제공합니다. 합리적 가격으로 질 좋은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직접 발골 기술을 배워 단가를 낮췄지요. 현재는 삼겹살과 목살, 뒷다릿살 등 여러 부위를 섞어 1kg당 3만 원에 판매하고 있어요.”

누린내 없이 씹을수록 고소한 맛
“많은 사람이 돼지고기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행 농법으로 길러 연육제를 먹이고 인위적으로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땅파는 까망돼지의 돼지고기를 처음 먹었을 때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던 ‘옛날 돼지고기처럼 고소하다’라는 의미를 이해하게 됐어요. 흔히 돼지고기로 요리할 때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각종 양념이나 허브에 재우곤 해요. 그런데 이곳 돼지고기는 냄새도 안 나고 비계가 투명하며, 익혔을 때 분홍빛이 살아나면서 고소했어요. 일반 돼지고기보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팬에 구우면 오리고기처럼 지방이 굳지 않는 것도 신기했지요.” 김진래 셰프의 말처럼 그 맛과 건강함에 반해 직접 농장을 방문해서 농장 환경을 둘러보고 고기를 사 가는 골수팬도 꽤 많다. 그는 이날 라구 파스타와 삼겹살구이를 선보였다.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하면 좋은 고기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돼지고기를 진공포장하면 냄새도 함께 갇히고, 저온에서 고기를 익히면 누린내가 남게 되지요. 땅파는 까망돼지의 돼지고기는 수비드로 조리해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라구 소스를 만들면 딱이겠다 싶었어요.”

김진래 셰프가 요리한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라구 파스타. 그는 누린내가 나지 않는 이곳 돼지고기의 특성상 수비드로 조리하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각종 채소와 다진 돼지고기, 토마토소스를 넣고 푹 끓인 라구 소스에 스파게티를 버무려 라구 파스타를 만들었다. 돼지고기 특유의 단맛이 소스에 배어 쇠고기 라구 파스타 못지않게 훌륭했다. 김진래 셰프는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삼겹살구이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GMO가 우리 식탁에 오른 지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뜨거운 감자인 안전성 논란 여부를 떠나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와 알 권리를 위해 상품에 GMO 표시를 정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쾌적한 사육 환경, 건강한 고기의 필요성을 알리는 다섯 농가의 도전이 새삼 돋보였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고 강조하는 다섯 농가의 바람이 더 많은 소비자에게 가 닿길 바란다.

요리 김진래(서울다이닝 오너 셰프, 02-6325-6321) 문의 땅파는 까망돼지(010-9919-1202)

글 김혜민 기자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