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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의 맛 흙냄새 폴폴, 하지감자
해가 가장 많이 비추어 여름의 한가운데로 접어드는 하지夏至 무렵, 장마가 오기 전에 갓 캐낸 햇감자가 ‘하지감자’다. 껍질이 얇고 흙이 묻어 있으며 포슬포슬한 것이 특징으로 삶거나 찌기만 해도 마치 흙냄새가 나는 듯하다. 1년 내내 밥상에 올라도 질리지 않는 것이 감자지만, 가장 맛있을 때가 요즘이니 이 계절에 하지감자를 먹지 않을 도리가 없다.


포슬포슬하게 삶고 팍신팍신하게 찌기
하지 무렵에 나온 햇감자는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아 껍질이 노르스름하다. 특유의 향도 그대로 살아 있으며 바로 쪄 먹으면 그 포슬포슬하고 팍신팍신한 맛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맛을 볼 수 있는 것은 아주 잠깐 동안이다. 갓 캔 감자는 워낙 수분이 많아 자칫하면 썩어버리기 때문. 흙을 털어내지 말고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죽 펼쳐놓고 수분을 잘 말려야 이듬해 봄까지 저장해놓고 먹을 수 있다. 이것만 지키면 감자는 보관성이 좋은 데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재배까지 해서 언제든지 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제철인 하지감자의 맛은 참으로 각별하다. 워낙에 싱싱해 간단히 조리해도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삶거나 찌는 것.

감자를 삶을 때는 바닥이 두껍고 크기가 넉넉한 냄비에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넣고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센 불에서 끓인다. 이때 소금을 약간 넣기도 한다. 감자가 반 정도 익고 물이 조금 남으면 뚜껑을 열어 약한 불에서 수분을 날리면서 감자의 분이 잘 살도록 냄비를 흔들거나 나무 주걱으로 저으며 익힌다. 찜통에 찌는 방법은 물에 삶는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지만 수분을 적당히 날려주므로 햇감자의 맛과 향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수증기가 차는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보다 대나무 찜기에 감자를 넣고 김이 오른 찜통에 얹어 센 불에서 쪄야 맛나다. 이때도 껍질째 쪄야 영양소 손실이 적다. 찜기의 뚜껑을 자주 열면 식감이 떨어지므로 마지막에만 뚜껑을 열어 김을 빼줘야 포슬포슬한 맛을 살릴 수 있다. 이렇게 삶거나 찐 하지감자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입맛에 따라 설탕과 소금을 곁들이거나 열무김치와 함께 먹으면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감자로 만든 일상 음식
감자는 17세기 조선 순조 24년에 중국에서 들어온 이래 먹을 것이 궁하던 과거에는 허기를 달래기 위한 대표적 구황작물이었다. 요즘은 웰빙 식품으로 반찬이나 밥, 찌개 등에 주재료로 널리 쓰는데, 영양을 생각하면 조리할 때 껍질을 벗기지 않는 것이 좋지만 감자를 썰어 요리할 때는 찬물에 담가 표면의 전분을 제거해야 눌어붙거나 부서지지 않아 깔끔하다. 단, 감자에 함유된 좋은 성분은 대부분 수용성으로 물에 녹으므로 5분 이상 담가두지 않도록 주의할 것. 알감자는 보통 감자보다 단단하므로 볶거나 조리는 요리에 적당하며, 햇감자는 저장 감자와 달리 아삭한 맛이 잘 살아 곱게 채 썰어 요리해도 맛있다.


알감자조림
재료(4인분)
알감자 800g, 현미유 4큰술, 물 적당량, 소금 약간
조림장 물 1컵, 마늘 10쪽, 대파 1대, 간장 4큰술, 조청 3큰술, 설탕 1큰술, 참기름 1/2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알감자는 껍질째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넣는다. 감자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소금을 약간 넣어 10분 정도 삶은 후 건져 물기를 뺀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삶은 감자를 넣은 뒤 팬을 흔들어 가면서 고루 지진다.
3 냄비에 ②의 감자와 참기름을 뺀 조림장 재료를 모두 넣고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조린 후 참기름을 넣어 버무리듯 살짝 섞는다.

감자채볶음
재료(1접시분)
감자 200g(큰 것 1개 정도), 양파 50g, 올리브유 1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약간 굵게 채 썰어 물에 5분 정도 담가 녹말기를 뺀 다음 체에 쏟아 물기를 뺀다. 양파도 같은 굵기로 채 썬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감자와 양파를 볶다가 소금으로 간한다.


