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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머들농원의 콜라비 제주 밭담 아래 다디단 채소
과거에 제주는 물과 가뭄, 바람에 시달리는 삼재三災의 섬이었다. “돼지 한 마리 잡는 데 물 한 허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환경이 척박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많이 춥지도 않으면서 일교차가 큰 제주의 겨울 날씨가 월동 채소를 재배하기엔 최적이라 돌무더기를 쌓아 텃밭을 가른 밭담 아래에서 색색의 월동 채소가 익어간다. 그중에서도 콜라비는 순무와 양배추를 교배해 얻은 건강 기능 채소로 겨울철 비타민의 보고라 불린다. 정월 즈음은 콜라비에 물이 오르는 때로, 제주 농부들이 금이야 옥이야 키운 콜라비가 한창 맛이 든다. 이른바 독특한 기후와 토질을 활용해 친환경 농법으로 키운 대안 채소다. 제주 섬사람들이 마음으로 키운 채소이니, 입에 단 만큼 몸에도 다디달다.

시원한 첫맛
달콤한 뒷맛 어머니의 산이라 불리는 한라산과 힘찬 바다가 있는 제주는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이나 진배없다. 살을 에는 듯한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동장군도 제주를 피해 겨울에도 알록달록 살아 있는 자연이 생생하다. 그중에서 잎이 넓적하고 줄기 부분이 둥글게 발달한 콜라비는 농한기인 가을에 심어 겨울에 수확하는 농가의 소득원으로 한몫 톡톡히 한다.


1 콜라비kohlrabi는 독일어로 양배추를 뜻하는 ‘kohl’과 순무를 뜻하는 ‘rabi’의 합성어이다.
2 머들농원의 서승훈 대표.


“제주도는 한겨울에도 날씨가 춥지 않고 따뜻해서 1년 3백65일 중 무려 3백여 일 동안 채소 농사가 가능합니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제주도에서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이 최고라 자부하지요. 특히 순무와 양배추를 교배해 얻은 콜라비는 농약 없이 재배가 가능한 유기농 식품으로, 달착지근하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제주시 한경면 용당리의 머들농원 서승훈 대표는 밭에서 직접 뽑은 콜라비를 가리키며 맛도 좋은 데다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C를 보충해주는 채소라고 소개한다.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 이외에도 칼륨 함량이 높아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해주어 고혈압이나 당뇨에도 효과가 좋다. 그뿐 아니다. 섬유질이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제격이고, 피로와 숙취 해소, 혈압 유지는 물론 위의 속 쓰림 증상에도 효과가 있는 그야말로 만능 웰빙 채소인 것. 건강에 관심이 높은 이들 사이에서 이미 건강 기능 채소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이유다.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밖에 안 되었지만, 그가 처음 콜라비를 접하고 소량씩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햇수로 11년째로 콜라비 재배 1세대라 할 수 있다.

“제주도가 콜라비의 주산지로 인식되다 보니 열대성 식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 사실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호냉성 식물로, 일교차가 심한 지역에서 당도가 더 높아집니다. 많이 춥지 않으면서 일교차가 큰 제
주의 겨울 날씨가 콜라비를 재배하는 데 최적인 셈이지요.”

제철에 맛이 든 콜라비의 당도는 12~14브릭스brix(당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전북 고창 수박과 비슷한 수준. 사각거리며 씹히는 첫 미감은 영락없는 무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설탕물처럼 단맛이 우러나온다. 얼핏 무인
가 싶지만, 사실 콜라비는 양배추과에 속하는 채소로, 일반 무처럼 뿌리작물이 아니라 줄기 작물이다. 엿가락 굵기로 흙 속에서 뻗어 나온 뿌리 위에 소프트볼 크기의 둥글넓적한 줄기가 붙어 있고, 줄기에 10여 장의 잎이 20cm가량 듬성듬성 돋아난 형태다. 겉껍질의 색상에 따라 청콜라비와 적콜라비 두 종류가 있는데, 속살은 모두 청아한 무 빛깔이다. 하지만 무 특유의 매운맛이 없어 생채식용으로 더 없이 좋다.

