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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법으로 억대소득 올린 농사꾼 12인 [지혜로운 부농들] 고구마_김기주·김현희 부부
<행복>은 그간 참으로 많은 식품 장인과 유기농 명인, 참된 농부를 소개해왔습니다. 그중에는 농촌을 지키는 꼴찌 주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꿋꿋하고 정직하게 다하는 작지만 강한 강소농도 꽤 있지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따른 수입 개방으로 농촌이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깨인 정신과 노력으로 성공한 부농富農들은 농촌의 희망이었습니다. 농업이 탄탄해야 나라가 튼실한 것은 물론 건강한 식문화도 가능한 법입니다. 우리 몸에 이로운 먹을거리는 이 땅에서 난 것들이니까요. 이에 <행복> 창간 26주년을 맞아 농촌진흥청과 함께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연간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부농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은 자리 잡는 데만 족히 10년은 걸린다는 친환경 농법을 이뤄낸 뚝심 있는 농사꾼이요, 재능 아닌 열정으로 가득한 프로들이었습니다. 현대는 지식인의 시대가 아니라 학습인의 시대라고 합니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서 헤매지 않고 좀 더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 인내하며 끊임없이 공부하는 이들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지혜와 정성으로 키워낸 것들이니, 귀하게 작품처럼 즐기시기 바랍니다.

농장 규모 약 26만 4463㎡(8만 평)
주요 작물 고구마
연간 소득 5억여 원


고구마 김기주·김현희 부부
황토와 바다가 키우는 생명의 고구마

농장 이름 ‘해야’는 ‘바다(海)와 들(野)’이라는 의미다. 살아있는 생명을 잉태하고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갯벌과 황토의 고장 무안과 딱 들어맞는 이름이다. “어릴 때는 이 땅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말하는 김기주 대표가 고향인 무안에 내려와 농사를 짓기로 결심한 것은 1997년. 당시만 해도 유기농을 모르던 때였는데, 그는 정농회라는 단체를 알게 되면서 ‘나도 우리 땅을 살리는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농약을 쓰지 않았다. 완전한 유기재배는 2~3년 후에 시작했는데, 지금도 식물이 스스로 나쁜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80% 이상을 아이쿱iCOOP 생협에 납품하는 해야농장의 고구마는 특이하게 바닷물을 먹고 자란다. 최초의 생명이 태어난 바다는 미네랄과 미생물이 풍부한 종합영양제라고 생각한 그가 시도한 것이 해수농법이다. 이렇게 고구마를 기르면 무엇보다 잎이 두꺼워져 광합성 활동을 더 많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이 더 건강해지고, 당연히 당도도 오르고 벌레도 잘 생기지 않는다. 연작의 폐해를 막고 지력을 보강하기 위해 녹비작물을 심고 새로운 흙을 섞어주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붉은 땅에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쑥쑥 자라나는 고구마를 보면서 감동받을 때가 많다. 그럴 때면 힘들어도 농사짓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생명’을 다루는 농사야말로 감동과 감사의 마음 없이는 제대로 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 전은정 |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