감자밥
재료(4인분)
쌀 1컵, 보리쌀 1/2컵, 감자 400g, 물 11/2컵
만들기 1 보리쌀은 씻어서 물에 담가 2시간 정도 불린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큼직하게 썰어 모서리를 다듬어 모양낸 다음 물에 씻어 녹말기를 뺀다.
3 쌀을 씻어 냄비에 넣고 ①의 불린 보리쌀, ②의 감자를 넣은 후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우르르 끓으면 불을 줄여서 뜸을 들인다.

감자고추장찌개
재료(4인분)
감자 500~600g, 양파 150g, 풋고추・홍고추 1개씩, 대파 1대, 쌀뜨물 6컵, 쇠고기 치마양지 150g 쇠고기 양념 참기름・설탕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양념장 고추장 4큰술, 된장 1½큰술, 다진 마늘・다진 파 2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감자는 껍질을 벗겨 큼직하게 썬 후 물에 씻어 건진다. 양파도 같은 크기로 큼직하게 썬다.
2 고추는 어슷하게 썰어 씨를 털고, 대파도 어슷하게 썬다.
3 쇠고기는 납작하게 썰어서 참기름, 설탕, 후춧가루로 양념한다.
4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5 냄비에 ③의 쇠고기를 볶다가 쌀뜨물을 붓고 끓인다. 한소끔 끓으면 거품을 걷고 감자를 넣는다. 10분 정도 끓이다가 양념장 풀어 넣고 양파, 고추, 대파를 넣어 감자가 푹 무르도록 끓인다.


감자로 만든 특별식
감자는 쌀, 밀, 옥수수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농산물로, 활용도가 높은 인기 식품이다. 한데 18세기 무렵까지만 해도 감자는 ‘악마의 선물’이라 불렸다. 먹으면 탈이 나는 일이 많았기 때문. 바로 아린 맛을 내는 ‘솔라닌’이 원인인데, 싹이나 녹색으로 변한 부분에 많다. 이는 저장 과정 중에 생기는 것으로 흙에서 막 캐낸 하지감자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주성분이 녹말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륨은 밥보다 16배나 많이 들어 있으며, ‘땅속의 사과’라 불릴 만큼 비타민 C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맛이 담백하고 조리법도 다양해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웨지감자로즈메리구이
재료(4인분)
감자 400g, 올리브유 2~3큰술, 로즈메리 1줄기,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감자는 껍질째 깨끗이 씻어 길이로 8등분한 다음 물에 헹궈 냄비에 담는다. 그런 다음 물을 넉넉히 붓고 소금을 약간 넣은 뒤 중간 불에 올려 끓기 시작하면 10분 정도 삶아 건진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삶은 감자와 로즈메리를 넣어서 노릇하게 굽는다. 다 구워지면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해시브라운
재료(4인분)
감자 400g, 베이컨 4장, 감자녹말・버터・올리브유 2큰술씩, 소금 약간
만들기 1 감자는 씻지 않은 채로 껍질을 벗겨 물에 씻은 후 채 썬다.
2 볼에 채 썬 감자와 감자녹말, 소금을 넣고 버무린다.
3 지름 10cm 정도 되는 팬을 달궈 버터와 올리브유를 두르고 ②의 감자를 넣어 고루 편 다음 주걱으로 꾹꾹 눌러가며 노릇하게 굽는다. 한 면이 익으면 뒤집어서 버터를 더 두르고 같은 방법으로 굽는다.
4 베이컨은 노릇하게 구운 후 기름기를 걷어 곁들인다.


감자명란팬케이크
재료
(지름 20cm 팬) 감자 400g, 명란 40g, 베이컨 2장(20cm 길이), 그뤼에르 치즈 50g, 소금・버터 약간씩
만들기 1 감자는 쪄서 뜨거울 때 체에 내려 으깬다.
2 명란은 알만 빼놓고, 베이컨은 마른 팬에 구워서 기름기를 걷고 곱게 다진다.
3 ①의 으깬 감자에 ②의 명란과 베이컨을 넣고, 그뤼에르 치즈도 갈아 넣어 고루 섞는다.
4 팬에 버터를 두르고 ③의 반죽을 평평하게 펴서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감자그라탱
재료(용기 1개분)
감자 300g, 마늘 1쪽, 소금・버터 약간씩 소스 우유・생크림 150ml씩, 너트메그・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감자는 아주 얇게 썰어 소금을 약간 뿌린 후 10분 정도 슬쩍 절여 물기를 짠다.
2 냄비에 분량의 소스 재료를 모두 넣고 한소끔 끓인다.
3 그라탱 용기에 마늘을 반 잘라서 문지른 다음 버터를 바르고 감자를 평평하게 깐다. 그 위에 ②의 소스를 붓고 180℃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서 45분 정도 노릇하게 굽는다.


요리&스타일링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참고 도서 <나를 위한 제철 밥상>(판미동),<내 몸을 살리는 곡물 과일 채소>(디자인하우스)

진행 신민주 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