“구 모양의 줄기 부분에 영양소가 집중돼 있어 뿌리와 잎을 잘라내고 주로 이를 식용으로 섭취하지만, 잎도
쌈 채소나 샐러드로 즐긴답니다.”


3 줄기가 10cm 이상 되면 뿌리와 잎을 제거한다. 잎은 쌈 채소로도 즐긴다.
4 콜라비밭에서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페트병 바람개비. 잎의 얼룩은 영양제를 뿌린 흔적이다.
5 머들농원의 콜라비는 직거래로 판매한다. 
6 액비 영양제가 되는 효소.



치맛바람으로 키운 친환경 콜라비
한경면 지역에서 생산하는 콜라비는 제주도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서승훈 씨의 농장이 있는 용당리는 48헥타르를 재배하는 주산지 중에서도 노른자위다. 그가 가꾸는 머들농장의 재배 면적은 50,000㎡(1만 5천1백25평)로, 절반 이상을 월동 채소로 일구고 있다. 콜라비와 함께 브로콜리, 로마네스코 브로콜리, 비트, 양배추 등을 주로 재배하지만 그가 4년 전 귀농해 본격적인 농부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는 이곳에서도 일명 ‘할망농사’가 이루어졌다. 즉, 인력과 장비와 자본이 많이 드는 농사가 아닌 연로한 부부나 혼자 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농사로 쪽파, 마늘 같은 양념 채소류를 주로 재배했다.

“농사는 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농경시대에 자식이 재산이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 거지요. 어릴
때부터 틈틈이 일손을 도왔지만 장성한 자식들을 타지로 보내시곤 두 분이 농장을 꾸리셨는데, 버거워하셨어요. 1년 열두 달 쉼 없이 일해도 인건비를 충당하기조차 쉽지 않았으니까요. 부모님 곁에서 함께 농장을 꾸리겠다고 마음먹자 의식주에서도 중심인 식食을 생산하는 일이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귀농을 결심하곤 작물도 새롭게 들이고, 친환경 유기 재배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물론 관행 농업만 하던 부모님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힘들여서 친환경으로 농사짓는데, 팔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고 수익이 그리 높은 편도 아닌데 굳이 친환경 농법을 고집해야겠냐고 되물으셨죠.”

하지만 그는 땅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대인이라면 꼭 해야만 하는 사명이라고 생각해 부모님을 설득했다. 친환경 농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땅은 사람과 같아요.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성격이 다른 것처럼 땅도 저마다의 특성이 있어요. 아무리 친환경으로 재배한다고 해도 우선 ‘흙심’이 좋아야 하는데, 한평생 한 땅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계신 부모님이니 토양에 관해서는 전문가시죠. 흙의 상태, 물 빠짐 등을 몸으로 익히고 계시니까요. 토양 분석을 통해 알맞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친환경 농업에서 제초제와 농약을 쓰지 않는 것만큼 기본이니 매 순간 부모님과 의논하면서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콜라비의 단맛이 설탕을 대신합니다”


땅속 뿌리가 커지지만 양배추에서 분화된 콜라비는 땅 윗부분에서 줄기가 굵어진다. 종류는 적콜라비와 청콜라비 두 가지지만, 적콜라비가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스틱형으로 잘라 생으로 먹으면 달착지근하면서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제주의 토양은 화산회토와 비화산회토로 나뉘는데, 흙 속에 화산재가 섞였는지에 따라 토양 성분이 확연히 달라진다. 육지와 달리 제주에는 66개 토양통이 있고 1백67개 토양사로 나뉘기 때문에 토양 상태를 무시하고 유행에 따라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친환경 재배에 어긋난다. ‘흙심’을 키우기 위해 그는 제주보타리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제주금산자연농원에서 만드는 자체 퇴비를 사용한다. 쌀겨, 어분, 한약재 등 친환경 재료를 이용해 만든 발효 퇴비다. 병충해 또한 농원에서 재배하는 제충국(살충제 역할을 하는 국화 종류), 허브, 약초 등을 알코올을 이용해 성분을추출하고 액비화한 것을 농작물에 뿌림으로써 방제하고 있다. 한약재, 고두밥, 쌀겨, 어분, 골분, 토착 미생물 등을 발효시켜 만든 효소를 배양기에서 액비화한 영양제도 콜라비가 밭에서 자라는 70~90여 일 동안 열 한 차례나 뿌린다.

