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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특집_소나무정원] 소나무 전문가 모경남 씨 한국의 정원은 곧 소나무다
한국의 정원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소나무다. 사계절 늘 푸른 상록수기에 정원을 정원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소나무요, 전통적으로 한민족의 수호신이자 생명수로 여겨지는 정서적 아이콘이 바로 소나무이기 때문. 이런 의미에서 정원을 만들고자 할 때 무조건 소나무를 찾게 되는 것은 본능일지도 모른다.


소나무 전문가 모경남 씨와 그의 아들 모규진 씨가 소나무 애호가의 의뢰로 디자인한 소나무 정원. 40년 가까이 소나무와 함께한 인생에서 이처럼 명실상부한 소나무 정원은 처음이라고. 북한산 풍광까지 더해져 소나무의 운치를 극대화한다.


친숙하다 못해 당연한 존재 소나무. 그런데 막상 정원에 심으려니 종류는 왜 그리 많은지, 하물며 어디에 어떻게 심어야 아름다울지 도통 가늠이 되지 않는다.
“무조건 소나무를 심는다고 정원이 멋있는 것도 아니고, 조형미 빼어난 소나무를 들여놓는다 해서 정원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아니죠.” 40년간 소나무를 가꾸며 조경에 전념해 온 소나무 전문가 모경남 씨. 북한산 자락에서 소나무 농원을 운영하며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저택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준 그는 정원수로서의 소나무를 이렇게 말한다.

“주택 정원에서 소나무는 자연 속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르지요. 한정된 공간에 자리잡은 ‘관상용’인 만큼 잘생겨야 하는데, 그 생김새가 집의 형태와 정원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가 주력하는 분야는 바로 ‘소나무 모양 잡기’, 즉 정원에서 최적의 조형미를 뽐낼 수 있도록 그 형태를 잡아주는 것이다. 이 작업은 무려 3~10년 정도 걸린다고. 일본어로 ‘가브리’라고 하는 형태 잡기는 소나무 가지의 방향을 원하는 쪽으로 와이어를 이용해 고정하는 것은 물론 나무 자체를 한 방향으로 휘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당연히 이런 모양을 잡는 일은 소나무를 보는 심미안과 이를 조절하는 감각이 균형을 이루지 않고서는 힘든 일. 따라서 조형미를 갖춘 소나무는 고급 특수목으로 분류되며, 그 진가를 알아보는 주인 또는 그와 어울리는 집에 식재된다. 그리고 이런 소나무의 백미는 3년 전, 모경남 씨와 그의 뒤를 이어 소나무 조경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 모규진 씨가 함께 디자인한, 한 저택에 고스란히 펼쳐졌다.

빨간 벽돌과 청기와 지붕이 인상적인 2층 주택. 현관 입구에는 하늘을 감싸듯 한쪽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휘어진 소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데, 집 이면으로 펼쳐진 잔디밭에는 다양한 종류의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그런데 여기서 특이한 점은 소나무가 많다해서 숲처럼 빽빽한 느낌이 아니라는 점. 소나무 숲은 숲이되, 그 안에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눈에 쏙쏙 들어온다.

“각 소나무를 오롯이 볼 수 있도록 일정한 간격을 두되, 소나무 자체가 강약의 리듬을 갖도록 신경 썼죠.” 모규진 씨는 정원의 중심에 가장 큰 소나무를 배치한 후 나머지 소나무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하나둘 퍼즐을 맞추듯 정교하게 제자리를 찾아주었다고.

“소나무가 성장하면서 서로 가지가 겹쳐지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계산해야 하고, 이쪽 소나무에서 반대편 소나무가 온전히 보이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게다가 각 나무의 ‘얼굴’이 예쁘게 보이는 각도도 놓치면 안 되죠.” 그리고 여기서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원칙이 있으니 바로 소나무 식재 방법. 소나무를 심을 때는 나무 아래 돌과 함께 회양목 등을 빙 둘러줘야 한다고. 일종의 소나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테두리를 입히는 셈인데, 여기서 돌을 몇 개 놓는가, 돌은 사람이 앉을 수 있게 평평하게 만들 것인가, 회양목과 주목의 비율은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따라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게 마련. 대개 돌은 홀수로, 회양목 등의 군식은 소나무 목대를 가리지 않게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보기에도 자연스럽고 실생활에서도 유용하다고.