“더러운 거 먹으면 얘네(콜라비)도 더러워져요. 친환경 농업이라 하면 농약만 쓰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작물을 재배하는 데도 ‘치맛바람’이 필요합니다. 어머니들이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쫓아다니며 부족한 점 채워주려고 연구하고, 정보 수집하러 열심히 다니잖아요. 그것처럼 유난이다 극성이다 싶을 정도로 농작물을 재배해야 진짜배기를 키워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농작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지요.”

Interview 이동훈 제주신라호텔 한식당 ‘천지’ 조리장

“콜라비의 단맛이 설탕을 대신합니다”

콜라비는 단맛과 수분을 많이 함유한 채소다. 생으로 먹을 때 가장 맛있어 주로 생채로 즐기는데, 당도가 높아 콜라비를 사용하면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된다. 깍두기는 물론 생채를 만들 때도 콜라비에 소금과 액젓, 고춧가루만 넣어 버무리면 된다. 단, 수분은 많은 만큼 빨리 무를 수 있으니 소량씩 먹을 만큼만 만들고, 갈치조림 등 조림 요리를 해도 맛있다. 이때 콜라비를 삶은 물을 양념에 넣으면 천연 단맛을 더할 수 있다.



Interview
김태완 제주신라호텔 뷔페 ‘더파크뷰’ 요리사

“구우면 콜라비의 단맛이 배가됩니다”

콜라비의 잎은 쌈 채소로도 즐기는데, 샐러드에 넣어 열매와 함께 먹으면 좋다. 이때 무처럼 생긴 콜라비 열매를 생으로 넣어도 맛있지만 구우면 단맛이 배가될 뿐 아니라 모양도 더욱 맛깔스러워진다. 여기에 상큼한 유자드레싱이나 레몬 드레싱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콜라비 피클은 제주도의 월동 채소와 함께 만들어 제주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단맛과 산미가 좋아 해산물 요리에 곁들이면 좋다.



1 콜라비 깍두기
콜라비(2kg)는 천일염을 녹여 만든 연한 소금물에 하루 정도 절인다. 생수(70cc)에 국물용 멸치(3개), 건새우(5개), 황태채(3개)를 넣어 육수를 만들어 식힌다. 믹서에 육수(30cc)를 붓고 새우젓(60g), 멸치 액젓(2큰술), 마늘(35g), 생강(10g), 양파(20g)를 넣고 갈아 양념을 만든 후 찹쌀풀과 섞는다. 절인 콜라비에 고춧가루(20g)를 버무린 후 찹쌀풀과 섞은 양념을 넣고 다시 한 번 버무려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2 콜라비 피클
콜라비(50g), 콜리플라워(50g), 래디시(30g), 파프리카(30g)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냄비에 물(200cc)과 설탕(150g)을 넣고 고무주걱으로 잘 저으면서 끓인다. 끓어오르면 화이트 와인 비네거(200cc)와 월계수 잎(2장), 정향(5개)을 넣고 불을 꺼 절임물을 만든다. 소독한 유리 용기에 손질한 채소와 절임물을 넣고 하루 정도 실온에 보관한다.
3 콜라비 장아찌
콜라비(2kg)는 껍질을 벗겨 손가락 모양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채 썬 뒤 천일염을 녹여 만든 연한 소금물에 절인다. 간장(1L), 물(500ml), 설탕(500ml), 식초(500ml), 소주(500ml)를 모두 섞어 만든 간장 소스에 절인 콜라비를 넣는다.
4 콜라비 샐러드
콜라비(200g)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간 구워 식힌다. 로마네스코 브로콜리(100g)는 손질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소금물에 살짝 데친다. 볼에 유자 효소(10cc), 레몬주스(20cc), 올리브유(30cc), 다진 딜을 약간 넣고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볼에 구운 콜라비와 데친 로마네스코 브로콜리, 드레싱을 넣어 버무린다. 이때 유자 효소는 유자 씨를 빼고 잘게 썰어 설탕에 절인 것으로, 유자청으로 대신해도 좋다.


신민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