(오른쪽) 주택에서 소나무가 단골로 자리하는 곳이 바로 현관 입구. 목대와 나뭇가지가 모두 자연스럽게 집을 감싸는 형태의 소나무가 현관과 잘 어우러진다. 지축동 김조덕 씨댁 정원이다.

“보통 주택에서 소나무 정원을 만드는 일반적인 공식이죠. 여기에 수경 시설까지 들어가면 완벽한 정원의 느낌이 살 수 있지만, 이렇게 소나무 아래 앉아 맞은편 소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정원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그러고 보니 소나무 아래 돌 위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는 기분이 왜 이렇게 편안한지 이제야 깨닫는다. 소나무 전문가 부자父子가 만든 소나무 애호가의 정원의 비밀은 소나무와 인연을 맺고 살아야 할 운명의 한국인이라면 알아두면 좋은 교양인 듯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소나무도 아는 만큼 눈에 들어온다.


1 2엽송은 육송(적송), 해송(곰솔, 흑송), 반송 등으로 나뉜다. 육송陸松은 내륙 지방에 분포한 소나무로 나무 껍질이 붉은색이라 적송赤松이라 불린다. 해송海松은 바닷가에서 자라는 소나무로 껍질이 검은색에 가깝고 겨울눈이 회백색이다. 곰솔 또는 흑송이라 불리며 맹아력(싹이 잘 난다)이 강하고 분재로 많이 재배된다.
2 3엽송으로 대표적인 소나무로는 백송이 있다. 백송白松은 나무 껍질이 흰색을 띠며 중국이 원산지로, 국내에는 6백 년 전에 들어왔다.


3, 4 5엽송은 울릉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자라고 있으며, 잣나무를 코리안 파인트리Korean Pinetree라고도 한다. 보통 공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소나무ㆍ잣나무 종류가 이에 속한다. 솔잎이 비교적 짧으면서 조밀하므로 다른 소나무에 비해 부피감이 있어 보이는 게 특징.


5 금송金松은 일본 남부에만 자라는 상록침엽수로 조경수로 사랑받고 있다. 잎이 두껍고 선형으로 짙은 녹색을 띠는 것이 특징.
6 반송盤松은 줄기가 지표 가 까이에서 주된 원 줄기 없이 여러 개의 줄기로 갈라져 자란다. 전체적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성장하기에 그 조형미가 빼어나 조경용 수목으로 많이 쓰인다. 처진소나무는 가지가 능수버들처럼 아래로 축축 처지는 소나무로 반송과는 다른 종류다.


소나무, 아는 만큼 보인다
소나무에도 종류가 있다?
다 같아 보이는 소나무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사실. 우선 소나무는 잎의 개수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잎이 두 개인 2엽송이 기본형. 솔잎은 바늘잎 두 개가 한 쌍이 되어 마주 나며 아랫부분은 2~3mm 길이의 엽초 안에 들어 있다. 이와 같은 원리로 잎이 세 개로 구성된 3엽송, 그리고 잎이 다섯개로 이뤄진 5엽송이 있다.

품종으로 보는 소나무 잘 알려진 품종으로는 나무줄기가 곧추 자라는 금강소나무, 가지가 밑으로 처지는 처진소나무, 줄기 밑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지는 반송 등이 있다. 금강소나무(金剛松)는 우리 소나무의 지역형 이름. 강원도 금강군에서 경북 청송군에 걸쳐 태백산맥과 동해안 일대에서 곧게 자라는 소나무로 강송剛松이라고도 부른다.

소나무의 가치는?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소나무는 각별할 수 밖에 없는 존재. 따라서 누가 봐도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소나무는 그 가치는 상상을 불허한다.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는 보통 수백만 원부터 억대를 호가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보통 비싸고 좋은 소나무라 하면 두께가 굵을수록(30cm 이상), 키도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소나무는 나이를 많이 먹은 것일수록(물론 건강한 것) 그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도 유념할 것. 오히려 소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그 형태가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조형미를 갖추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글 이정민 사진 박경섭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